계약이 만료되기 한달 전.

집 주인이 전화했다, 월세로 바꾸고 싶다고.

나는 대답했다, 이사가겠노라고.

그리고 이번주에 나는 이사를 한다.

2년 사이 짐이 참 많이도 늘었다.

책장, 책상, 1인용 원형 소파, 전자레인지, 밥솥, 늘어난 책들,또 그 만큼 늘어난 원단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뭔가를 자꾸만 사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산다는 게 자꾸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어제, 오늘..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의 저자를 만났다.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었고, 끔찍하게 발랄했고,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의 첫책을 들고가서 싸인을 받았다. 잘 읽었다는 인사에 그는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좀 전에 다시 책을 펼쳐보고 웃음이 났다.

그는 싸인을 해주며 날짜를 2012년 4월 30일이라고 적어놓았다. April, October...  그냥 헷갈린 모양이다. 나는 10월 30일에 싸인을 요청했는데 4월 30일자 싸인을 받았다. 재미있다.

 

오랜만에 들린 알라딘 서재는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활기나 신랄함이 없다.

문득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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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31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이다.

하루종일 TV화면을 가득 채우는 건 메달을 딴 한국선수들의 모습들.
그리고 그 속에는 오심 속에서 눈물짓는 이들이 있다.

편파판정은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이미 수영에서 박태환이, 유도에서 조정훈이 어처구니없는 판정에 피해를 입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소중한 메달이다. 하지만 부적절한 판정과 경기운용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페어 플레이' 운운하고 만다면 스포츠가 선수들의 땀이 아니라 '운' 혹은 국가의 '파워' 혹은 특정 지역 출신들의 '담함'에 좌우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인생이 한 방"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 아닌가?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거였다. 금메달은 선수들에게 명예와 금전적인 보상과 장래를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은메달을 수상한 이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목격한 것은 강초현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은메달을 따고도 활짝 웃는 소녀가 있다니.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니!


신아람의 4강전을 보면서 '흐르지 않는 1초'가 우연한 실수인지, 의도된 실수인지 헷갈리는 거다.

지난 올림픽 챔피언을 아시아인이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만의 리그에 아시아인이 선전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일까?

독일선수가 득점할 때까지 흐르지 않은 시간의 비밀, "Asian can't be in our club!"이 아니었을까?


의도된 '오심'을 경기의 일부로 내버려 둔다면, 차라리 올림픽을 보이콧 하는 것이 낫겠다.

최소한 경기장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선수의 '땀'을 더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Asian can't be in our/their club"이란 제목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의 한 챕터 제목에서 응용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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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씩씩하게 암 투병을 하고 있는 한 언니를 위해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기껏해야 자기옷 만들어입는 수준이면서 괜한 소리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언니한테 시원한 여름 블라우스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여름에 그 옷 하나 만드는 게 전부라도 그러고 싶은 마음.


우체국 들렀다가 서점 갔다가 다시 은행 찍고 그리고 부랴부랴 원단 시장으로 달려갔다.

색깔 고운 인견부터 까끌까끌해 보이는 린넨, 각종 수입원단에 한복천까지....... 종류별로 만져보고 들춰보다가 겨우 생활한복 원단 판매하는 곳에서 고운 마 원단을 구입했다.

다소 진한 핑크색이라 조금 조심스러운데, 어정쩡한 살구색이나 연핑크보다는 나을 것이라 주인 아주머니가 강력하게 주장하셨고, 이럴 땐 또 전문가 애기 듣는 게 낫더라 싶어 구입해왔다.

일부러 주름을 잡아놓은 원단이라 주름 걱정 덜하며 입을 수 있을 듯 하다.


내일 주문한 패턴이 도착하면 패턴지에 베껴서 작업할 예정.

모쪼록 성공적이어야 할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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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da 2012-07-19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아아아.. 블라우스도 만드시는군요!
저는 옷이라고는 고무줄 치마 만들어본 게 다예요.
그것도 남부끄러워서 밖에는 못 입고 나가고 집에서만 입는 걸로다가..^^
완성되면 구경 좀 시켜주세요!

마침 오늘 읽은 임혜지 씨 책에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유적 발굴지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는 터키 팀 대장이 칠순 생신을 맞이해서
팀원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 블라우스를 만들어 선물했대요.
여러 사람이 중구난방으로 바느질한 블라우스가 제대로 완성이 될까 싶었는데
제법 완벽한 블라우스가 만들어졌나 봐요.
힘든 일을 하는 현장에서 그렇게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멋지고,
바느질 할 줄 아는 서양 남자들도 멋지고..
이래저래 인상적인 에피소드였어요.^^


rosa 2012-07-20 16:07   좋아요 0 | URL
원단을 사놓고도 손도 못대고 있었어요.
일도 많고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도 다음주까지는 다 완성할 생각이랍니다.
완성하면 꼭 사진 올려 둘께요.^^

과문한 탓에 임혜지씨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어요.
서점에 들리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크고 맑은 눈을 가진 그녀가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어제 강의가 끝난 후의 일이다.


그녀는 약간 근심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말을 잇는다.

"최근에 한국국적이 나왔어요. 

이름은 한국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는데 자꾸만 걱정이 되네요.

학교에 갔을 때 혹시라도 내 이름 때문에 우리 아이가 놀림을 당하진 않을지..."


그녀의 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데도 벌써부터 학교에 갔을 때 걱정을 한다.


아닌게 아니라 많은 이주여성들이 고민을 한다.

1998년 이전에 결혼을 한 여성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조건 한국국적이 주어졌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한국식 이름으로 바꿨다. 

이름을 바꾸지 않았던 이들은 이름 때문에 온갖 설움을 당하다 결국 한국이름으로 바꿔버렸다.

백화점에서 카드를 만들 때도 한국식 이름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후 이름을 바꾼 여성도 있다.


최근에는 학교에 아이를 보낸 선배들 얘기에 고민이 깊어진다.

어떤 여성은 다음과 같은 경험을 들려준 적이 있다.


학부모 회의에 갔더니 참석한 어머니들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이 불리자 사람들이 모두 뒤돌아보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Thi 가 이름 중간에 들어가는 내 이름.

누가 들어도 한국이름으로 들리지 않은 내 이름 때문에.


그리고 어제 내게 다가와 이름을 바꿔야할지 묻던 여성은 사실은 이미 바꿀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이름 바꾸는 거 어렵지 않으니 좀 더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내 제안에

이름을 바꾸는 게 낫겠다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더라는.

그리고 옆에 앉은 친구조차 꼭 바꾸라고 한다.

아이가 혹시나 엄마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하면 어쩌냐고.


엄마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할 거라는 걱정이 아니라면 그녀들은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내 이름과 이름에 담긴 추억을 버리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나 결국 그들도 아이 걱정에 이름을 바꿀 결심을 한다.


결국 그녀들의 이름을 바꾸도록 만드는 것은 한국사회다.

다름을 요만큼도 용납하지 않는 옹졸한 사회.

그런 한국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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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6-1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주 전에 봤던 인간 극장에서 외국인인데 국내로 시집온 여자분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당연하다는 듯이, 집안 윗사람이 그분의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지어주는 것을 보고
쓴 웃음이 좀 들었습니다. 이름이란 것을, 누군가가 함부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나라에 시집왔으니 당연히 한국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좀 위화감이 들었구요.
특히 이름 지어주신 윗사람이 배우신 분이란 점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네, 다름을 요만큼도 용납하지 않는 옹졸한 사회란 점에서, 저도 공감하고 안타깝습니다.

rosa 2012-06-20 10:34   좋아요 0 | URL
당사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국적을 취득하고 당연히 이름을 바꾸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문제는 나는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외부에서 바꾸라고 강요하는 경우와 자녀가 차별받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꾸게 되는 경우겠지요.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한국사람들은 너나없이 너무 간섭이 심하다고. 버스타고 다니기 어렵고 불편해서 택시타면 그렇게 해서 언제 돈 모으겠냐고 나무란다나요?
 

아니 나는 왜 길을 떠나는가.

자신이 섰던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하고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가.


넘쳐나는 생각들과 번민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거다.

의지가 됐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미워지고

그 사실이 참을 수가 없어서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거다.


그러나 그뿐.

떠나면 홀가분하지만 

돌아오면 다시 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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