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는 1986년 처음으로 조그만 주택을 빚을 내 장만하셨다. 소심한 아버지는 반대했지만 대범한 어머니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가능했다.
그 집에서 30년을 살았다.
투기나 투자는 우리와는 먼 얘기고.
우리는 살던 동네 ,익숙한 사람들과 오래 함께 살았다.
그래서 여러모로 이사는 쉽지 않았다.
알뜰하고 절약이 몸에 밴 어머니는 새 냄비, 새 후라이팬, 반짝반짝 광 나는 갖가지 사이즈의 플라스틱 그릇들과 온갖 생활용품을 집안 뿐만 아니라 창고 곳곳에 숨겨두셨다.
아마도 그것은 가난했던 지난 날 덕분일 것이다. 아끼고 검소하게 사는 것은 미덕이었을 뿐만 아니라 딸 다섯 둔 어머니가 자식들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이다.
이사올 집은 좁아서 그 모든 살림을 다 가지고 올 수가 없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소중하게 가꿔왔던 화분들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셨다. 반질반질 닦아 놓으셨던 장독도 대부분 포기해야 했다. 베란다는 어머니의 화분과 장독을 모두 가져올 만큼 넓지 않아서.
어머니의 손때 묻은 살림들은 이삿짐 업체 사람들에게 고물 취급을 받았다. 이사하던 날 엄마는 자꾸만 옥상에 올라가 있었는데 그게 이삿짐 업체 사람들 때문에 속상했기 때문이란 걸 몰랐다.
이참에 좀 정리하자는 딸들의 말도 어머니를 서운하게 했다. 예전같지 않은 몸 상태도 속상하고, 답답할 때 올라가는 옥상이 사라진 것도 속상하고, 처음 겪는 층간 소음 문제도 어렵다.
적다보니 어머니에겐 이번 이사가 전부 다 서운하고 속상한 일 투성이었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