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적성검사 마지막날, 과태료를 물기 싫어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사진을 찍기 전에 미장원에 들렀다. 몇 달 동안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다시 커트해버렸다. 앞으로는 그냥 커트머리로 살아야겠다.
시내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을 때, 직원이 날 '어머니'라고 불렀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어머니 아닌데요?'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 직원이야 내 얼굴 한 번 쓰윽 보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었을 나이라 생각한 것일 테니까.
그 직원은 인화하기 전 다시 나를 불렀다. 컴퓨터에 내 사진 파일을 띄워놨길래 인화 전 확인해주는 것인가 했다. 그런데 그의 손은 분주하게 뭔가를 고치고 있었다. 내게 보여주기 전부터 열심히 턱을 깎고 피부를 뽀얗게 만들고 튀어나온 머리카락은 매끈하게 지워버린다.
"증명사진을 이렇게 손봐도 되냐?"며 놀라서 물었더니 여권사진이 아닌 이상 괜찮다고 한다. '괜찮은 거 맞나?' 잠시 고민하다 더이상 손대지 마시라 했다. 인화되어 나온 사진은 나랑 닮았으나 나는 아닌 여자였다.
앞으로 한동안은 나랑 닮은 여자 사진이 붙은 면허증을 들고 다니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