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어느 단체에서 시 고위직으로부터 '명품도시 인천'의 비전을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사실 좀 실망했다. 인천시가 꿈꾸는 명품도시는 다름 아닌 도쿄, 런던, 파리, 상하이, 뉴욕, 시드니 등 세계 유수의 대도시였던 것이다. 명품 철학의 부재가 느껴졌다. 인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송도, 청라, 영종지구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정책이 자칫 명품도시 인천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부유층만을 위한 청사진이 되지나 않을까 하고 우려도 됐다.
부동산 명품으로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외국 자본이 들어와 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스카이라인이 그려진다고 해도 그 속에 녹아있는 전통적, 문화적 가치로서의 명성이 없이는 진정한 명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엑스포, 아·태도시시장회의,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형이벤트를 유치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 지역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명품도시 애드벌룬의 그늘에 가려 소외된 구도심 주민들도 과연 명품도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인천시는 대형 프로젝트에 관심을 쏟는 만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인천YMCA가 인천시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인천시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35%의 응답자가 자연과 어우러지는 쾌적한 환경 구축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개발 못지않게 환경 도시를 꿈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하드웨어의 구축 못지않게 생활개선과 환경, 성숙한 시민의식 등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단편적 예로 인천시는 보도블록을 연례행사 하듯 교체하는 데도 노면이 고르지 못해 보행에 불편을 주고 각종 노상 간판들은 보행권에 침해를 주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과 프랑스의 보도는 육각원통블럭을 세로로 세워 촘촘히 시공함으로써 수백 년이 넘도록 교체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대형 개발 사업으로 가시적 도시개발을 추구하기 보단 시민생활에 초점을 맞춰 먼 미래를 보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칫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명품도시 인천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지나쳐 제왕적 권력화가 된다면 안 될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펼쳐지고 있는 수많은 재개발 사업들이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인천 시민 모두를 위한 것인지 큰 틀에서 조명해 봐야 한다.
자기 일과는 무관한 일처럼 느껴지고 있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인천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고품격 도시로서의 개발인지, 부동산 투기를 통한 가진 자들만을 위한 개발인지도 다시 한 번 짚어 봐야 한다.
뉴욕시민을 일컫는 뉴요커들은 세계 제일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한다. 인천도 인천시민을 인처너(Incheoner)로 부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럼 인처너로서 무엇을 자랑할 것인가. 인처너는 전통을 존중하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애정으로 포용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시민으로서 인처너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천에는 인천사랑운동이 있다. 내 고장 인천을 사랑하는 운동이고 시민의식을 개혁하기 위한 운동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천사랑운동의 궁극적 목적이다.
명품도시 인천은 명품시민 인처너가 만드는 것이다. 따뜻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시민, 아시안게임이 열리면 수많은 아시아인들이 인처너를 보면서 명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길 소망해 본다./최문영 YMCA 기획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