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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옥중서신 - 반양장
김대중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서거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육군교도소와 청주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하면서 아내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29편의 편지가 과연 얼마만큼의 분량이나 될까 하고 쉽게 봤는데 내용이 실로 대단하다. 김대중 선생은 봉함엽서에 깨알같은 글씨로 원고지 104장 분량을 담아 적었다.
이 서신을 보면서 한 인간이 얼마만큼 깊이 있는 인격체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지 그 끝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한국 역사 최고의 지도자이자 지식인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가 얼마나 생명을 존중하고 아내를 존경하며 자식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가 얼마만큼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흠모하는지 절감하게 된다.
그의 신앙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고 그가 얼마나 고통과 시련속에서도 삶의 비전과 애정을 갖고 생을 살았는지 알게 된다. 짧은 지식과 그동안의 보잘것 없는 독서의 경험으로는 예전에 미처 느낄 수 없었던 감동과 감격, 그리고 놀라움과 경외로움의 총합체다.
이 한권의 서신집에는 종교, 철학, 문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어학, 의학이 총 망라된 그의 지식세계가 겸손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로 펼쳐진다.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았던 그는 행동없는 양심은 죽은 것이라고 외친다. 너무 강해서 눈물도 피도 없을 듯 보였던 거목 김대중의 진짜 모습은 너무도 약하고 눈물이 많고 작은 민들레 하나의 생명도 애절하게 바라볼 줄 아는 감성적인 위인이었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면서도 세계의 평화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항상 꿈꿨고 모든 불합리와 불평등과 비민주적인 것과 맞서 도전과 응전의 연속된 삶을 치열하게 살았다. 그가 위대한 것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수차례의 옥살이를 경험했으며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한 후 일국의 대통령이 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며 자기개발을 실천했다는 데에 그의 위대함이 있었다.
그가 갇혀있던 감방이라는 제한된 공간마저도 구속하지 못했던 그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신앙심은 그 모든 억압을 뚫고 세상을 향해 자신의 메시지를 강하게 선포한다. 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사색의 잠언은 사람이 한정된 시간속에서의 일생을 살면서 알고 지켜서 실천해 나가면 매우 유익할 명언들이다.
이 서간문에 등장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깊이를 체험하고 느끼게 되면 왜 <김.대.중>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내 이희호 여사의 저서 <내일을 위한 기도>와 비교해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울기도 하고 감격도 하고 감탄도 하고 감동도 되어 한편의 영화보다 더욱 드라마틱한 이 책을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 역시 아내와 자녀들에게 아버지로서의 본을 보여야겠다는 각오와 결심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