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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읽기가 편하고 쉽다. 그렇다고 작가의 글들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만의 편안한 문체에 빠져 있다보면 약을 먹은듯한 몽롱함에 빠져 들다가도 이내 평안함과 함께 행복감에 젖어 들게 된다.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녀의 가족사라는 사실을 모르채 읽기 시작한 <즐거운 나의 집>은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그만 '이 얘기 꼭 공지영 작가 본인의 얘기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들어 네이버 검색을 해 보니 역시나였다. 이혼 경력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세번이나' 인줄은 몰랐다. 세번이건 네번이건 그건 숫자에 불과하지만...
위녕, 작가의 딸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위녕의 시선으로 바라 본 엄마와 그에게서 태어난 성씨 다른 형제들과의 이야기, 엄마의 친구들, 서점 아저씨 다니엘, 그리고 고양이... 둥빈과 제제 등 등장인물의 이름들이 귀엽고 예쁘다.
세상은 이쁜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슬픔과 외로움이 묻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고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이다.
엄마는 위녕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일러 준다.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 할 수 있게 노력하는 일뿐이다.
-사람이 사는 데 유머라는 것은 밥을 먹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건 머리와 마음과 삶 전부를 아루르는 총체적 의미의 여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가 중요한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고, 그리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가 존경을 받은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바라봤다는 것이다.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다니엘아저씨가 위녕에게 전해주는 삶의 지혜도 울림이 있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세계는 성적으로 매겨지는 듯 하니까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세상에는 많은 서열이 있고 많은 점수가 있어. 네가 잘 하는 것, 그래서 하면 할 수록 더 하고 싶은 것 그걸 하면 돼... 대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사는 게 어려운 일이다. 이걸 한 번 받아들이고 나면, 진심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사는게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아. 왜냐하면 어려운 삶과 내가 하나가 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 작가의 자기 변명이라는 혹평도 있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며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하나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고 사탄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다는 책 속 내용대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다면 영원히 행복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말은 오직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해, 너를 용서해, 그리고 너를 사랑해' 이것 뿐이라는 메시지에 동감하고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