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구판은 <오국사기>이다. 삼국사기는 들어봤지만 오국사기는 처음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에 당나라와 일본을 더해 오국사기라고 한 것이다. 이런 생소한 개념은 그간의 좁은 세계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연개소문을 알게 되고 당태종 이세민을 또한 알게 된다. 김유신과 김춘추, 의자왕을 또 알게 된다. 삼국통일을 이룬 신라의 세계관으로 본 역사관이 고구려의 역사관, 백제의 역사관으로 다시 조명된다. 이런 경험은 참 즐겁고 기쁜것이다. 그 위대한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평화는 소중하다.
미암 유희춘의 생활사를 들여다 보면 16세기 조선의 생활풍습을 훤히 엿보게 된다. 500년이나 된 16세기 삶의 모습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맛볼 수 없었던 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 미암 유희춘과 아내 송덕봉, 이들 부부와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식솔들은 하나의 거대한 가족사회를 이루면서 살아간다. 양반과 노비간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상생의 관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 있는 부부관계, 그들의 사는 모습은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시대는 흘러도 사람이 사는 것은 그리 변하지 않는 듯 싶다. 필요에 따라서 소설적 허구를 가미하면서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고전을 부드럽게 처리해 주고 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빠져들게끔 하는 마력으로 작용한다. 계급, 부부관계, 복식사, 첩에 대한 얘기 등 이야깃거리를 장으로 나눠 기술함으로써 지루함보다는 흥미를 불러 일으켜 한번 책을 잡으면 거침없이 한권을 읽게 해준다. 더운 여름날 500년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 001, 출판사 그린비에서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 고미숙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제대로 읽어보진 못한 나로서는 리라이팅에 대한 책을 얼마나 소화해 낼 수 있겠나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책 읽기 이전,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청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조선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연암의 연경방문기라는 정도가 나의 기초지식이었다.저자 고미숙은 고려대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고전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전 전문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해박한 지식세계를 우선 엿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열하일기의 본문을 해석하기 보다는 열하일기를 쓰고 있는 연암의 퍼스널리티에 대한 소개, 그의 인생관, 세계관, 그리고 그가 시대의 반항아적인 기질의 소유자였음을 얘기해 주고 싶어한다.사실 한양을 떠나 머나먼 중국의 연경(지금의 북경)까지 걸어서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드벤처이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몇시간만 가면 될 곳을 그들은 일생 일대의 모험을 한다는 자세로 청황제 건륭제를 알현하러 떠나는 것이다. 죽을 고비를 여러차레 넘겼지만 막상 도착한 연경에는 황제가 없다. 피서지이자 북중국 남만주의 변방에 위치한 열하에 있다는 소식은 그들 일행에게 비보가 아닐 수 없다.연암은 열하일기를 통해서 티벳의 판첸라마를 만나야 하는 난처한 경험도 하게 되고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술로 인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일기로 펼쳐낸다. 원전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리라이팅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할 수 없음이 한탄스러울 뿐 그 시대의 만능 엔터테이너 연암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