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보슬비 > 땅콩이 이렇게 열리는구나

▲ 땅콩이 불볕 더위와 극심한 가뭄에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2004 김민수
지난 봄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던 중 볶지 않은 땅콩을 발견했다. 지난 여름 우도에 들어 갔다 간이매점에서 우도 땅콩이라는 것을 사 먹었는데 여느 땅콩과는 맛이 달랐다. 우도와 가까운 곳이니 이 곳 종달리에서도 땅콩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심심풀이로 땅콩을 심었다.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라는 말이 있다. 땅콩이나 오징어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정겨운 수식어가 또 어디에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연신 먹어대던 오징어와 땅콩의 구수한 냄새가 추억의 향기가 되어 코끝에 스치는 듯하다.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싹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 땅콩도 싹이 나왔어!"

새벽에 텃밭에 나가 김을 매다 말고 수선을 피우는 내 모습이 어린 아이 같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마른 씨앗에서 새순이 돋는 것을 보는 것은 하나의 신비로운 경험이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다. 어느덧 땅콩밭도 무성해졌다.

▲ 마치 핏줄을 간직한 듯합니다.
ⓒ2004 김민수
싹이 나면 꽃이 피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언제 땅콩의 꽃을 보게 될까 기대를 많이 했다. 땅콩을 처음 심어 보기도 했지만 땅콩의 꽃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여느 콩과의 꽃들과 비슷하면서도 빨간 핏줄 같은 것이 노랑 꽃잎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남다르다.

아내의 어릴 적 꿈은 오징어 땅콩 장사와 결혼하는 것이었단다. 오징어와 땅콩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아내는 그런 남편을 얻으면 오징어와 땅콩을 실컷 먹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씩을 가져 보았을 소망이다. 가끔씩 오징어와 땅콩을 먹으면서 아내를 놀릴 때가 있다.

"어쩌냐, 오징어 땅콩 아저씨하고 결혼하지 못해서?"
"뭐, 그래도 이렇게 다 사 주는 남편이 있는데 뭐…."

땅콩의 꽃을 보는 순간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땅콩은 어떻게 열리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어린 시절 땅콩을 수확할 때 땅콩을 뽑으면 땅에서 줄줄이 땅콩이 딸려 나왔고, 땅 속에서 자라는 콩이라 '땅콩'이 아닌가? 그런데 꽃이 이렇게 위에서 피면 도대체 꽃은 왜 피는 것인지 궁금했다.

ⓒ2004 김민수
땅콩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고서야 그 궁금증은 풀렸다. 꽃이 진 다음 꽃줄기가 땅으로 들어가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었다. 꽃이 지고 나서 땅에 들어간다고 해서 흙을 고슬하게 해 주고 북도 주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모래까지 두툼하게 깔아 주었다.

'그런데 정말일까?'

믿어지지 않았다. 마른 장마로 들판이 목말라 하다가 마른 장마가 지나자마자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불볕 더위가 시작되었다. 밭에 나갈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새벽에 잠시 나가 검질을 하고, 호박이나 고추, 가지 등 간단히 먹을 것만 해 왔다. 그랬더니 채소들은 시름시름한데 잡초들은 왜 이리도 극성인지 작은 텃밭이 온통 잡초 세상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더 놔두면 내가 주장하는 태평농법을 넘어서서 게으르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해가 뜨기 전에 골갱이를 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땅콩 밭을 매는데 풀과 함께 땅콩의 뿌리 부분이 살짝 드러났다. 그 곳에는 땅콩이 달려 있었다.

▲ 꽃이 지고 나면 원에 있는 것처럼 긴 줄기가 나와 땅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2004 김민수
땅콩은 꽃이 진 후에 꽃을 피웠던 줄기가 길어지면서 땅으로 파고 들어가 열매를 맺는다. 땅콩의 꽃이 그냥 폼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자꾸만 들여 보면서 북을 충분히 주었다.

▲ 살짝 땅을 파 보니 땅으로 파고 들어간 줄기에서 이렇게 땅콩이 열립니다.
ⓒ2004 김민수
이제 저 땅콩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 생각하니 행복해졌다. 아침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땅콩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은 더 좋아졌다. 저절로 휘파람이 나는 새벽이다.

하늘에서 꽃을 피우고 땅에서 열매를 맺는 땅콩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우리네 사람살이에서는 조그만 성과도 크게 부풀려 말하기 일쑤요, 때로는 없는 것까지도 있다 하고, 자기를 알리지 못해서 난리들인데 땅콩을 자기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열매를 살포시 흙에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생각이요, 콩과의 식물들은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니 고난과는 아예 벗하여 사는 묘미를 아는 것들이구나 하는 것이 두 번째 생각이었다.

콩은 딱딱하다. 물러터지지도 않고 딱딱해서 일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비썩 말라 있다가도 흙만 만나면 이내 새순을 낼 줄 아니 죽음을 넘어설 줄 아는, 부활의 신비를 품고 산다.

그랬다. 모든 것은 허투로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늘 아침 텃밭에서 만난 땅콩, 그들은 말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 이야기는 너무 선명해서 마음 속 깊이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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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1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진짜, 신기하다!!! 땅콩, 당연히 콩깍지처럼 그냥 열리는 줄 알았는데.^^

panda78 2004-08-16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쵸! 저도 시댁에서 흙에서 막 파낸 땅콩 받아오면서도 아무 생각 안했는데, 이거 보니까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반딧불,, 2004-08-1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고 들어가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냥 땅 속에서 열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요거 퍼가서 다른 곳에 좀 올릴께요.^^;;

panda78 2004-08-16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너무 신기하죠! 정말.. 모르고 있는 것들이 무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
쌀나무 어쩌고 하는 애들 뭐라 그럴게 아니더만요. ;;;
 
 전출처 : 밀키웨이 > Gustave Doré의 Fairy Tale Illustrations

구스타브 도레 (Gustave Dore) - “세계 고전을 독특한 상상과 구도로 구상화해낸 근대 일러스트레이션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한 시대 삽화의 전형을 일궈낸 구스타브 도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났다. 소년시절부터 석판화를 배웠고, 파리에서 풍자잡지에 삽화를 그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인상주의나 현실묘사에 등을 돌린 채 정확한 소묘력과 극적인 구도로써 환상과 풍자의 독특한 세계를 구현해 내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클래식한 우아미와 장엄미, 디테일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절묘하게 녹아 있는 삽화로 “전 세계 모든 문학의 명작을 시각화 한다”는 장대한 계획을 세우고 호화 판화본 제작에 들어갔다. <신곡>을 시작으로 <성서>, <돈키호테>, <실락원>, <라 퐁텐 우화> 등으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단순한 삽화의 개념을 넘어서 각 작품만으로 충분히 명화로서의 깊이와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이 시리즈는 고전의 상상력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태어나고 같은 해 생을 마감하여 생몰년대가 같은 마네와는 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당시 마네는 몇몇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했을 뿐 거의 무명화가로 일생을 살았으나 도레는 당대 최고 권력자인 나폴레옹 3세와도 친분이 두터웠을 정도로 시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백여 년이 흐른 지금에는 그 운명이 바뀌었다.

Sleeping Beauty

  

 






Little Red Riding Hood

 

 

Blue Beard

  


 

Puss in Boots


 

Cinderella

    

 

Riquet with the Tuft

 

Little Tom Th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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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8-1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 님께서 올리신 페이퍼를 퍼 왔다. 윗 그림들 중, 빨간 두건, 푸른 수염, 엄지 동자 그림은 세계 민담 전집 프랑스 편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들이다! 밀키 언니,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검색의 대대마왕! @ㅂ@

2004-08-16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8-16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성님 애프터 서비스까지.. ^^
감사합니다---- <(_ _)>

밀키웨이 2004-08-16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무거운 궁딩이를 해가지고는 어찌나 급하게 튀어가던지 원...
여기까지 낑낑대며 들고 오는 수밖에 ㅋㅋㅋ

panda78 2004-08-16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흠흠.... 쩝. (아이, 참! 저 운동할 거야요- 가을만 되어 봐. 내 운동해서 엉딩이 살 빼고 말거야요!)
아니, 그게.. 페이퍼가 워낙 훌륭해서리... (많은 분들이 퍼 가셨다구요. 저만 그런 거 아니라구요. 잉잉. 저 혼자만 훔쳐서 도망치듯 샤샤샥- 나오기는 했지만서두... ;;;; 헤헤..)
 
세계 민담 전집 07 - 터키 편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7
이난아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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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의 세계 민담 전집 시리즈는, 현재 10권이 나와 있고 앞으로 수 십권이 더 나올 예정이란다. 원어 전공자가 제대로 번역했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학교 5-6학년 시절, 뒷집에서 빌려다가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웅진 세계 전래동화 전집이 떠올라서 바로 보관함에 넣었다. (손에 넣은 것은 그보다 한참 뒤지만...)
 
터키 편에는 내가 특히 사랑하는 이야기인 <레몬 처녀>가 실려 있어 정말 반가웠다. 그림책 <레몬 처녀>도 빌려 읽었었는데, 그림이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아마도 그 그림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레몬 처녀 이야기를 이만큼 좋아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만 그 때 읽은 것은 어린이용 축약본이요, 지금 읽은 것은 원어 전공자가 제대로 번역한 성인용 판본인데, 딱히 다른 점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또한 삽화가 하나도 없는 것도 아쉬웠다. 터키 민담 관련 그림들을 어쩌다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민담에 묘사되어 있는 정경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런 멋진 삽화들이 몇 장이라도 곁들여져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프랑스와 러시아 민담 같은 경우 삽화가 실려 있다.)

러시아 편은 주가 아주 잘 달려 있어 주가 없었더라면 눈여겨 보지 않았을 부분도 찬찬히 보게 되어서 더욱 좋았던 것에 비해, 각주가 있기는 하지만 그저 단어 설명에 그친 점도, 다른 민담집보다 별점을 하나 덜 준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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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8-16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민담전집은 기획 의도는 참 좋은데 책 모양이 좀 빈약해요. 그죠?? 좀더 신경 써서 돈 더 들여서 곱게 만들면 좋았을 텐데..
근데 판다님은 이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데이 매직 실행중?? 파이팅이여요!! ^^

진/우맘 2004-08-16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헤~~~ 내 손에 있는 그 책이고나... 기대 만발.^^

panda78 2004-08-16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즐겁게 읽으소서, 진.우맘님!
스따리님,,, 황가의 양장본인데- 짝-! 쪼개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뭐. ;;;;

panda78 2004-08-17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 그게 말이죠.... 한 주에 하나 정도로 안될까요? ^^;;;
 
세계 민담 전집 08 - 프랑스 편 황금가지 세계민담전집 8
김덕희 엮음 / 황금가지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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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민담과 지방 민담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페로 민담 쪽에 아는 이야기가 많았다. 어렸을 때 페로 동화집을 읽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당나귀 가죽'과 그 유명한 '푸른 수염', 그리고 '엄지동자(헨젤과 그레텔과 좀 비슷하다)'까지.

다만 페로 민담의 빨간 두건(모자?)이야기 대신, 그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할머니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독특했다. 할머니 이야기에서 소녀는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나중에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자 그 속에서 할머니와 함께 굴러나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할머니 이야기는 단지 잔인한 부분이 삭제된 빨간 두건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할머니 이야기가 더욱 잔인하다. 늑대에게 잡아 먹혔으면서도 그 뱃속에서 살아있는 빨간 두건 이야기가 훨씬 더 동화적이다. 그 늑대는 사람을 씹지도 않고 삼키는 재주와 함께 소화액의 부족이라는 지병이 있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뭐 그건 그렇다치고.

할머니 이야기에서 늑대는, 할머니를 죽인 뒤 그 살은 상자 속에 넣고 그 피는 병에 넣어 찬장 위에 놓아 둔다. 소녀가 도착하자  늑대는 소녀에게 상자 속의 고기와, 병 속의 포도주를 마시라고 한다. 소녀가 먹고 나자 옆에서 작은 고양이(난데 없이 등장한)가 말한다. "저런 고약한 계집애, 자기 할머니 살을 먹고 피를 마시다니!"

결말은 아주 우습지만, 세상에 저만큼 잔인한 민담이 또 어디 있을까... (사실 흔하디 흔하다. 인간은 원래 잔인한지도... )

페로 민담에는 흑백 삽화가 몇 점 곁들여져 있고, 지방 민담에는 단 두 점이지만 칼라 삽화도 수록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칼라 삽화 한 점과 그 그림의 부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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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8-1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민담이며 전래동화가 잔혹하기 그지 없고 야~~하기조차 하지요 ^^

미완성 2004-08-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소녀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ㅜ_ㅜ

panda78 2004-08-1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 성님, 녜, 그렇지요! ^ㅂ^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
사과양, 흐흐. 맛있게 먹고 마신 뒤 기지를 발휘해 도망갑니다요, 녜. 만쉐이-

불량 2004-08-16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벌써 이 책이 8권까지 나왔나요..
그 고양이는 먹고 마시기 전에 나와서 알려주지..꼭 남의 집 바람난 남편 목격담 이야기하듯 얄밉게 구네요..쳇.

panda78 2004-08-16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불량유전자님 최고! 바람난 남편 목격담이라니! ㅋㅋ
1차분 10권이 한꺼번에 나왔구요, 앞으로 계---속 나온다는군요. 집시 민담 읽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

마태우스 2004-08-16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읽으니까 왠지 모를 뿌듯함이...

panda78 2004-08-1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마태님 덕분에 정말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답니다. 감사드려요 <(_ _)>
3권을 읽고 나니 이제 됐다 싶기도 하지만요. ^^;;;
 
 전출처 : 로렌초의시종 > 읽어봐야 하려나......-소설 ‘다빈치 코드’ 속 ‘최후의 만찬’ 둘러싼 논쟁-동아일보

[줌인]소설 ‘다빈치 코드’ 속 ‘최후의 만찬’ 둘러싼 논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소설 ‘다빈치 코드’는 이 그림에 예수의 결혼이라는, 금기시됐던 소재가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여주인공 소피 느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깜짝 놀란다. 예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인물이 ‘흐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과 섬세하게 모아 쥔 손, 살짝 솟은 가슴’을 가진 영락없는 여자였던 것이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제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너희들 중 하나가 나를 배신할 것”이라고 예언한 직후의 미묘한 분위기를 그린 작품이다. 분명 예수와 12명의 제자만 등장해야 할 장면에 웬 여자인가.

 지난해 미국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소설 ‘다빈치 코드’는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인간이고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해 자식을 뒀다’는 파격적인 가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국내에서도 6월 번역 출간된 뒤 지금껏 대부분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소설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수의 숨겨진 비밀을 지켜 온 시온 수도회의 멤버였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후세에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는 그림이 바로 ‘최후의 만찬’이다.

●‘최후의 만찬’의 미스터리

그림 1과 2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3은 바사노 자코포, 4는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최후의 만찬’. 그림 2에서 베드로의 손(푸른색 테두리)은 어찌 보면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그림 왼쪽 아래에 칼을 쥐고 있는 손(검은색 테두리)이 논란이 일고 있는 ‘익명의 손’이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몇 가지 논란이 될 만한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예수의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제자가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점. 다빈치 코드에 따르면 이 인물은 (예수와 결혼한) 마리아 막달레나다. 수염이 없는 갸름한 얼굴, 흰 피부와 긴 머리가 여성으로 착각할 만하다. 더욱이 예수는 붉은 겉옷에 푸른 망토를 걸쳤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푸른 겉옷에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어서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보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려 놓음으로써 기독교가 예수의 결혼을 숨기기 위해 여성성을 철저히 배제해 왔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려 했다는 것이다.

 이 인물의 오른쪽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있는 인물은 베드로다. 그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몸을 기대며 손을 마치 칼날처럼 펴서 그녀의 목에 들이대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이를 예수가 자신의 후계자로 마리아를 지명한 데 대해 베드로가 반발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림 왼편 제자들 사이에 불쑥 나온 단검을 들고 있는 손이 누구 것이냐 하는 점도 논란거리. 다빈치 코드는 이에 대해 ‘익명의 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했고 누구보다 인체 묘사가 정확하기로 이름났는데 이 손은 너무나 어색한 위치에 그려져 있다.

 이 밖에도 테이블 어느 곳에도 ‘성배(聖杯)’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빈치 코드에 따르면 성배는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그림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론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외에도 ‘최후의 만찬’을 다룬 그림을 그린 화가는 많다. 예수가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식사를 하는 장면은 그의 생애 가운데 가장 극적인 순간의 하나로 성화(聖畵)의 단골 소재였다.

 논쟁의 핵심은 역시 예수 옆자리의 인물이 누구인가 하는 점.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여성처럼 보이는 이 인물은 사도 요한이다. 사도 요한은 12명의 제자 가운데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미소년이었다. 예수의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은 제자로 알려져 있어서 최후의 만찬을 그린 다른 화가의 그림에서도 언제나 예수의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것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예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슬퍼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벽화 상당 부분이 훼손돼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이 남성복이다 △만약 그가 마리아라면 제자가 11명밖에 안 남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여러 장의 사전 스케치에도 여성의 얼굴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소설적 상상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베드로의 모습은 어떻게 해석될까. 대체적으론 성질 급한 베드로가 예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배신자가 누구냐”라고 예수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요한에게 묻는 모습이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손을 목에 댄 것이 아니라 귓속말을 하기 위해 어깨를 잡은 것이다.

 ‘익명의 손’은 베드로의 손이라는 게 전통적인 견해다. 물론 구도가 어색하긴 하지만 이 칼은 단검이 아니라 식사에 쓰였던 나이프였다. 예수가 체포되기 직전 베드로가 대사제의 종인 말코스의 오른 쪽 귀를 칼로 자르는데 그림이 이를 암시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50여년 후 바사노 자코포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도 베드로는 칼을 쥐고 있다.

 성배가 없다는 점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최후의 만찬’은 제자의 배신과 예수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황이 생략되는 경향이 많았다.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최후의 만찬’에는 빵을 써는 칼도, 포도주 잔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빵과 접시뿐이다.

●해석의 문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이탈리아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에 그려진 가로 880cm, 세로 460cm의 대형 벽화다. 제작된 지 500여년이 됐고 장소가 수도원 식당이다 보니 습기에 의해 심하게 훼손됐다. 그림을 둘러싼 논란은 수백년에 걸쳐 이뤄진 훼손과 수많은 덧칠과도 연관이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에서 후세를 위한 코드를 숨겼는지, 후세가 이를 제대로 해석했는지 여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오히려 성서 초기 역사의 해석이 논란거리다.

 다빈치 코드가 800만부 이상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고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미국 내에선 책이 담고 있는 종교관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다빈치 코드 뒤집기’, ‘다빈치 코드의 사기극’ 등 현직 종교인들이 낸 책도 10여권 출판됐다.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의 저자인 마거릿 스타버드는 “예수가 결혼했다거나 마리아가 그의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증명할 길은 없다. 하지만 이 이설이 중세에 폭넓게 신봉됐던 이교의 교의이고 수많은 예술작품과 문학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로마 교회에 의해 심하게 공격당했고, 냉혹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댈러스 신학대의 대럴 보크 교수는 뉴욕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논쟁이 기독교 신앙과 기독교 초기역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재해석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입력 | 2004-08-12 16:39

http://www.donga.com/fbin/output?f=totaljw&code=jw_&n=2004081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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