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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페일레스 > 홋카이도 O2S의 눈물 젖은 체험

홋카이도 O2S의 눈물 젖은 체험
At 10:33 PM 99.6.17

  'O2S 눈물젖은 체험담'을 저도 하나. 겨울 홋카이도의 O2S는 상상 이상으로, 이상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완전 오토 락'이라고 저는 이름 붙였는데, 열쇠를 잠그려 하든 잠그지 않든 겨울의 O2S 도어는 얼어붙어서 안 열립니다. 저는 그걸 몇 번 경험한 끝에 열쇠를 잠그는 걸 그만뒀습니다. 그 뒤, 포장은 얼어서 찢어졌습니다. 빙점 아래서 바삭바삭해진 포장을 보고 '찢어지지 않는 건가'하고 생각하자니 아니나 다를까 어느 아침, 장지문에 뚫린 구멍처럼 여러 군데 발견됐습니다. 뜨아. 껌 테이프로 응급처치를 하고, 그렇게 해서 껌 테이프는 자동차의 상비품이 되었습니다(구멍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밖에는,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바깥쪽에도 안쪽에도 얼음이 얼고, CD 체인저는 고장나 버리고 하는 정도입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쪽은 겨울용으로 한 대 더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홋카이도에 한한 일입니다만.

  홋카이도에서 O2S를 소유하는 것은 정말로 힘들겠군요. 동정합니다. 허나 그렇게까지 해서 O2S에 타려고 하는 각오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O2S 오너의 거울입니다. 국민영예상까지는 드릴 수 없지만, 기운내 주세요.

*O2S(Open 2 Seater): 말 그대로 열려진(open) 2인승 자동차(two-seater). 뚜껑이 없는 2인승 스포츠카를 생각하시면 될 듯.

번역: 페일레스



  저렇게까지 해서 그…… 뭐냐, 쭉쭉빵빵한 금발미녀를 태우고 한여름의 고속도로를 달려야 마땅할 스포츠카를 겨울의 홋카이도에서 타는 사람도 있군요. 저도 존경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쪽'이라면 한여름에 미녀를 태우고 다니겠지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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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겜보이 2005-12-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재밌는 연재가 시작되었네. 다 읽고 싶은데 집에 가야 할 시간! ㅠ.ㅠ

panda78 2005-12-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출처 서재에 들러주삼! ^ㅂ^
 
 전출처 : 페일레스 > 소설 속에 들어있는 독소

소설 속에 들어있는 독소
At 11:27 PM 99.5.22

  처음 뵙겠습니다. 대학교 3학년의 여자입니다. 부르터스(6월 1일호)의 인터뷰에서 "독이 없으면 소설은 되지 않는다"나, 몸이 건강치 못하면 "'독이 되는 것'을 지탱하지 못한다"고 한 말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독이 없으면……" 하는 발언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확실히 항상 어떤 독이 들어있고, 그게 재미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스푸트니크의 연인』. 마지막에 어떤 희망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막힘없이 읽어버렸고, 무언가 상쾌함까지 느껴질 기세였습니다만, 거기에서야말로 상당한 '독'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작품은 어떻게 해도 그 뒤에 숨겨진 것이 신경쓰여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제가 너무 깊이 읽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어의 distortion이란 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모양이나 소리 따위가 일그러진다는 뜻입니다.
  저는 소설 속에 들어있는 어떤 종류의 독소에 의해 독자가 갖고 있는 일상의 이미지가 미묘하게(시나브로) distort하고 있다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구석이 있습니다(불쾌한 녀석이군요). 허나 소설이란 결국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즐겁게 전기양의 꿈을 꾸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전기양의 꿈: 지난 세기 최고의 SF 소설 중 하나로, 필립 K. 딕이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의 패러디인 듯. 이 소설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번역: 페일레스




  역시 음흉한 사람이었군요, 이 아저씨. 확실히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 보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일상까지 이상하게 보이는 현상이 가끔 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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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페일레스 > 아주 근사한 편지를 쓰는 요령

아주 근사한 편지를 쓰는 요령
At 5:05 PM 99.6.1

  갑작스럽지만 하루키씨의 소설에 나오는 편지는 대단히 멋지네요. 『노르웨이의 숲』의 레이코씨의 편지라던가 『태엽감는 새』의 카사하라 메이의 편지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멋진 편지를 쓸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무엇이든 상담실'의 무라카미씨에게 상담입니다. 멋진 편지를 쓰는 요령이란 있는 걸까요? 만약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꼭 가르쳐 주세요. 그럼.

  안녕하세요. 차가운 것 같지만, 훌륭한 편지를 쓰는데 필요한 것은 재능입니다. 요령은 없습니다. 여성을 설득하는 재능을 갖고 있는가 갖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노하우화할 수 없지요. Some people can sing, others not. 이란 거죠.
  허나 그렇게 해버리면 너무 노골적이어서 재미가 없기 때문에 몇 가지 덧붙이자면, 요령은 차치하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고쳐 쓴다'는 겁니다. 쓴 그 날에 부치는 따위 당치도 않습니다. 중요한 편지라면, 적어도 3일은 걸려서 고쳐 씁시다. 그 다음에는 같은 상대에게는 언제나 언제나 똑같은 듯한 편지를 쓰지 않는 것. 어떤 때는 짧게, 어떤 때는 길게, 어떤 때는 쿨하게, 어떤 때는 뜨겁게, 이것도 요령입니다. "설명하지 말고 생각하게 해라" 는 것도, 때로는 비교적 중요한 겁니다. 설명이 많으면, 편지는 지루하게 됩니다.

번역: 페일레스




  가끔 이런 내용의 글을 읽으면, 유들유들한 문장과 달리 이 양반도 고집불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른 일에는 융통성이 있지만,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죽어도 아닌 그런 사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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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2005-12-2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는 유치하고 서투른 글이라도 좋은데..잼있잖아.
 
 전출처 : 페일레스 >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죠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죠
At 2:25 AM 99.5.9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남자란 어쩜 그렇게 어리석은 거죠!! 여자는, 괴로워서 어쩔 수 없을 때 꽉 껴안아 주며 괜찮아 하고 말해주면 그걸로 해결해버리는 일이 많이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해주지 않는 남자뿐인 걸까요? 다들 떼를 쓰거나, 모른 체 하거나……. 제 남자 고르는 법이 잘못된 걸까요? 하루키씨였다면 꼭 껴안아 주나요? (토오쿄오도의 주부)

  안녕하세요. 남자는 바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잘 모르시는군요. 저라면 물론 껴안아 드립니다. 때때로 타이밍을 못 맞춰서 걷어차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번역: 페일레스



  저 주부도 고민이 많으시군요. 하루키 잡문의 생명은 적절한 비유와 이런(타이밍을 못 맞춰서 걷어차이는) 반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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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페일레스 > 소설을 쓰는 방법

소설을 쓰는 방법
At 9:54 PM 99.5.7

  지금, 소설을 쓸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생경험도 그다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고, 어휘력도 초등학생이 수염을 기른 정도입니다만……. 무라카미씨의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언제나,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라던가 소설 쓰는 법의 힌트 같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용기가 생깁니다. 물론, 무라카미씨처럼 멋진 소설은 쓸 수 없다 해도, 어떤 꿈의 소설(무라카미씨 같은)을 쓰게 된다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7살, 공무원)

  안녕하세요. 제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29살 때입니다. 전에도 몇 번인가 썼습니다만, 소설을 쓰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잘 되면 좋은 소설을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위에 운이 좋다면 신인상이라도 타서, 소설가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건 지난한 업業입니다. 꽤 힘듭니다. 그러니까, 우선은 '자신을 위해서 소설을 쓴다' '즐겁기 위해 소설을 쓴다' 고 하는 점에 포인트를 좁혀서 쓰게 된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여러 가지 책을 마음껏 읽을 것을 권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경험도 어휘도 그렇게는 필요없습니다. 허나 책만은 뒤집어쓸만큼 읽지 않으면 안됩니다. 스포츠 선수의 '달리기'와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겁니다.

번역: 페일레스



  조금 얘기가 다른데, '소설은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외에 하루키가 항상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재능보다 건강'입니다. 재능이 넘치는 천재라면 아무리 병들고 신경질적이라도 치약에서 튜브를 짜내는 것처럼 작품이 술술 나오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재능이란 다들 거기서 거기, 비슷비슷하죠. 그래서 하루키가 "작가로서 최악의 경우는 재능도 시원치 않은데 신경질적인 것이다"라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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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1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해야 하고픈 걸 할 수있으니까요 몸이 아프면 하고 픈 것도 만사 귀찮아지죠

검둥개 2005-12-21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로서 최악의 경우는 재능도 시원치 않은데 신경질적인 것이다" ㅎㅎㅎㅎㅎ ^^

하치 2005-12-2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과 같은 의견입니다.ㅎㅎㅎㅎ

거친아이 2005-12-2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는 건 쉽지만, 쓰는 건 너무 버겁게 느껴집니다. 아직은..꿈은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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