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수녀의 유럽 미술 산책 P.159 - 161
홀바인은 전형적인 독일 화가라고는 할 수 없다. 그는 '떠나간 독일인'으로 (그를 폄하하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십대 때 스위스로 건너갔으며 나중에는 영국으로 가서 헨리 8세의 궁정 화가가 되었다. 부드러운 완성도를 보여주는 홀바인의 작품들은 개별 국가의 특징보다는 국제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독일인다운 내적인 것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기체의 깊은 내면이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세계였다. 홀바인은 마치 열쇠구멍을 통해 보여지는 것 같은 이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질문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단서가 많이 있는데, 우선 그의 이름과 나이를 알 수 있게 하는 안내문이 있다(그는 서른 네 살이다), 또한 런던의 스틸야드Steelyard에서 온 편지가 있는데, 그 편지를 통해 우리는 이 사람이 한자동맹에 소속된 상인이며, 무역에 필요한 도구들을 자신의 깔끔한 녹색 사무실에 정리해 두고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저울, 책, 상자들, 봉인, 장부, 약간의 현금 등 그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보인다. 빛나는 새틴으로 된 소매를 봐서 그가 부유한 상인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아주 훌륭한 이국적 테이블 보가 깔려 있고, 베네치아산으로 보이는 꽃병도 놓여 있다.
꽃병에 꽂혀 있는 카네이션이 친밀한 분위기를 주고 있는데, 카네이션은 원래 약혼을 상징하는 꽃이다. 결국 이 초상화는 그의 약혼녀였던 크리스틴 크루거에게 주려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그녀를 감동시키고 싶었을 것이다(벽에 붙어 있는 그의 좌우명, "그냥 생기는 즐거움은 없다"를 보라). 약혼녀로서는 진지하고, 책임감있고,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심하기까지 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사랑스럽게 매달려 있는 공 같은 것은 향갑으로, 그 안에는 향기로운 꽃잎들이 채워져 있어서 방안에 향기를 더해준다. 또한 금시계는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면 안된다는 것을 사기키셔 준다.
물론 이 그림은 사적인 초상화이지만, 홀바인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것까지 보여주지는 않았다.그는 기체의 사생활을 존중해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화가는 초상화를 모델의 사무실에서 그림으로써 더욱더 그를 보호해주고 있다. 다른 배경에서 그렸다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외로움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 개인적인 작업실의 친숙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는 착하고, 진지하고, 외로운 젊은 기체를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홀바인이 표현하고 있는, 보호받는 공간에서의 행복한 느낌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는 일상적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화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