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이야기 1 - 생명의 빛
김민웅 지음 / 한길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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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권이라지만 입말투의 강의를 묶어놓은 터라 잘 읽힌다. 아무튼 교회 다니며 <창세기>에 대해 알게, 모르게 들은 바도 있고 내용도 낯설지 않다. 교회에서 이 책을 몇 번 읽은 적이 있는데, 책과 책의 저자를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기독방송의 '성서학당'이란 프로그램이 꽤 유명한 모양이다. 왜 나만 모르고 있었을까?  

  김민웅은 강준만을 통해 알게 됐다. <인물과사상> 한 꼭지에서 김민웅을 다뤘는데, 비교적 호의적으로 말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언론인>이란 책에서도 '리영희의 뒤를 잇는 논객'으로 김민웅을 다루기도 했다.  

  김민웅은 근래 활동이 부쩍 는 것 같다. 성공회대 교수로 있으면서 '성서학당'을 비롯해 강연도 꽤 하고 있다. 한길사에서 마련했던 '함석헌 낭독의 밤'의 사회도 보고, 같은 출판사에서 펴내는 무크지 <담론과 성찰>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정당에서 마련한 토론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춘다.   

  김민웅은 사실 동생으로 인해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짧은 정치활동 기간에 여러 패착을 둔 김민석은 본인과 더불어 형의 이름까지 널리 알려지게 했다.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이 청문회에 나온 김민석을 봤냐고 물은 적이 있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이라며 흥분하시던 게 생각나는데 김민석의 이후 행보는 그 분의 예견과는 정반대가 되었다. 노무현과 정몽준의 거리는 얼마만큼일까? '동에서 서가 먼' 만큼 멀 듯 한데 그 거리감을 넘나들만큼 김민석은 품이 넓은 정치인인가?

  책으로 돌아가 김민웅의 성서 읽기는 사둘만한 점이 많다. 창세(創世)라는 시대가 시간적으로 현재와 멀지 않다 말한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끝없는 소요를 <창세기>의 시간에서도 바라보는데 이 걸 저자의 전공과 연결시키자면 '국제정치학적' 성서 읽기라 하겠다. 또 다른 특장은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창세기>의 주류라면 물론 유대인과 남성일텐데 저자는 비유대인과 여성의 삶도 조용히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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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6-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석이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장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죠?

이 아저씨가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14 16:48   좋아요 0 | URL
김민석은 자기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의 정치 인생도 별다른 전망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총학생회장과 정치인의 삶은 많이 다르죠. 그의 언행을 보면 여전히 학생회장의 그 수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을 때도 자신이 마치 개혁 세력의 대표인양 검찰이 총동원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하던데 김민석이 뭐 그리 대단하길래 검찰이 그런지는 모르겠구요.
 
고백록 - 님 기림의 찬가, 진리에 바치는 연가 다시 읽고 싶은 명작 4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최민순 옮김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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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견문으로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깊이가 있다.  
 

  견문이래 봤자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과 그의 어머니 모니카 정도겠지만.  

 

  고백의 양식을 띠고 있지만 언제나 논증의 체계를 버리지 않는다.  

 

  신앙인과 신학자의 절묘한 마주침이다.  

 

  시대가 변했대서 두 실존의 본질마저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着語: 최민순 신부의 번역은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대체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갈래를 놓고 보면 생각을 달리 갖게 된다. 그의 번역 문체는 <신곡>(을유문화사 펴냄) 같은 극갈래에는 잘 어울리나 <고백록>처럼 고백과 논증이 섞인 글에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논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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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6-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의 세계>를 철학자와 시인의 번역으로 읽은 적이 있었어요. 철학자는 논리에 강하고 시인은 형상화에 강하더군요. 철학자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니까 빼먹은 부분을 시인이 형상화해놓은 것을 보았을 때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있어요. 번역가에게도 자신의 능력이 극대화되는 영역이 따로 있는듯 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8 14:32   좋아요 0 | URL
최민순 신부도 시인이랍니다.
반백년 가까이 된 번역이 지금도 명편으로 불리는 건 번역이 훌륭한 증거도 되겠지만 그만큼 우리의 번역이 열악하다는 증거도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승자 시인이 저 책을 번역했죠? 개인적으로는 작가들의 번역을 좋아하는데요. 우리 말을 잘 다루는 게 번역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작고한 박이엽 선생이나, 김석희씨가 좋은 예가 될 듯 합니다.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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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복거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사람의 책을 띄엄, 띄엄 읽고 만다. 좋아하지 않는 독자가 책을 읽게 할만큼 그는 대단한 작가인가? 이번 책은 일종의 중국학인데 제목에 혹해 또 읽고 말았다.

  무서운 제목인데 책의 요지는 이 정도다. "이처럼 중국의 공산당 정권은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깊었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실제로 한반도 사태에 깊이 개입해왔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에 대항할 힘은 미국의 영향력이다. 근년에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60-61면) 

  그럼 복거일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할까? 복거일을 아는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다시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반미운동 같은 건 해서는 안 된다. 하여 지난 10년의 민주정부는 반미운동을 했기에 나쁜 정부가 된다. 미국은 '착한' 제국주의 나라이고, 중국은 '나쁜' 제국주의 국가이기에 미국의 그늘 아래 있는 게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이 된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건 사실이다. 천안함 사건만 봐도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의 입을 한국정부가 애타게 쳐다보고 있다. 남한만 그럴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바삐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찾은 김정일은 또 어떻고? 복거일도 책에서 언급하지만 자국을 찾은 한국의 대통령을 외교부 대변인 따위가 혼내는 건 내가 그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낯 뜨거운 일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조공을 드린 시절이 있다. 우린 잊고 싶은 일이겠지만 중국은 잊으려 하지 않는다. 사담을 꺼내자면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적 있는 중국의 망명 시인 베이다오(北島)를 강연회에서 본 적이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요지의 질문을 하나 했는데 정색하며 금시초문이라 대답했다. 동양과 서양을 동서(東西)라 표기하지 않고 굳이 중서(中西)라 쓰는 등 여러 근거를 들며 질문했는데 고개를 저으니 더 이상 대거리를 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싫어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도 중국은 늘 아시아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복거일의 해결책은 난감하지만 상황에 대한 진단만은 정확한 듯 싶다. 이 책의 사둘만한 점이다.

 

               복거일(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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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6-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고세운 닥나무님. 복거일이 얘기하는 '착한 제국주의'와 '나쁜 제국주의'의 기준이 뭔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1 11:29   좋아요 0 | URL
미국은 비공격적이랍니다. 중국은 공격적이구요. 또 미국은 민족주의가 약하고, 중국은 강하구요.
근데, 결국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이고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라 제국주의도 착해지고 나빠진다는 것 같아요. 제겐 그 논리가 궁색해 보였습니다.

다이조부 2010-06-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대 초반에 복거일을 꾸준히 읽었는데, 요즘에는 잘 안 읽게되네요.

거부감이 드는 주장을 종종 하지만, 이상하게 찾아서 읽게 되는 구석이 있어요.

이 아저씨 말이죠~ 고종석이 무진장 좋아했던 사람인데, 고종석이 히스토리아 라는

책에서 5월8일 어버이날 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짤막한 글을 썼는데, 내용의 요지가

복거일의 책 구절과 무척 흡사해서 씨익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1 13:29   좋아요 0 | URL
그쵸? 싫은데도 읽게 돼요.
일전에 <비명을 찾아서> 말씀하신 기억이 있는데요. 모르겠어요. 근래 펴내는 소설은 정말 황당무계 하더군요. 이문열의 소설적 파탄을 떠오르게도 하구요.
그나마 산문이나 사회평론은 볼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고종석이 복거일을 좋아하나요? 흥미가 생기네요^^

다이조부 2010-06-0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은 복거일의 아주 성실한 독자입니다~

고종석과 복거일은 언뜻 보면 어울려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고종석은 복거일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대접합니다.

복거일이 친일파에 관한 변론에 관한 무척 두꺼운 책을 출판했는데,

고종석은 그 책을 읽고, 비판적인 하지만 상당히 촘촘하게 분석한 논평을

썼는데 피드백은 없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전에 세상을 등진 정운영과 복거일 사이에 자유주의 논쟁이 있었는데,

과문해서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2 10:57   좋아요 0 | URL
두 사람을 자유주의자라고들 하죠. 물론 두 사람의 지향은 꽤 멀다는 생각을 하지만요.
그만큼 자유주의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도 하구요. 강준만도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불러달라고 하니까요.

다이조부 2010-06-0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는데 복거일이랑 노무현이랑 동갑이군요~

주인장이 책 별점은 거품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은 점수가 짜네요~ ^^

정말 별로였나봐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챙겨보ㅏ야 겠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3 09:33   좋아요 0 | URL
혼자 이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으로 복거일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재미난 장면들이 많이 속출될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책이 근래 써내는 소설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2010-06-0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5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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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문학동네의 작가 소개를 인용한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를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해럴드 블룸이 무슨 기준으로 이리 꼽았는지 알 수 없지만 네 작가가 모두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이다. 핀천이야 김성곤 교수가 오래 전부터 소개(<제49호 품목의 경매>)해왔고, 매카시는 국내에선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드릴로는 근래 창비에서 소설 두 권(<화이트 노이즈>, <리브라>)이 번역되었다. 로스는 국내 소개가 늦은 편인데-이 소설이 <에브리맨>에 이은 두 번째 번역이다-세간의 평을 보아하니 번역이 꽤 될 듯 싶다.  

  미국문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해럴드 블룸은 수상쩍다. 4대 작가로 꼽은 네 사람을 보니 더욱 그렇다.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이며 백인의 남성이다. 유색인은, 여성은, 다른 경향의 작가는 모두 어디 가고 이들만 미국 문학의 산맥이라 할까? 에드워드 사이드는 말년의 저서에서 블룸을 가파르게 비판했다. "정전적 인문주의라 불리는 오만한 유미주의의 극단적 형태를 보여주는 대중연사인 해럴드 블룸은 정신의 활기 넘치는 현존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부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블룸은 언제나 공개강연에서 받은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하고, 다른 주장들에 개입하기를 거부하며, 그저 단언하고 확언하고 읊조릴 따름입니다. 이것은 자기상찬이지 인문주의가 아니며, 물론 진일보한 비평도 아닙니다."(<저항의 인문학>) 사이드가 블룸이 꼽은 네 사람의 작가를 어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썩 좋은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을 성 싶다.  

  소설은 꽤 흥미롭다. 흑인인 사실을 감추고 백인이며 유대인 행세를 하던 노교수가 흑인 학생들을 인종차별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대학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 넷의 여자를 정부로 둔 노교수는 어느 날 월남전 참전으로 정신병을 앓던 정부의 남편에 의해 여자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난잡한 이야기들로 미국이 들썩일 때 자신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하는 한 남성-그는 흑인인가, 백인인가, 유대인인가?-이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하는 여성-그녀는 문맹인가, 아닌가? -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중요한 건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늘 속여왔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의 행복은 잠시뿐이다. 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정부의 남편-월남전에서 사람을 죽인 후 자신을 미쳤다고들 하는데 그는 정말 미친건가?-에 의해 둘의 행복은 끝이 난다. 소설은 일찍이 마크 트웨인이 간파했던 '거짓말의 나라 미국'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03년작 영화도 있다. 정부(포니아)역의 니콜 키드만이 눈에 거슬리지만 챙겨봐야겠다. 요새 한 선배의 소개로 토렌트(µTorrent)를 이용하고 있는데 때마침 영화를 찾았다. 물론 자막이 없지만 줄거리를 아니 꾹 참고 봐야겠다.

 

       Philip Milton Roth(1933-) 

 

로버트 벤턴 감독의 <The Human S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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