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물론 복거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사람의 책을 띄엄, 띄엄 읽고 만다. 좋아하지 않는 독자가 책을 읽게 할만큼 그는 대단한 작가인가? 이번 책은 일종의 중국학인데 제목에 혹해 또 읽고 말았다.

  무서운 제목인데 책의 요지는 이 정도다. "이처럼 중국의 공산당 정권은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깊었고 한국전쟁을 통해서 실제로 한반도 사태에 깊이 개입해왔다.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에 대항할 힘은 미국의 영향력이다. 근년에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60-61면) 

  그럼 복거일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할까? 복거일을 아는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다시 한반도에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를 방해하는 반미운동 같은 건 해서는 안 된다. 하여 지난 10년의 민주정부는 반미운동을 했기에 나쁜 정부가 된다. 미국은 '착한' 제국주의 나라이고, 중국은 '나쁜' 제국주의 국가이기에 미국의 그늘 아래 있는 게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이 된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건 사실이다. 천안함 사건만 봐도 한국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의 입을 한국정부가 애타게 쳐다보고 있다. 남한만 그럴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자신들은 무관하다며 바삐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을 찾은 김정일은 또 어떻고? 복거일도 책에서 언급하지만 자국을 찾은 한국의 대통령을 외교부 대변인 따위가 혼내는 건 내가 그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낯 뜨거운 일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조공을 드린 시절이 있다. 우린 잊고 싶은 일이겠지만 중국은 잊으려 하지 않는다. 사담을 꺼내자면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적 있는 중국의 망명 시인 베이다오(北島)를 강연회에서 본 적이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요지의 질문을 하나 했는데 정색하며 금시초문이라 대답했다. 동양과 서양을 동서(東西)라 표기하지 않고 굳이 중서(中西)라 쓰는 등 여러 근거를 들며 질문했는데 고개를 저으니 더 이상 대거리를 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싫어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도 중국은 늘 아시아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복거일의 해결책은 난감하지만 상황에 대한 진단만은 정확한 듯 싶다. 이 책의 사둘만한 점이다.

 

               복거일(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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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6-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고세운 닥나무님. 복거일이 얘기하는 '착한 제국주의'와 '나쁜 제국주의'의 기준이 뭔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1 11:29   좋아요 0 | URL
미국은 비공격적이랍니다. 중국은 공격적이구요. 또 미국은 민족주의가 약하고, 중국은 강하구요.
근데, 결국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이고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라 제국주의도 착해지고 나빠진다는 것 같아요. 제겐 그 논리가 궁색해 보였습니다.

다이조부 2010-06-0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0대 초반에 복거일을 꾸준히 읽었는데, 요즘에는 잘 안 읽게되네요.

거부감이 드는 주장을 종종 하지만, 이상하게 찾아서 읽게 되는 구석이 있어요.

이 아저씨 말이죠~ 고종석이 무진장 좋아했던 사람인데, 고종석이 히스토리아 라는

책에서 5월8일 어버이날 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짤막한 글을 썼는데, 내용의 요지가

복거일의 책 구절과 무척 흡사해서 씨익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1 13:29   좋아요 0 | URL
그쵸? 싫은데도 읽게 돼요.
일전에 <비명을 찾아서> 말씀하신 기억이 있는데요. 모르겠어요. 근래 펴내는 소설은 정말 황당무계 하더군요. 이문열의 소설적 파탄을 떠오르게도 하구요.
그나마 산문이나 사회평론은 볼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고종석이 복거일을 좋아하나요? 흥미가 생기네요^^

다이조부 2010-06-0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종석은 복거일의 아주 성실한 독자입니다~

고종석과 복거일은 언뜻 보면 어울려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고종석은 복거일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대접합니다.

복거일이 친일파에 관한 변론에 관한 무척 두꺼운 책을 출판했는데,

고종석은 그 책을 읽고, 비판적인 하지만 상당히 촘촘하게 분석한 논평을

썼는데 피드백은 없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전에 세상을 등진 정운영과 복거일 사이에 자유주의 논쟁이 있었는데,

과문해서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2 10:57   좋아요 0 | URL
두 사람을 자유주의자라고들 하죠. 물론 두 사람의 지향은 꽤 멀다는 생각을 하지만요.
그만큼 자유주의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도 하구요. 강준만도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불러달라고 하니까요.

다이조부 2010-06-0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랐는데 복거일이랑 노무현이랑 동갑이군요~

주인장이 책 별점은 거품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책은 점수가 짜네요~ ^^

정말 별로였나봐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챙겨보ㅏ야 겠네요 ㅋ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3 09:33   좋아요 0 | URL
혼자 이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으로 복거일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재미난 장면들이 많이 속출될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책이 근래 써내는 소설보다는 낫다는 생각입니다.

2010-06-0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5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