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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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문학동네의 작가 소개를 인용한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토마스 핀천, 돈 드릴로를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해럴드 블룸이 무슨 기준으로 이리 꼽았는지 알 수 없지만 네 작가가 모두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이다. 핀천이야 김성곤 교수가 오래 전부터 소개(<제49호 품목의 경매>)해왔고, 매카시는 국내에선 영화(<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드릴로는 근래 창비에서 소설 두 권(<화이트 노이즈>, <리브라>)이 번역되었다. 로스는 국내 소개가 늦은 편인데-이 소설이 <에브리맨>에 이은 두 번째 번역이다-세간의 평을 보아하니 번역이 꽤 될 듯 싶다.  

  미국문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해럴드 블룸은 수상쩍다. 4대 작가로 꼽은 네 사람을 보니 더욱 그렇다. 포스트 모더니즘 계열이며 백인의 남성이다. 유색인은, 여성은, 다른 경향의 작가는 모두 어디 가고 이들만 미국 문학의 산맥이라 할까? 에드워드 사이드는 말년의 저서에서 블룸을 가파르게 비판했다. "정전적 인문주의라 불리는 오만한 유미주의의 극단적 형태를 보여주는 대중연사인 해럴드 블룸은 정신의 활기 넘치는 현존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부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블룸은 언제나 공개강연에서 받은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절하고, 다른 주장들에 개입하기를 거부하며, 그저 단언하고 확언하고 읊조릴 따름입니다. 이것은 자기상찬이지 인문주의가 아니며, 물론 진일보한 비평도 아닙니다."(<저항의 인문학>) 사이드가 블룸이 꼽은 네 사람의 작가를 어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썩 좋은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을 성 싶다.  

  소설은 꽤 흥미롭다. 흑인인 사실을 감추고 백인이며 유대인 행세를 하던 노교수가 흑인 학생들을 인종차별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난다. 대학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 넷의 여자를 정부로 둔 노교수는 어느 날 월남전 참전으로 정신병을 앓던 정부의 남편에 의해 여자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난잡한 이야기들로 미국이 들썩일 때 자신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하는 한 남성-그는 흑인인가, 백인인가, 유대인인가?-이 또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지 못하는 여성-그녀는 문맹인가, 아닌가? -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중요한 건 타인은 물론 자신까지 늘 속여왔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의 행복은 잠시뿐이다. 또,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정부의 남편-월남전에서 사람을 죽인 후 자신을 미쳤다고들 하는데 그는 정말 미친건가?-에 의해 둘의 행복은 끝이 난다. 소설은 일찍이 마크 트웨인이 간파했던 '거짓말의 나라 미국'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03년작 영화도 있다. 정부(포니아)역의 니콜 키드만이 눈에 거슬리지만 챙겨봐야겠다. 요새 한 선배의 소개로 토렌트(µTorrent)를 이용하고 있는데 때마침 영화를 찾았다. 물론 자막이 없지만 줄거리를 아니 꾹 참고 봐야겠다.

 

       Philip Milton Roth(1933-) 

 

로버트 벤턴 감독의 <The Human S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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