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에우리피데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에서 인용)

 

 

 


"내 딸아, 이 어미의 마지막 (내게 남은 것이 뭐란 말인가?)

슬픔이여, 내 딸아, 너는 누워 있고, 나는 내 것이기도 한

네 상처를 보고 있구나! 보라,

내 자식들 중 아무도 살해되지 않고 죽는 일이 없도록

너마저 부상을 당했구나. 하나 나는 네가 여자라서 칼로부터

안전할 줄 알았더니, 여자임에도 칼에 쓰러졌구나.

트로이야를 파괴하고 나를 자식 없는 어미로 만든 아킬레스가,

그토록 많던 네 오라비들을 죽인 바로 그자가 너마저 죽였구나!

그자가 파리스와 포이부스의 화살들에 쓰러지고 난 뒤에 나는

'이제는 확실히 아킬레스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두려워했어야 했어. 매장된 그의 유골이

우리 집안을 향해 미쳐  날뛰고 있고, 무덤에 들었어도 그자를

우리는 적으로 느꼈으니 말이야. 내가 자식들을 많이 낳은 것은

아이아쿠스의 손자를 위해서였어. 거대한 일리온은

쓰러져 누워 있고, 백성들의 재앙은 비극적인 종말로 끝났지만,

그대로 아무튼 끝났어. 오직 나에게만 페르가마는

아직도 살아남고, 내 괴로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구나!

얼마 전만 해도 나는 그토록 많은 사위들과 아이들과 며느리들과

남편의 힘을 업고 나라에서 제일가는 여자였는데

지금은 무일푼의 추방자로서 가족들의 무덤을 뒤로하고

페넬로페의 전리품으로 끌려가는구나! 그녀는 할당된

양털실을 잣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이타카의 여인들에게 말하겠지.

'이 여자가 헥토르의 유명한 어머니이자 프리아무스의 아내다.'

그토록 많은 자식을 잃은 뒤에 네 어미의 괴로움을 위로하도록

남겨진 너마저 이제 적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졌구나!

나는 죽은 적에게 바칠 제물을 낳았던 거야.

왜 나는 이렇게 모질게도 살아 있지? 왜 나는 머뭇거리지?

비참한 노령이여, 왜 나를 살려두는 것이냐? 잔인하신 신들이시여,

어떤 새로운 재앙을 더 보게 하려고 이 노파의 수명을

늘리시는 거예요? 페르가마가 허물어졌을 때 프리아무스가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

그이는 죽었기에 행복하지. 내 딸아, 그이는 이렇게

죽어 누워 있는 너를 볼 필요 없이 목숨과 왕국을 동시에 뒤로하고

떠났으니까. 너는 공주니까, 생각건대, 너에게는 장례식이

지참금으로 주어지고, 네 시신은 조상들의 무덤에 묻히게 되겠지.

하나 집안의 형편이 그렇지 못하구나. 너에게는 장례 선물로

이 어미의 눈물과 낯선 해안의 모래 한줌이 주어지겠구나.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494∼526행

 

 

 * * *


  

         헤카베 

 

아아, 기구한 내 팔자! 대체 무엇을 탄식하지?

무엇을 비탄하고, 무엇을 통곡하지?

서글픈 노년의 서글픈 내 신세!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이 종살이! 아아, 슬프도다.

누가 나를 돕지? 어떤 가족이,

어떤 도시가? 영감도 가고,

자식들도 갔는데.

어디로 가지? 이리? 저리?
어디로 향하지? 어디서 신이,

어디서 정령이 나를 도울까?


  - 에우리피데스,《헤카베》154-164행

 

 


 

         헤카베 

 

내 딸아, 불행이 하도 많아 어느 것부터 상대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내가 한 가지 불행에 집착하면

그 불행이 나를 놓아주려 하지 않지만, 또다시 새로운

고통이 거기서 나를 끌고 가 불행을 새로운 불행으로

대체하니까 말이다. 지금도 나는 네 고통을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어 비통해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한데 네가 고매한 태도를 보였다는 말을 전해 들으니

과도하게 비탄할 마음이 내키지 않는구나. 이상하지

않은가. 나쁜 토양도 신의 도움으로 시운(時運)을

타면 좋은 열매를 맺고, 좋은 토양도 필요한 것이

모자라면 나쁜 열매를 맺는 데 반해, 인간들의 경우

사악한 자는 언제 어디서나 사악할 뿐이고,

고귀한 자는 고귀한 자로 남아 어떤 불행에 의해서도

본성이 파괴되지 않고 항상 선하다는 것은 말이다.

······

오오, 훌륭했던 집들이여! 전에는 그토록 행복했던

가정이여! 재물도 가장 많고 자식 복도 가장 많던

프리아모스여! 그리고 아이들의 늙은 어미인 나!

우리는 옛날의 긍지도 잃고 완전히 영락하고

말았구려. 그러고 나서도 우리는 우쭐대고 있지,

어떤 이는 가장 아름다운 집에서 산다고 해서,

어떤 이는 시민들 사이에서 존경받는다고 해서,

그러나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공허한

망상과 허튼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떤 불상사도 당하지 않고 그날그날을

보내는 자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지.

(헤카베, 막사 안으로 퇴장)


  - 에우리피데스,《헤카베》585-629행

 

 

 

 * * *

 

 

 


트로이아가 함락되고 남자들이 도륙된 뒤 전리품이 된 트로이아 여인들은 정복자들의 처분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전령 탈튀비오스가 나타나 그들은 정복자들에게 배분될 것이라며, 왕비 헤카베는 오뒷세우스의 몫이 되고 그녀의 딸 캇산드라는 아가멤논에게 배정되었음을 알린다. 또 다른 딸 폴뤽세네는 아킬레우스의 무덤가에 제물로 바쳐졌음이 밝혀진다. 예언의 능력이 있는 캇산드라가 나타나 정복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재앙들을 말해준다. 네옵톨레모스의 몫이 된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가 어린 아들 아스튀아낙스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어서 탈튀비오스가 아스튀아낙스를 데려가려고 되돌아온다. 후환이 없도록 아스튀아낙스를 죽여 없애기로 그리스군 장수들이 결의했던 것이다.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상봉 장면이 이어지는데, 그는 헬레네를 죽이기로 마음먹었지만 헬레네가 애걸복걸하자 마음이 약해져 죽여도 나중에 죽이겠다며 그녀를 데려간다. 탈튀비오스가 또다시 아스튀아낙스의 시신을 갖고 나타나자 헤카베가 손자의 장례식 준비를 한다. 화염에 싸인 트로이아가 무너지는 가운데 트로이아 여인들은 노예 생활을 하기 위해 그리스군 함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전집1』, 《트로이아 여인들》'작품 소개' 중에서

 

 

         헤카베 

 

그대들은 헥토르의 둥근 방패를 땅에 내려놓으시오.

나에게는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괴로운 광경이오.

지혜보다 무기를 더 중요시하는 아카이오이족이여,

이 아이가 무엇이 두려워 그대들은 전례 없는 살인을

저질렀단 말이오? 이 애가 쓰러진 트로이아를

언젠가 다시 일으켜 세울까 두려웠나요?

······

 

네 엄마가 그토록 자주 빗겨주며 입을 맞추어주었건만,

그곳에서는 이제 박살난 두개골 사이로 살육이

비웃고 있구나. 끔찍하여 더 말하고 싶지도 않구나.

손들이여, 귀엽게도 아비의 손을 꼭 닮았건만

너희들도 마디마디 삐어진 채 내 앞에 놓여 있구나.

가끔 호언장담하던 귀여운 입이여, 너도 가고 없고, 내게

거짓말을 했구나. 너는 잠자리로 파고들며 말하곤 했지.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위해 머리털을 많이 잘라 바치고

할머니의 무덤으로 친구들을 한 패 데려가

애절한 작별 인사를 드릴게요." 그런데 불쌍한 것아,

네가 나를 묻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묻는구나.

너는 아직 젋고, 나는 고향 도시도 자식도 없는 노파인데도!

아아, 그 많은 포옹도, 내 보살핌도,

네 잠도 사라져버렸으니 시인(詩人)은

네 무덤에 뭐라고 묘비명을 쓸 수 있을까?

"그 옛날 아르고스인들이 두려운 나머지 이 아이를

죽였도다!" 헬라스에게 얼마나 수치스런 묘비명인가!

너는 아버지의 유산은 밪지 못했지만, 그 안에

묻히도록 등이 청동으로 된 이 방패를 받게 되리라.

헥토르의 잘생긴 팔을 지켜주던 방패여,

너는 가장 용감한 보호자를 잃고 말았구나.

얼마나 달콤한가, 네 멜빵에 남아 있는 그 애의 손때는,

그리고 네 둥근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그 애의 땀자국은!

그것은 헥토르가 너를 턱에다 밀착시키고 싸우며

그토록 자주 이마에서 흘리던 땀이 나니더냐! (여인들에게)

자, 그대들은 이 불쌍한 시신을 위해 장식물을 가져와요.

지금 수중에 있는 것들 중에서. 운명이 성대한 장례는

허락지 않으니까. 너는 내가 가진 것들을 받게 될 것이다.

잘나간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믿고 기뻐하는 자는

어리석도다. 우리의 행운은 변덕쟁이처럼

어떤 때는 이리 뛰고, 어떤 때는 저리 뛰는 버릇이 있어

언제까지나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 에우리피데스,《트로이아 여인들》1,156-1,206행

 

 

 

(에우리피데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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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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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아이약스의 발언 부분)


하지만 나는 여러분의 귀향의 희망인 일천 척의 함선을

내 가슴으로 지켰소. 여러분, 그토록 많은 함선을 지켜준 대가로

이 무구들을 내게 주시오! 사실을 말해도 된다면,

더 큰 명예를 요구하는 것은 나보다는 이 무구들이오.

그것들의 명예와 내 명예는 불가분의 관계요. 이 무구들이 아이약스를

요구하는 것이지, 아이약스가 이 무구들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93∼97행

 

 

 

(아이약스의 발언 부분_계속) 

 

그리고 가장 비겁한 자여, 도망치는 데는 그대가 모두를 능가하지만

저토록 무거운 짐을 끌고서는 재빨리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

게다가 전장에서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 않아 말짱한 그대의

그 방패와는 달리 내 방패는 뚫고 들어오는 창을 받느라

수천 군데나 구멍이 나 있어 새로운 후계자가 필요한 형편이오.

끝으로 (말할 필요가 어디 있소?) 행동으로 각자를 보여줍시다!

용감한 영웅의 무구들을 적군의 한가운데 갖다놓게 하고

그것들을 찾게 하되 찾아오는 자를 찾아온 것으로 장식하는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115∼122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 

 

그러다가 마침내 십 년째 되던 해에 우리는 싸웠소. 그사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싸움밖에 없는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소?

그대는 무슨 쓸모가 있었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그대가 묻는다면, 나는 적군을 잡으려고 매복하고, 방벽에

해자를 두르고, 지루하고 긴 전쟁을 편안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도록 전우들을 격려하고, 우리가 군량과 무구를 공급 받을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며, 필요한 곳에 사절로 가곤 했소.

보시오, 윱피테르의 명령으로 꿈의 환영(幻影)에 속아 왕은

우리더러 이미 시작한 전쟁의 근심을 털어버리라고 명령했소.

왕은 그 출처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옹호할 수 있었소.

그때 아아약스는 그것을 제지했어야 할 것이며, 페르가마를

파괴하자고 요구하며 싸웠어야 했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왜 그는 귀향하려는 자들을 붙잡지 않았을까요?

왜 무기를 들고는, 우왕좌왕하는 무리들에게 자기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입만 벙긋해도 큰소리치는

그에게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소. 한데 그 자신도

도망을 쳤소. 그대가 등을 돌리고 창피하게도 돛을 펼칠

채비를 했을 때, 나는 그것을 보았고, 보기가 심히 민망했소. 나는

지체 없이 말했소. '여러분, 이게 무슨 짓이오? 전우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광기의 사주를 받아 다 함락된 트로이야를

버리려 하시오? 그대들은 십 년 만에 치욕말고 무엇을 집으로

가져가고 있지요?' 이런 말과 그 밖에 괴로움이 내게 불어넣어주는

다른 말로 나는 그들을 돌려 세워 도망칠 채비를 하고 있던

함대에서 도로 데리고 갔소. 그때 아트레우스의 아들이

아직도 겁에 질려 있던 전우들을 소집했소.

그때에도 텔라몬의 아들은 감히 단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209∼231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아아, 슬프도다! 그라이키아인들의 보루였던 아킬레스가

쓰러지던 때를 회고하자니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소!

하지만 눈물과 슬픔과 두려움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시신을 땅에서 들어올렸소. 이 어깨 위에, 그렇소, 이 어깨 위에

나는 아킬레스의 시신을 그의 무구들과 함께 둘러메고 왔소.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무구들을 입으려고 애쓰는 것이오.

내게는 그 무게들의 무게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여러분이 내게 주실 명예를 평가할 수 있는 마음이 있소이다.

검푸른 바다의 여신인 그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위하여 그토록

공명심을 품었던 것은, 그러한 하늘의 선물들을, 그토록 위대한

예술품을 저 무식하고 멍청한 병사가 입게 하려는 것이었을까요?

그는 방패에 새겨놓은 돋을새김들을 알지 못하오. 오케아누스와,

여러 나라들과, 별이 총총한 높은 하늘과, 플레이야데스 성단과,

휘아데스 성단과, 바닷물에 멱 감지 않는 큰곰자리와,

여러 도시들과, 오리온의 번쩍이는 칼을 알지 못한단 말이오.

그는 알지도 못하는 무구들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소.

어째서 그는 내가 가혹한 전쟁의 의무를 기피하려다가

전역(戰役)이 시작된 뒤에야 왔다고 나를 나무라는 것이오?

그는 자신이 고매한 아킬레스를 비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그대가 위장한 것을 죄라고 한다면 우리는 둘 다

위장했소이다. 지체한 것이 죄라면 그보다는 내가 좀 빨리 왔소.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아킬레스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만류했소이다. 전쟁의 첫 시간을 우리는 그들에게 바쳤으나

나머지 시간은 여러분에게 바쳤소이다. 설사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그토록 위대한 영웅과 함께한 죄라면 회피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는 울릭세스의 기지에 의해 발각되었어요,

울릭세스는 아이약스의 기지에 의해 발각되지는 않았소.

우리는 그가 어리석은 혀로 나에게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을 것이오. 그는 여러분도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팔라메데스를 날조된 죄로

고소한 것이 비열한 짓이었다면, 여러분이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자랑거리겠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280∼309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운명은 그 신상 없이는 트로이야가 함락될 수 없다고 했소.

그때 용감한 아이약스는 어디 있었소? 위대한 영웅의 호언장담은

어디 있었소? 왜 그때 그대는 두려워했지요? 왜 울릭세스는

감히 파수병들 사이를 통과하여 밤에다 자신을 맡기고는

무자비한 칼들 사이를 지나 트로이야인들의 성벽뿐만 아니라

성채 꼭대기까지 들어가서는 여신을 신전에서 빼돌린 다음

빼돌린 신상을 적군 사이로 해서 가져왔지요?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들, 텔라몬의 아들은 일곱 겹의

쇠가죽 방패를 왼손에 헛되이 들고 다녔을 것이오.

그날 밤 나는 트로이야에 승리를 쟁취했소.

페르가마가 지도록 만든 그때 나는 그것을 이겼던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339∼349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하나 그들은 손이 강하고 전투에서 나만 못하지 않지만

내 지혜에 양보했소이다. 그대의 오른손은 전쟁에서 그대에게

유용하지만 지혜에 관한 한 그대에게는 내 지도가 필요하오.

그대는 힘은 있으되 지혜가 없고, 나는 미래사에 관심이 있소.

그대는 싸울 수 있으나, 아트레우스의 아들은 나와 더불어

싸울 때를 선택하오. 그대는 몸으로 도움을 주지만

나는 정신으로 도움을 주오. 키잡이가 노 젓는 자보다

더 위대하고, 장수가 병졸보다 더 위대한 만큼

나는 그대보다 더 우월하오. 우리 몸에서는 가슴이 손보다

더 유능하고, 우리의 모든 힘은 거기 있기 때문이오.

장수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파수꾼에게 상을

주십시오! 그토록 여러 해 동안 여러분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던 보답으로, 나의 모든 봉사를 보상한다는 뜻에서

이 명예를 내게 주십시오! 이제 내 임무는 끝났소이다.

나는 운명의 장애물들을 제거했고, 높다란 페르가마를

함락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을 함락했소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희망에 걸고, 곧 함락될 트로이야인들의 성벽에 걸고,

얼마 전에 우리가 적군에게서 빼앗아온 신들에 걸고, 그리고

아직도 지혜롭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에 걸고

부탁하노니, 만약 아직도 위험천만한 곳에서 대담하게

무엇을 구해 와야 한다면, 만약 아직도 트로이야의 파멸에

무엇이 부족하다고 여기신다면,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시오!

여러분이 이 무구들을 내게 주시지 않는다면

여기에다 바치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숙명적인 여신상을 가리켰다.

장수들의 집단은 감동했다. 그리고 결과는 달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었다. 용감한 영웅의 무구들은

말 잘하는 자가 가져갔던 것이다. 그러자 그토록 자주 혼자서

헥토르에게 대항하고, 칼과 불과 윱피테르에 대항하던 자도

분노라는 단 한 가지에게만은 대항하지 못했으니,

아무도 이기지 못하던 영웅을 괴로움이 이겼던 것이다.

그는 칼을 빼들고는 말했다. "여기 이것은 확실히 내 것이다.

울릭세스는 이것도 내놓으라고 요구할까? 이것은 내가 나를 위해

써야겠다. 프뤼기아인들의 피에 자주 젖곤 하던 이 칼은

이제 제 임자의 피에 젖게 되리라. 아이약스 외에는

아무도 아이약스를 이길 수 없도록 말이다."

그러더니 그는 그때까지 부상당한 적이 없는 가슴의,

칼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다 죽음의 칼을 찔러 넣었다.

어떤 손도 깊이 박힌 무기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하나 피가 그것을 밀어냈다. 그리하여 피로 빨갛게 물든

대지가 초록빛 잔디밭에서, 전에 오이발루스의 자손의 상처에서

태어났던 자줏빛 꽃 한 송이를 피어나게 했다. 그 꽃잎 한가운데에는

영웅과 소년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여기서는 이름을 나타내고, 거기서는 곡(哭)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360∼398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 <아이아스의 자살> 에트루리아의 적색 상크라테르 도기, BC 400∼350년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를 차지한 오뒷세우스
자신이 갖는 대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에게 건네 주고 있다. (출처 :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 * *

 

 

('저승으로 내려간 오뒷세우스가 아이아스를 만난 이야기'를 파이아케스족에게 들려주는 대목)

 

그 밖에도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이 괴로워하며

서서 저마다 염려되는 것을 물었소. 오직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의 혼백만이 저만치 떨어져 서 있었는데 함선들 옆에서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놓고 재판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에게 이긴 것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무구들은 아킬레우스의 존경스런 어머니가 상(賞)으로 내놓았는데,

판결은 트로이아인들의 딸들과 팔라스 아테네가 내렸지요.

그러한 상을 위해서라면 내가 이기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무구들 때문에 아이아스 같은 저런 영웅을 대지가 덮고 있으니

말이오. 아이아스는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행동에서 다른 다나오스 백성들을 모두 능가했지요.

아이아스를 향해 나는 이렇게 상냥한 말을 건넸소.

'아이아스여, 나무랄 데 없는 텔라몬의 아들이여! 그 저주 받을 무구들

때문에 내게 품었던 원한을 그대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작정이시오?

신들께서는 그 무구들이 아르고스인들에게 재앙이 되게 하셨소이다.

그대를 잃음으로 하여 그들은 강력한 성탑(城塔)을 잃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우리들 아카이오이족은 그대가 죽은 뒤에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못지않게 늘 그대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 것이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제우스의 잘못이오. 그분께서 창수들인

다나오스 백성들의 군대를 끔찍이도 미워하시어 그대에게 그런 운명을

지우셨기 때문이오. 자, 왕이여! 그대는 이리 와서 내 말과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리고 그대의 노여움과 완고한 마음을 풀도록 하시오.'

내가 이렇게 말했으나 그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을 뒤따라 에레보스로 들어가버렸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저승」541∼564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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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8-21 02:07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일어난 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가 마침내 죽고 난 뒤 그의 무구를 둘러싼 장수들 간의 쟁탈전에서 오뒷세우스에게 패한 아이아스가 심한 모멸감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스스로 '완전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무구재판에 패한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극도의 딜레마에 빠진 그는 결국 미친듯이 아군인 그리스 군 진영을 습격하는 만행을 저지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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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아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군 장수, 아킬레우스 
기원전 450년경, 항아리 세부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일리아스』에서 인용)

 

 

프뤼기아인들의 공포의 대상이었고, 펠라스기족이란 이름의

자랑이자 보루였으며, 불패의 우두머리였던 아이아쿠스의 손자는

이제 불태워졌다. 똑같은 신이 그를 무장시켜주고 화장해주었다.

전에는 그토록 위대했던 아킬레스는

항아리 하나도 다 채울 수 없을 만큼의 재로 남았다.

하나 그의 명성은 온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살아 있다.

온 세상이야말로 그에게 어울리는 척도며, 그곳에서만 펠레우스의

아들은 진정한 자신이기에 공허한 타르타라를 느끼지 못한다.

전에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대가 알 수 있도록 그의 방패는

전쟁을 일으켰고, 그의 무구를 차지하려고 사람들은 무기를 들었다.

튀데우스의 아들도, 오일레우스의 아들 아이약스도,

아트레우스의 작은아들도, 더 용감하고 나이 많은 큰아들도,

그 밖에 다른 장수들도 감히 그것들을 요구하지 못했다. 오직

텔라몬의 아들과 라에르테스의 아들만이 그토록 큰 영광을

요구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탄탈루스의 자손은 이 가증스런

짐을 벗기 위해 아르고스의 대장들을 진영 한가운데에

모이라고 명령하더니 분쟁의 중재역을 그들 모두에게 떠넘겼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2권 612∼628행

 

 

 

 

아킬레스와 펜테실레아, 암포라의 그림 부분, BC 525년경, 런던 대영박물관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일리아스』에서 인용)

 

 

 

아킬레우스의 발에 매달린 프리아모스, 쥘 바스티앙 르파주(Jules Bastien-Lepage), 19세기경, 릴 미술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아킬레스와 아이약스, 흑회식 히드리 화병, BC 520 ~ BC 510경, 루브르 박물관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수습해 오는 용장 아이아스 (출처 :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아킬레스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네레이디스들(바다의 요정)

적회식 코린트식 히드리 화병, BC 560 ~ BC 550경,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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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트로이아 전쟁과 헬레네의 행방을 둘러싼 이야기
    from Value Investing 2014-08-21 02:08 
    "신화는 당신이 걸려 넘어지는 곳에 당신의 보물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 조셉 캠벨, 『신화의 이미지』中에서 * * *트로이아 전쟁에서 가장 용감했던 그리스군 장수, 아킬레우스 기원전 450년경, 항아리 세부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일리아스』에서 인용)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까마득한 옛날에 벌어진 전쟁 이야기를 살펴보면 꼭 인간들만 전쟁에 열중한 게 아니었던 듯하다. 신들끼리 맞서 싸운 전쟁도 많았고, 인간과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키오네[Alcyone] , 구사노 다쿠미, 출처 : 환상동물사전

 

 


여기서는 물을 퍼내어 바닷물을 도로 바닷물에다 쏟아 부었고,

저기서는 활대를 잡아당겼다. 이런 일들이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사이에도 폭풍은 거세어졌으니, 세찬 바람들이

사방에서 공격해 와서는 성난 파도를 휘저어놓았다.

선장 자신도 겁에 질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며,

무엇을 명령하고 무엇을 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파멸이 그만큼 무겁게 짓눌렀고, 그만큼 그의 기술보다 더 강력했다.

사람들은 고함을 질렀고, 돛대 밧줄들은 덜커덩거렸고,

파도는 파도를 덮쳤으며, 대기는 천둥을 쳤다.

바다는 제 파도들을 타고 솟아올라 하늘에 닿아서는

낮게 드리운 구름들에 물보라를 뿌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닷물은 때로는 밑바닥에서 황갈색 모래를 쓸어 올려 모래와

한 색깔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스튁스 강물보다 더 검었으며,

그러다가 다시 흰 거품을 이고는 쉿쉿 소리와 함께 넓게 퍼졌다.

트라킨의 배도 그처럼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어떤 때에는 높이 들어올려져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로

골짜기들과 아케론의 가장 깊은 곳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고,

어떤 때에는 아래로 내려앉아 바닷물에 둘러싸인 채

지하의 심연에서 하늘 꼭대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배는 가끔 파도에 옆구리를 맞고는 엄청난 굉음을 냈는데,

맞았을 때 나는 소리는 가금 무쇠로 된 충차(衝車)나

노포(弩砲)가 허물어져가는 성채를 칠 때보다 작지 않았다.

마치 사나운 사자들이 힘을 모은 다음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무기와 창들에 가슴으로 덤벼들곤 하듯이,

꼭 그처럼 파도도 내닫는 바람들에 쫓기게 되자

배의 높은 부분에 덤벼들며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자 어느새 나무못들이 느슨해지고, 배를 덮고 있던 밀랍 층이

씻겨 나가며 이음새들이 벌어져 치명적인 물결에 길을 내주었다.

보라, 갈라진 구름들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대는 하늘 전체가 바다로 내려오고 있고, 부풀어오른

바다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으리라.

돛들은 비에 흠뻑 젖었고, 바다의 파도는 하늘의

물과 섞였다. 하늘에는 별빛도 없었고, 캄캄한 밤은

그 자체의 어둠과 폭풍의 어둠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번쩍이는 번갯불이 어둠을 가르며 빛을 비춰주자

번개의 불빛에 바닷물도 붉게 타올랐다.

어느새 배의 빈 선체 안으로 파도가 뛰어들어 왔다.

그리고 마치 가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공격할 때면

모든 전우들 중에서 빼어난 한 전사가

마침내 뜻을 이루고는 칭찬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라

일천 명의 전사들 가운데 혼자 승리자로서 성벽 위에 서 있듯이,

꼭 그처럼 파도들이 아홉 번이나 배의 높은 옆구리들을

쳤을 때 열 번째 파도가 더 높이 일며 돌진해오더니

말하자면 함락된 배의 성벽 안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지칠대로 지친 배를 공격하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488∼532행

 

 

 

이 사람은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고, 저 사람은 망연자실했고,

또 다른 사람은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행복하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서약을 하며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하여 헛되이

팔을 들고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이 사람은 부모 형제가 생각났고,

저 사람은 집과 자식들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케윅스는 알퀴오네를 떠올렸다. 케윅스의 입에는 알퀴오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녀가

멀리 떨어져 있어 기뻤다. 그는 고향의 바닷가를 뒤돌아보며

자기 집 쪽으로 얼굴을 돌려 마지막 눈길을 주고 싶었겠지만,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했다. 바다가 그만큼 크게

소용돌이치며 끓어오르고, 역청 같은 구름들의 그림자에

온 하늘이 가려져 있어 밤이 곱절로 어두웠기 때문이다.

세찬 회오리바람에 돛대가 부러지더니 배의 키도 부러졌다.

끝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파도가 제 전리품들에 의기양양해하며

승리자인 양 몸을 구부리고는 다른 파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누가 아토스 산과 핀두스 산을 뿌리채

뽑아 통째로 열린 바다 속으로 던지기라도 한 듯,

그 파도는 거꾸로 곤두박질치며 그 무게와 떨어지는 기세로

배를 맨 밑바닥에 가라앉혔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539∼557행

 

 

잠의 신 솜누스

······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나 그것이 물결에 조금씩 밀려오자,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어도, 시신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것이 누구의 시신인지

알지 못했으나, 난파자였기에 불길한 전조에 놀라 마치 알지 못하는

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양 말했다. "아아, 그대가 뉘시든 참

안됐구려. 그리고 그대의 아내도. 그대에게 아내가 있다면 말예요."

그사이 시신이 물결에 더 가까이 밀려왔고, 그녀는 그것을

오래 보면 볼수록 그만큼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느새 시신이 육지 가까이 다가오자 이제야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이다." 라고 소리치며 그녀는

두 볼과 머리털과 옷을 동시에 찢었고, 떨리는 두 손을

케윅스에게 내밀며 "오오! 이런 모습으로, 더없이 사랑하는 낭군이여,

이런 모습으로 당신은 내게 돌아오시나요, 가련한 이여?" 라고 말했다.

바닷가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방파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노도를 막으려 달려드는 물결의 예봉을 꺾어놓았다.

그 위에서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그녀가 그렇게 할 수 이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그녀는 가련하게도 한 마리 새가 되어

방금 생겨난 날개로 가벼운 대기를 치며 수면 위를 스치듯 날았다.

날아다니며 방금 전까지 입이었던 가느다란 부리에서

애도하는 자의 목소리와도 같은 원망으로 가득 찬 소리로

짹짹거렸다. 하나 말없고 핏기 없는 시신 곁에 이르자 그녀는

새로 생겨난 날개로 사랑하던 사지를 껴안으며 딱딱한 부리로

그의 싸늘한 입술에 헛되이 입맞추려 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716∼738행

 

 

 

 

잠의 신 휘프노스(대영 박물관)

최면술을 뜻하는 〈히프노우시스(hypnosis)〉, 〈최면 분석〉을 뜻하는 〈히프노어낼러시스(hypnoanalysis)〉 등의 단어는 이 신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 신의 로마 이름은〈솜누스(Somnus)〉인데, 〈불면증〉을 뜻하는 〈인솜니어(Insomnia)〉는 이 이름에서 유래한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 * *


 

 


밀턴은 『그리스도의 탄생에 부치는 찬가』에서 이 물총새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그 밤은 평화로웠다.
빛의 왕자가 이 지상을
평화롭게 다스리기 시작한 그 밤은.
바람도 놀라움에 가볍게 떨며
물결에 가볍게 입맞추고
조용한 바다가 귀에 새로운 환희의 속삭임을 전한다.
그 바다도 지금은 제 성미를 잊고 평온의 새를 실어
물결 위에 앉아 알을 품게 한다.

 

 

키츠도 『엔뒤미온』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제1권 453~455행).

 

 

오, 마법의 잠이여, 보기에 좋은 새여.
거친 바다를 껴안아
조용히, 평화롭게 잠재우는
잠이여, 새여.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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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 헨드릭 드 클레르크(Hendrick de Clerck), 16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이제 티탄이 아래로 기울어지며 자신의 기울어진 수레를

서쪽 바다로 향하고 있었을 때, 아리따운 네레우스의 딸은

바다를 떠나 늘 찾아가던 잠자리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펠레우스가 처녀의 사지에 본격적으로 점벼들자 그녀는 모습을

바꾸다가, 마침내 자신의 사지가 붙들려 있고, 두 팔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신의 도움 없이는 그대가 나를 이기지 못했을 것이오." 라고 말하고

테티스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영웅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껴안고 소원을 이루며 그녀를 위대한 아킬레스로 가득 채웠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257∼265행


 

 


테티스를 제거하는 펠레우스, 붉은색 인물들이 그려진 칼피스 항아리, BC 5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펠레우스에 의한 테티스의 납치, 케르치 도기, BC 4세기, 런던 대영박물관

 

 

 

 

Thetis Dipping the Infant Achilles into the River Styx, 1625, Peter Paul Rubens

 

 

 

테티스를 붙들고 늘어진 펠레우스와 사자로 변신하는 테티스

 

 

 

 

제우스와 테티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811, 그라네 미술관

 

 

 

 

(호메로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일리아스』에서 인용)

 

 

 

 

(호메로스 지음 / 천병희 옮김, 『일리아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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