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알키오네[Alcyone] , 구사노 다쿠미, 출처 : 환상동물사전

 

 


여기서는 물을 퍼내어 바닷물을 도로 바닷물에다 쏟아 부었고,

저기서는 활대를 잡아당겼다. 이런 일들이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사이에도 폭풍은 거세어졌으니, 세찬 바람들이

사방에서 공격해 와서는 성난 파도를 휘저어놓았다.

선장 자신도 겁에 질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며,

무엇을 명령하고 무엇을 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시인했다.

파멸이 그만큼 무겁게 짓눌렀고, 그만큼 그의 기술보다 더 강력했다.

사람들은 고함을 질렀고, 돛대 밧줄들은 덜커덩거렸고,

파도는 파도를 덮쳤으며, 대기는 천둥을 쳤다.

바다는 제 파도들을 타고 솟아올라 하늘에 닿아서는

낮게 드리운 구름들에 물보라를 뿌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닷물은 때로는 밑바닥에서 황갈색 모래를 쓸어 올려 모래와

한 색깔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스튁스 강물보다 더 검었으며,

그러다가 다시 흰 거품을 이고는 쉿쉿 소리와 함께 넓게 퍼졌다.

트라킨의 배도 그처럼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어떤 때에는 높이 들어올려져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로

골짜기들과 아케론의 가장 깊은 곳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고,

어떤 때에는 아래로 내려앉아 바닷물에 둘러싸인 채

지하의 심연에서 하늘 꼭대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배는 가끔 파도에 옆구리를 맞고는 엄청난 굉음을 냈는데,

맞았을 때 나는 소리는 가금 무쇠로 된 충차(衝車)나

노포(弩砲)가 허물어져가는 성채를 칠 때보다 작지 않았다.

마치 사나운 사자들이 힘을 모은 다음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무기와 창들에 가슴으로 덤벼들곤 하듯이,

꼭 그처럼 파도도 내닫는 바람들에 쫓기게 되자

배의 높은 부분에 덤벼들며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자 어느새 나무못들이 느슨해지고, 배를 덮고 있던 밀랍 층이

씻겨 나가며 이음새들이 벌어져 치명적인 물결에 길을 내주었다.

보라, 갈라진 구름들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대는 하늘 전체가 바다로 내려오고 있고, 부풀어오른

바다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으리라.

돛들은 비에 흠뻑 젖었고, 바다의 파도는 하늘의

물과 섞였다. 하늘에는 별빛도 없었고, 캄캄한 밤은

그 자체의 어둠과 폭풍의 어둠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번쩍이는 번갯불이 어둠을 가르며 빛을 비춰주자

번개의 불빛에 바닷물도 붉게 타올랐다.

어느새 배의 빈 선체 안으로 파도가 뛰어들어 왔다.

그리고 마치 가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공격할 때면

모든 전우들 중에서 빼어난 한 전사가

마침내 뜻을 이루고는 칭찬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라

일천 명의 전사들 가운데 혼자 승리자로서 성벽 위에 서 있듯이,

꼭 그처럼 파도들이 아홉 번이나 배의 높은 옆구리들을

쳤을 때 열 번째 파도가 더 높이 일며 돌진해오더니

말하자면 함락된 배의 성벽 안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지칠대로 지친 배를 공격하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488∼532행

 

 

 

이 사람은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고, 저 사람은 망연자실했고,

또 다른 사람은 장례식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행복하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서약을 하며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하여 헛되이

팔을 들고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이 사람은 부모 형제가 생각났고,

저 사람은 집과 자식들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케윅스는 알퀴오네를 떠올렸다. 케윅스의 입에는 알퀴오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녀가

멀리 떨어져 있어 기뻤다. 그는 고향의 바닷가를 뒤돌아보며

자기 집 쪽으로 얼굴을 돌려 마지막 눈길을 주고 싶었겠지만,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했다. 바다가 그만큼 크게

소용돌이치며 끓어오르고, 역청 같은 구름들의 그림자에

온 하늘이 가려져 있어 밤이 곱절로 어두웠기 때문이다.

세찬 회오리바람에 돛대가 부러지더니 배의 키도 부러졌다.

끝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파도가 제 전리품들에 의기양양해하며

승리자인 양 몸을 구부리고는 다른 파도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치 누가 아토스 산과 핀두스 산을 뿌리채

뽑아 통째로 열린 바다 속으로 던지기라도 한 듯,

그 파도는 거꾸로 곤두박질치며 그 무게와 떨어지는 기세로

배를 맨 밑바닥에 가라앉혔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539∼557행

 

 

잠의 신 솜누스

······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았다. 하나 그것이 물결에 조금씩 밀려오자,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어도, 시신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것이 누구의 시신인지

알지 못했으나, 난파자였기에 불길한 전조에 놀라 마치 알지 못하는

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양 말했다. "아아, 그대가 뉘시든 참

안됐구려. 그리고 그대의 아내도. 그대에게 아내가 있다면 말예요."

그사이 시신이 물결에 더 가까이 밀려왔고, 그녀는 그것을

오래 보면 볼수록 그만큼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느새 시신이 육지 가까이 다가오자 이제야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이다." 라고 소리치며 그녀는

두 볼과 머리털과 옷을 동시에 찢었고, 떨리는 두 손을

케윅스에게 내밀며 "오오! 이런 모습으로, 더없이 사랑하는 낭군이여,

이런 모습으로 당신은 내게 돌아오시나요, 가련한 이여?" 라고 말했다.

바닷가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방파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노도를 막으려 달려드는 물결의 예봉을 꺾어놓았다.

그 위에서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그녀가 그렇게 할 수 이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그녀는 가련하게도 한 마리 새가 되어

방금 생겨난 날개로 가벼운 대기를 치며 수면 위를 스치듯 날았다.

날아다니며 방금 전까지 입이었던 가느다란 부리에서

애도하는 자의 목소리와도 같은 원망으로 가득 찬 소리로

짹짹거렸다. 하나 말없고 핏기 없는 시신 곁에 이르자 그녀는

새로 생겨난 날개로 사랑하던 사지를 껴안으며 딱딱한 부리로

그의 싸늘한 입술에 헛되이 입맞추려 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1권 716∼738행

 

 

 

 

잠의 신 휘프노스(대영 박물관)

최면술을 뜻하는 〈히프노우시스(hypnosis)〉, 〈최면 분석〉을 뜻하는 〈히프노어낼러시스(hypnoanalysis)〉 등의 단어는 이 신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이 신의 로마 이름은〈솜누스(Somnus)〉인데, 〈불면증〉을 뜻하는 〈인솜니어(Insomnia)〉는 이 이름에서 유래한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 * *


 

 


밀턴은 『그리스도의 탄생에 부치는 찬가』에서 이 물총새를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그 밤은 평화로웠다.
빛의 왕자가 이 지상을
평화롭게 다스리기 시작한 그 밤은.
바람도 놀라움에 가볍게 떨며
물결에 가볍게 입맞추고
조용한 바다가 귀에 새로운 환희의 속삭임을 전한다.
그 바다도 지금은 제 성미를 잊고 평온의 새를 실어
물결 위에 앉아 알을 품게 한다.

 

 

키츠도 『엔뒤미온』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제1권 453~455행).

 

 

오, 마법의 잠이여, 보기에 좋은 새여.
거친 바다를 껴안아
조용히, 평화롭게 잠재우는
잠이여, 새여.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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