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아이약스의 발언 부분)


하지만 나는 여러분의 귀향의 희망인 일천 척의 함선을

내 가슴으로 지켰소. 여러분, 그토록 많은 함선을 지켜준 대가로

이 무구들을 내게 주시오! 사실을 말해도 된다면,

더 큰 명예를 요구하는 것은 나보다는 이 무구들이오.

그것들의 명예와 내 명예는 불가분의 관계요. 이 무구들이 아이약스를

요구하는 것이지, 아이약스가 이 무구들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93∼97행

 

 

 

(아이약스의 발언 부분_계속) 

 

그리고 가장 비겁한 자여, 도망치는 데는 그대가 모두를 능가하지만

저토록 무거운 짐을 끌고서는 재빨리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

게다가 전장에서 그다지 자주 사용하지 않아 말짱한 그대의

그 방패와는 달리 내 방패는 뚫고 들어오는 창을 받느라

수천 군데나 구멍이 나 있어 새로운 후계자가 필요한 형편이오.

끝으로 (말할 필요가 어디 있소?) 행동으로 각자를 보여줍시다!

용감한 영웅의 무구들을 적군의 한가운데 갖다놓게 하고

그것들을 찾게 하되 찾아오는 자를 찾아온 것으로 장식하는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115∼122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 

 

그러다가 마침내 십 년째 되던 해에 우리는 싸웠소. 그사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싸움밖에 없는 그대는 무엇을 하고 있었소?

그대는 무슨 쓸모가 있었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그대가 묻는다면, 나는 적군을 잡으려고 매복하고, 방벽에

해자를 두르고, 지루하고 긴 전쟁을 편안한 마음으로 참고

견디도록 전우들을 격려하고, 우리가 군량과 무구를 공급 받을

방법을 가르쳐주었으며, 필요한 곳에 사절로 가곤 했소.

보시오, 윱피테르의 명령으로 꿈의 환영(幻影)에 속아 왕은

우리더러 이미 시작한 전쟁의 근심을 털어버리라고 명령했소.

왕은 그 출처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옹호할 수 있었소.

그때 아아약스는 그것을 제지했어야 할 것이며, 페르가마를

파괴하자고 요구하며 싸웠어야 했소.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왜 그는 귀향하려는 자들을 붙잡지 않았을까요?

왜 무기를 들고는, 우왕좌왕하는 무리들에게 자기를 따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입만 벙긋해도 큰소리치는

그에게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소. 한데 그 자신도

도망을 쳤소. 그대가 등을 돌리고 창피하게도 돛을 펼칠

채비를 했을 때, 나는 그것을 보았고, 보기가 심히 민망했소. 나는

지체 없이 말했소. '여러분, 이게 무슨 짓이오? 전우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광기의 사주를 받아 다 함락된 트로이야를

버리려 하시오? 그대들은 십 년 만에 치욕말고 무엇을 집으로

가져가고 있지요?' 이런 말과 그 밖에 괴로움이 내게 불어넣어주는

다른 말로 나는 그들을 돌려 세워 도망칠 채비를 하고 있던

함대에서 도로 데리고 갔소. 그때 아트레우스의 아들이

아직도 겁에 질려 있던 전우들을 소집했소.

그때에도 텔라몬의 아들은 감히 단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209∼231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아아, 슬프도다! 그라이키아인들의 보루였던 아킬레스가

쓰러지던 때를 회고하자니 얼마나 괴로운지 모르겠소!

하지만 눈물과 슬픔과 두려움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시신을 땅에서 들어올렸소. 이 어깨 위에, 그렇소, 이 어깨 위에

나는 아킬레스의 시신을 그의 무구들과 함께 둘러메고 왔소.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무구들을 입으려고 애쓰는 것이오.

내게는 그 무게들의 무게를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여러분이 내게 주실 명예를 평가할 수 있는 마음이 있소이다.

검푸른 바다의 여신인 그의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위하여 그토록

공명심을 품었던 것은, 그러한 하늘의 선물들을, 그토록 위대한

예술품을 저 무식하고 멍청한 병사가 입게 하려는 것이었을까요?

그는 방패에 새겨놓은 돋을새김들을 알지 못하오. 오케아누스와,

여러 나라들과, 별이 총총한 높은 하늘과, 플레이야데스 성단과,

휘아데스 성단과, 바닷물에 멱 감지 않는 큰곰자리와,

여러 도시들과, 오리온의 번쩍이는 칼을 알지 못한단 말이오.

그는 알지도 못하는 무구들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소.

어째서 그는 내가 가혹한 전쟁의 의무를 기피하려다가

전역(戰役)이 시작된 뒤에야 왔다고 나를 나무라는 것이오?

그는 자신이 고매한 아킬레스를 비방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그대가 위장한 것을 죄라고 한다면 우리는 둘 다

위장했소이다. 지체한 것이 죄라면 그보다는 내가 좀 빨리 왔소.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아킬레스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만류했소이다. 전쟁의 첫 시간을 우리는 그들에게 바쳤으나

나머지 시간은 여러분에게 바쳤소이다. 설사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그토록 위대한 영웅과 함께한 죄라면 회피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는 울릭세스의 기지에 의해 발각되었어요,

울릭세스는 아이약스의 기지에 의해 발각되지는 않았소.

우리는 그가 어리석은 혀로 나에게 욕설을 퍼붓는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을 것이오. 그는 여러분도 부끄러운 짓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으니까요. 내가 팔라메데스를 날조된 죄로

고소한 것이 비열한 짓이었다면, 여러분이 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자랑거리겠소?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280∼309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운명은 그 신상 없이는 트로이야가 함락될 수 없다고 했소.

그때 용감한 아이약스는 어디 있었소? 위대한 영웅의 호언장담은

어디 있었소? 왜 그때 그대는 두려워했지요? 왜 울릭세스는

감히 파수병들 사이를 통과하여 밤에다 자신을 맡기고는

무자비한 칼들 사이를 지나 트로이야인들의 성벽뿐만 아니라

성채 꼭대기까지 들어가서는 여신을 신전에서 빼돌린 다음

빼돌린 신상을 적군 사이로 해서 가져왔지요?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들, 텔라몬의 아들은 일곱 겹의

쇠가죽 방패를 왼손에 헛되이 들고 다녔을 것이오.

그날 밤 나는 트로이야에 승리를 쟁취했소.

페르가마가 지도록 만든 그때 나는 그것을 이겼던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339∼349행

 

 

 

(울릭세스의 발언 부분_계속) 

 

하나 그들은 손이 강하고 전투에서 나만 못하지 않지만

내 지혜에 양보했소이다. 그대의 오른손은 전쟁에서 그대에게

유용하지만 지혜에 관한 한 그대에게는 내 지도가 필요하오.

그대는 힘은 있으되 지혜가 없고, 나는 미래사에 관심이 있소.

그대는 싸울 수 있으나, 아트레우스의 아들은 나와 더불어

싸울 때를 선택하오. 그대는 몸으로 도움을 주지만

나는 정신으로 도움을 주오. 키잡이가 노 젓는 자보다

더 위대하고, 장수가 병졸보다 더 위대한 만큼

나는 그대보다 더 우월하오. 우리 몸에서는 가슴이 손보다

더 유능하고, 우리의 모든 힘은 거기 있기 때문이오.

장수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파수꾼에게 상을

주십시오! 그토록 여러 해 동안 여러분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던 보답으로, 나의 모든 봉사를 보상한다는 뜻에서

이 명예를 내게 주십시오! 이제 내 임무는 끝났소이다.

나는 운명의 장애물들을 제거했고, 높다란 페르가마를

함락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을 함락했소이다. 이제

우리 모두의 희망에 걸고, 곧 함락될 트로이야인들의 성벽에 걸고,

얼마 전에 우리가 적군에게서 빼앗아온 신들에 걸고, 그리고

아직도 지혜롭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에 걸고

부탁하노니, 만약 아직도 위험천만한 곳에서 대담하게

무엇을 구해 와야 한다면, 만약 아직도 트로이야의 파멸에

무엇이 부족하다고 여기신다면,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시오!

여러분이 이 무구들을 내게 주시지 않는다면

여기에다 바치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숙명적인 여신상을 가리켰다.

장수들의 집단은 감동했다. 그리고 결과는 달변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주었다. 용감한 영웅의 무구들은

말 잘하는 자가 가져갔던 것이다. 그러자 그토록 자주 혼자서

헥토르에게 대항하고, 칼과 불과 윱피테르에 대항하던 자도

분노라는 단 한 가지에게만은 대항하지 못했으니,

아무도 이기지 못하던 영웅을 괴로움이 이겼던 것이다.

그는 칼을 빼들고는 말했다. "여기 이것은 확실히 내 것이다.

울릭세스는 이것도 내놓으라고 요구할까? 이것은 내가 나를 위해

써야겠다. 프뤼기아인들의 피에 자주 젖곤 하던 이 칼은

이제 제 임자의 피에 젖게 되리라. 아이약스 외에는

아무도 아이약스를 이길 수 없도록 말이다."

그러더니 그는 그때까지 부상당한 적이 없는 가슴의,

칼이 들어갈 수 있는 곳에다 죽음의 칼을 찔러 넣었다.

어떤 손도 깊이 박힌 무기를 뽑아낼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하나 피가 그것을 밀어냈다. 그리하여 피로 빨갛게 물든

대지가 초록빛 잔디밭에서, 전에 오이발루스의 자손의 상처에서

태어났던 자줏빛 꽃 한 송이를 피어나게 했다. 그 꽃잎 한가운데에는

영웅과 소년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는데,

여기서는 이름을 나타내고, 거기서는 곡(哭)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360∼398행

 

 

 


(천병희 옮김,『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에서 인용)



 


 - <아이아스의 자살> 에트루리아의 적색 상크라테르 도기, BC 400∼350년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를 차지한 오뒷세우스
자신이 갖는 대신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에게 건네 주고 있다. (출처 : 벌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 * *

 

 

('저승으로 내려간 오뒷세우스가 아이아스를 만난 이야기'를 파이아케스족에게 들려주는 대목)

 

그 밖에도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이 괴로워하며

서서 저마다 염려되는 것을 물었소. 오직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의 혼백만이 저만치 떨어져 서 있었는데 함선들 옆에서

아킬레우스의 무구들을 놓고 재판이 벌어졌을 때

내가 그에게 이긴 것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무구들은 아킬레우스의 존경스런 어머니가 상(賞)으로 내놓았는데,

판결은 트로이아인들의 딸들과 팔라스 아테네가 내렸지요.

그러한 상을 위해서라면 내가 이기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 무구들 때문에 아이아스 같은 저런 영웅을 대지가 덮고 있으니

말이오. 아이아스는 나무랄 데 없는 펠레우스의 아들 다음으로

생김새와 행동에서 다른 다나오스 백성들을 모두 능가했지요.

아이아스를 향해 나는 이렇게 상냥한 말을 건넸소.

'아이아스여, 나무랄 데 없는 텔라몬의 아들이여! 그 저주 받을 무구들

때문에 내게 품었던 원한을 그대는 죽어서도 잊지 않을 작정이시오?

신들께서는 그 무구들이 아르고스인들에게 재앙이 되게 하셨소이다.

그대를 잃음으로 하여 그들은 강력한 성탑(城塔)을 잃었기 때문이오.

그래서 우리들 아카이오이족은 그대가 죽은 뒤에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 못지않게 늘 그대를 위해 슬퍼하고 있는 것이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제우스의 잘못이오. 그분께서 창수들인

다나오스 백성들의 군대를 끔찍이도 미워하시어 그대에게 그런 운명을

지우셨기 때문이오. 자, 왕이여! 그대는 이리 와서 내 말과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그리고 그대의 노여움과 완고한 마음을 풀도록 하시오.'

내가 이렇게 말했으나 그는 한마디 대답도 없이 세상을 떠난

사자들의 다른 혼백들을 뒤따라 에레보스로 들어가버렸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11권 「저승」541∼564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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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
    from Value Investing 2014-08-21 02:07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일어난 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이었던 아킬레우스가 마침내 죽고 난 뒤 그의 무구를 둘러싼 장수들 간의 쟁탈전에서 오뒷세우스에게 패한 아이아스가 심한 모멸감 때문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 스스로 '완전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담았다. 무구재판에 패한 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현실' 때문에 극도의 딜레마에 빠진 그는 결국 미친듯이 아군인 그리스 군 진영을 습격하는 만행을 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