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아, 이 어미의 마지막 (내게 남은 것이 뭐란 말인가?)
슬픔이여, 내 딸아, 너는 누워 있고, 나는 내 것이기도 한
네 상처를 보고 있구나! 보라,
내 자식들 중 아무도 살해되지 않고 죽는 일이 없도록
너마저 부상을 당했구나. 하나 나는 네가 여자라서 칼로부터
안전할 줄 알았더니, 여자임에도 칼에 쓰러졌구나.
트로이야를 파괴하고 나를 자식 없는 어미로 만든 아킬레스가,
그토록 많던 네 오라비들을 죽인 바로 그자가 너마저 죽였구나!
그자가 파리스와 포이부스의 화살들에 쓰러지고 난 뒤에 나는
'이제는 확실히 아킬레스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두려워했어야 했어. 매장된 그의 유골이
우리 집안을 향해 미쳐 날뛰고 있고, 무덤에 들었어도 그자를
우리는 적으로 느꼈으니 말이야. 내가 자식들을 많이 낳은 것은
아이아쿠스의 손자를 위해서였어. 거대한 일리온은
쓰러져 누워 있고, 백성들의 재앙은 비극적인 종말로 끝났지만,
그대로 아무튼 끝났어. 오직 나에게만 페르가마는
아직도 살아남고, 내 괴로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구나!
얼마 전만 해도 나는 그토록 많은 사위들과 아이들과 며느리들과
남편의 힘을 업고 나라에서 제일가는 여자였는데
지금은 무일푼의 추방자로서 가족들의 무덤을 뒤로하고
페넬로페의 전리품으로 끌려가는구나! 그녀는 할당된
양털실을 잣고 있는 나를 가리키며 이타카의 여인들에게 말하겠지.
'이 여자가 헥토르의 유명한 어머니이자 프리아무스의 아내다.'
그토록 많은 자식을 잃은 뒤에 네 어미의 괴로움을 위로하도록
남겨진 너마저 이제 적의 무덤에 제물로 바쳐졌구나!
나는 죽은 적에게 바칠 제물을 낳았던 거야.
왜 나는 이렇게 모질게도 살아 있지? 왜 나는 머뭇거리지?
비참한 노령이여, 왜 나를 살려두는 것이냐? 잔인하신 신들이시여,
어떤 새로운 재앙을 더 보게 하려고 이 노파의 수명을
늘리시는 거예요? 페르가마가 허물어졌을 때 프리아무스가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
그이는 죽었기에 행복하지. 내 딸아, 그이는 이렇게
죽어 누워 있는 너를 볼 필요 없이 목숨과 왕국을 동시에 뒤로하고
떠났으니까. 너는 공주니까, 생각건대, 너에게는 장례식이
지참금으로 주어지고, 네 시신은 조상들의 무덤에 묻히게 되겠지.
하나 집안의 형편이 그렇지 못하구나. 너에게는 장례 선물로
이 어미의 눈물과 낯선 해안의 모래 한줌이 주어지겠구나.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3권 494∼526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