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안위'가 걱정이다
2015 서재의 달인 발표

 

 

기업들을 오래 관찰하다 보면 가끔씩 '불안한 징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 실마리들은 기업들마다 각양각색이어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경영진의 엉뚱한 짓'을 포함하는 '느닷없는 변화'를 들 수 있다. 그런 변화들 가운데 가끔 긍정적인 변화도 없진 않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변화'로 귀결되는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예측 가능한 변화는 좋지만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급작스런 변화는 대개 '나쁜 조짐'으로 해석된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단단한 토대' 위에 서 있어도 외부 환경 변화에 휘둘리기 쉬운데 갈피를 잡기 어려운 변화를 보인다면 누가 거기에 몸을 기대고 싶겠는가.

 

2015년 알라딘 서재 결산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서재의 달인' 급증이었다. 왜 갑자기? 알라딘 서재는 해가 바뀔수록 '쇠락하는 징후들'이 점점 더 만연하고 있는데도? 오랫동안 지켜오던 '선발 원칙'을 버리고 '서재의 달인' 엠블럼을 남발(?)하는 이유가 뭘까? 혹시 사용자들의 급격한 이탈을 막으려는 회유책의 일환은 아닌가? 그럼 사태는 자꾸만 더 악화될 뿐인데... 그런 생각들이 떠나지 않았다...

 

아아... 이렇게 '눈에 익은 단계들'을 거쳐 머지 않은 미래엔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붕괴'가 찾아올 것이다...

확고한 1등 기업이 아니면 언젠가는 꼭 위기가 닥친단 말이야...

빌어먹을...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걸....  

 

그런 마음으로 뒤지기 시작한 '책 속 구절들' 속에서 발견한 글귀들은 다음과 같았다.

 

눈에 익은 단계들

나는 위기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가 있든 없든, 파탄을 몰고 올 새로운 투기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익히 눈에 익은 단계들을 밟아가며 다가오고 있다; 핵심 우량주가 붐을 일으킨 다음, 이류 종목들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이어서 장외시장에서도 투기판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는 새로 상장된 주식을 둘러싼 또 한 차례의 끝물 장세가 지나가면, 마침내 피할 수 없는 붕괴가 찾아올 것이다. 이 일이 언제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빌어먹을 일은,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버나드 J. 라스커(1970년 뉴욕증권거래소 회장으로 재직)

 

 

애매함과 딜레마

"원칙과 전례가 깨지면 안 되는 시기가 있는 반면, 원칙과 전례를 고수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때도 있다"

 

 

패닉에 대한 처방들

"악마는 맨 뒤에 처진 사람을 잡아먹는 법이다(Devil take the hindmost)", "재주껏 도망쳐라(Sauve qui peut)", "맨 뒷사람이 개에 물린다(Die Letzen die Runde)", 이런 말들이 패닉에 대한 처방들이다. 이와 비슷한 광경은 사람들이 들어찬 극장 안에서 불이 났다고 고함칠 때의 모습이다. 연쇄편지가 연출하는 과정도 이와 닮은꼴이다. 왜냐하면 그 연쇄고리가 무한정 확장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직 소수의 투자자들만 가격 하락이 시작되기 전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연쇄 과정의 초반에 참가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들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믿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거나 곰의 꼬리를 붙잡고 있는 동안은

1928년에 미국의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선회하고 채권 매입을 중단하면서 독일에 대한 미국의 장기 대여가 중단되었을 때, 뉴욕의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독일의 차입자들에게 단기 여신을 계속해주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거나 곰의 꼬리를 붙잡고 있는 동안은-적어도 당분간은-그대로 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눈먼 사람과 다를 바 없다

합리성의 경계선상에 걸쳐있는 세 번째 사례는 머리 속에는 합리적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가장 유명한 사례는-비합리적 기대라기보다는 느끼지 못하는 지체(undistributed lag)의 사례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프랑스인들이 가지고 있던 "마지노선(maginot Line)의 심리"다. 폰지는 "한 사람의 시야가 어느 하나의 사물에 고정돼 있을 때 그 역시 눈먼 사람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와 유사한 지적으로 월터 배젓은 맬서스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만들어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생각을 좀처럼 없애지 못한다."

 

 

내가 무려 10년 이상이나 책을 읽은 감상들을 알뜰살뜰 기록해 오고 책 속 구절들을 꼬박꼬박 쟁여놓은 숱한 메모와 글들이 어느날 갑자기 모두 사라진다면 나에겐 그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을 것이다. 알라딘이 망하면 큰일이다! 비록 이 회사에 단 한 푼도 투자한 돈은 없지만 돈보다 더 소중한 많은 것들을 나는 알라딘에 의지하며 지내온 터였다. 그런 걱정부터 앞세우며 알라딘 서점에 대해 '약간의 정밀 조사'를 벌였다. 내가 '정확한 근거'가 필요할 때마다 뒤지는 곳도 따로 있으니, 거기엔 나름대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만한 근거들이 얼마쯤 있으려니 싶었다.

 

그렇게 해서 간략히 찾아본 자료들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젠장~

 

아직까지는 '급작스런 붕괴'를 걱정할 단계는 전혀 아닌데 내가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싶었다. 알라딘이 비록 '확고한 1등'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단단한 고정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당분간 일평균 방문자수 15만∼17만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듯하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느낌이다.

 

그럼 서재의 달인은 왜 이렇게 '느닷없는 변화'를 보인 것일까.

 

 

그 깊은 내막을 내가 알아낼 도리는 없었다. 알라딘에 그런 걸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다. 그저 알라딘이 요술을 부리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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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2-25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서재의 달인 선정자가 많아서 의아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어요. 북플이 활성화되면서 글을 짧게 쓰고, 사진 첨부가 쉬워지기 시작했어요. 스마트폰으로 글과 사진을 올리는 북플 가입자가 부쩍 늘어났어요. 한해동안 북플 가입자 개인이 올린 글의 수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서재의 달인 선정에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oren 2015-12-28 01:15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는 cyrus 님의 견해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걸요.. 저는 올해 `서재의 달인` 급증 현상을 보면서 왜 자꾸만 `폭우`가 쏟아진 후의 연못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들은 분명히 알고 있겠죠. 정말로 `폭우`가 쏟아졌는지 아닌지를 말이지요...
* * *
˝당신이 만약 연못 속의 오리라면, 폭우가 쏟아지면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올라가는 것은 연못의 물이지 당신이 아니다.˝
- 찰리 멍거

kj_Shin 2015-12-3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칙과 전례가 깨지면 안 되는 시기가 있는 반면, 원칙과 전례를 고수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은 때도 있다˝

서재의 달인 `느닷없는 변화`에서 원칙과 전례가 다소 큰 변화를 보인것 같습니다. 왜 이글을 읽는 지금 단기와 장기가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책을 봐야겠습니다.

oren 2016-01-02 12:31   좋아요 0 | URL
저는 저토록 큰 변화를 보면서 알라딘이 최근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줄 착각했더랬습니다. <서재의 달인> 선정 기준을 대폭 완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고 해서 꼭 나쁜 일만은 아니겠지요. 다만 <서재의 달인>에 선정된 사람들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로 뭔가 싸구려 상품을 `남발`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 무슨 큰 이득을 볼 수 있을런지 저는 그게 궁금할 따름입니다...

雨香 2015-12-3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이 두배가 되었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재 활동량 전체가 두배가 되었다면 이해가 갑니다만.
알라딘이 망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공감합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일단 알라딘에 책 읽은 흔적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서요.

oren 2016-01-02 12:34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 `사전`과 `사후`에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으니 사용자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지요. 이젠 저도 `알라딘 정책`에 대해선 정나미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그저 `그려려니...` 합니다. 다만 `앞으로도 오래도록` 망하지나 않았으면 싶은 바램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