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여행을 이끄는 초대장
제8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작품 7편 가운데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는 유별나게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리스 비극 작품 가운데서도 매우 드물게 몇몇 남자들만 무대에 등장하지만 그 어떤 소설 못지않은 독특한 재미가 넘쳐난다. 비극경연대회에서 이 드라마로 우승했을 때 소포클레스의 나이가 아흔이 다 된 노인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필록테테스는 헤라클레스가 장작더미 위에서 화장될 때 불을 붙여준 댓가로 활을 물려받은 명사수였으나 그는 그리스군이 트로이아로 원정을 가던 도중에 무인도에서 그만 독사에 물리고 만다. 독이 퍼져 심한 악취를 풍기며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는 결국 무인도인 렘노스 섬에 버려지고 만다. 무인도에 홀로 남게 된 병든 필록테테스가 느꼈을 배신감과 절망감이 어떠했을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렘노스 섬에서 비참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그가 치른 고역들은 실로 끔찍했다. 석굴에 거처를 마련한 그는 비둘기를 활로 쏘아 잡아 간신히 허기를 채우기 바빴고 병마뿐 아니라 절망과도 싸워야 했으며 오로지 파도와 바위들과 밤하늘의 별들만 친구로 삼을 수 있을 뿐이었다.

영영 구원받을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던 필록테테스였지만 그래도 섬으로부터 탈출할 기회는 기어이 찾아왔다. 그를 버리고 스카만드로스 강변으로 원정을 떠났던 그리스군이 트로이아를 함락하기 위해서 그를 꼭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신탁에 따르면 '필록테테스와 그가 헤라클레스로부터 물려받은 활의 도움'이 없으면 트로이아는 결코 함락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새롭게 퍼졌던 것이다. 그리스군 진영에서 필록테테스를 데려올 임무를 자청하고 나선 인물은 꾀많은 오뒷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였다.

그 두 사람이 렘노스 섬에 도착한 이후 필록테테스와 예전부터 사이가 나빴던 오뒷세우스는 배후에 남아 필록테테스를 유인할 꾀를 짜내기에 바쁘다. 반면 사나이답고 의리가 많았던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는 완강하게 버티는 필룩테테스를 직접 만나 끈질기게 회유와 설득을 거듭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 둘은 결국 '사나이다운 우정'이 싹트고, 어느덧 친구 사이가 된 네옵톨레모스와 필룩테테스는 서로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들 두 사람이 '우정과 배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동안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완력이냐 설득이냐'를 사이에 두고 계속 고민한다. 각자의 처지가 묘하게 얽힌 세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늘상 선택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대목에서 시인이 들려주는 '설득과 포기, 우정과 배신, 희망과 절망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은 대화'는 이 비극을 바라보는 관객이나 읽는 독자들을 하여금 극도의 긴장과 몰입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다니엘 디포의 걸작『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솟는다. 디포의 소설이나 이 작품이나 둘 모두 '홀로 살아가는 어려움'이 얼마만큼 새롭고 절실한 여러 문제들을 불러일으키는지, 또 무인도처럼 고립된 장소에 오랫동안 격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의 가장 간절한 소원이 어떤 것인지를 생생하게 알려줌으로써 우리가 매일처럼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간절히 깨달을 수 있도록 환기시킨다.



 - 기욤 기용 르티에르, <렘노스 섬의 필록테테스>, 18세기∼19세기, 루브르 박물관


 - 루이 샤를 앙리 메르시에 뒤파티, <상처입은 필록테테스>, 콩피에뉴 성

 

 - 장 팝티스트 카르포, <고통에 빠진 상처입은 필록테테스>, 1852년경, 발랑시엔 미술관

 
* * *


 네옵톨레모스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듣기도 거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라니, 나는 싫소이다. 간계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내가 타고난 본성이 아니며,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도 그렇지 않으셨다고 했소.
나는 그 사람을 계락이 아니라 완력으로 데려가고 싶소.

······

그래도 왕이여, 나는 비열한 방법으로 이기느니
차라리 옳은 일을 하다가 실패하고 싶소.


    오뒷세우스 

과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군. 나도 그대처럼
젊었을 적에는 혀는 느리고 손은 빨랐다오. 하지만
지금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인생 제반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을.

- 《필록테테스》86∼99행 





         코로스

나는 그 사람에게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구나.
돌보아줄 사람 하나 없이
다정한 얼굴도 보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늘 혼자서
몹쓸 병을 앓고 있으며,
필요한 것이 없을 때마다

당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아, 신들의 계략이여!
아아, 가혹한 운명이 주어진
불쌍한 인간 종족이여!


- 《필록테테스》169∼179행 


 

   필록테테스

그때 내가 파도에 심하게 들까불리다가 바닷가
바위 동굴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자, 그자들은
옳다꾸나 하고 나를 두고 떠나갔소. 거지를
위해서인 양 약간의 누더기와 얼마 안 되는 양식을
남겨두고는. 그자들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젊은이여, 한 번 생각해보시오, 그때 잠에서 깨어나
그자들이 떠나고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내 심정이
어떠했겠는지. 내가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내 불행을
슬퍼했겠는지! 내가 거느리던 함선들은 모두 가고 없고,
주위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았을 때 말이오. 나를 도와주거나 병고에 시달리는
나를 위해 짐을 덜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사방을
둘러보아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고통뿐이었소.
하지만 고통만은 아주 넉넉했소이다, 젊은이여!
그렇게 세월이 가고 계절들이 바뀌었소.
이 좁은 집에서 나는 필요한 것을 모두 혼자
해결해야 했소. 내 배(腹)에 필요한 것은
날개 달린 비둘기들을 쏘아 떨어뜨림으로써
이 활이 대주었소. 하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이
무엇을 맞히든 나는 비참하게도 그것을 향해
아픈 발을 질질 끌며 몸소 멀리 기어가지
않으면 안 되오. 또는 물을 길어 와야 하거나,
겨울철에 서리가 내려 장작을 패 와야 할 때도,
나는 힘겹게 기어가 그 일을 하곤 했소.
그리고 불이 없으면 나는 돌에 돌을 문질러
그 속에 숨어 있는 불꽃을 기어코 끌어내곤 했는데,
그 불꽃이 여지껏 내 목숨을 지켜주었소.

- 《필록테테스》271∼297행




      필록테테스

아아, 그대는 죽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지 않던
두 사람의 이름을 말하는구려. 그 두 사람이 죽고
이번에도 오뒷세우스가 살아남았다면, 아아,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한단 말인가? 이번에는 그자가
그들 대신 사자(死者)들에 포함되었어야 하는 건데.

- 《필록테테스》426∼430행

 


 

네옵톨레모스

그분도 세상을 떴소이다. 간단히 말해,
전쟁은 나쁜 사람은 마지못해 잡아가고
쓸 만한 사람들은 대놓고 잡아가지요

 

   필룩테테스

맞는 말이오. 그래서 묻겠는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나 말솜씨만은 빈틈없는 교활한
그 사내는 어떻게 지내고 있지요?

 

네옵톨레모스

그대가 말하는 자가 오뒷세우스가 아니면 누구지요?

 

  필록테테스

그자를 말하는 게 아니오. 테르시테스란 자가 있었는데,
그자는 다들 짜증을 내는데도 짤막하게 말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지요. 그대는 그자의 생사를 알고 있소?

네옵톨레모스

보지는 못했으나, 아직 살아 있다고 들었소.

   필룩테테스 

그럴 줄 알았소. 악한 것은 쉬이 소멸되지 않는 법이니까.
신들은 악한 것은 잘 돌봐주시지요. 신들은 악랄하고
비열한 것들은 기꺼이 하데스에서 돌려보내시는 반면,
올바르고 쓸 만한 것은 항시 이 세상에서 내보내시지요.
신들의 처사를 존중하면서도 신들이 나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런 일을 나는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며,
어떤 점에서 신들을 찬양해야 하는 것이오?

 - 《필록테테스》435-452행


 

 

 

필록테테스

내 이제 그대를 호송인 겸 사자(使者)로 만났으니,
그대가 나를 구해주시고, 그대가 나를 불쌍히 여기시오.
인간의 운명은 공포와 위협으로 가득 차 있고,
행운과 불행은 돌고 돈다는 점을 생각하시고,
고통의 바깥에 있는 자는 위험을 보아야 하며,
잘나가는 자일수록 인생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오.
방심하는 사이에 느닷없이 파멸이 닥치치 않도록.

- 《필록테테스》500∼506행



 

네옵톨레모스

제우스시여, 어떡하지요? 숨겨서는 안 될 것을 숨기고, 말해선
안 될 것을 말함으로써 두 번이나 악당으로 드러나야 하나이까?
 

   필룩테테스

이 사람은, 내 판단이 틀린 것이 아니라면,
나를 배신하고 뒤에 버려둔 채 출항할 것 같구먼.

 

네옵톨레모스

내가 버리다니요? 하지만 내가 그대를 호송하는 것이 그대에게
더 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아까부터 나를 괴롭히고 있소.

 

  필록테테스

그게 무슨 말이오, 젊은이여? 나는 이해가 되지를 않소이다.

네옵톨레모스

털어놓겠소이다. 그대는 배를 타고 트로이아로,
아카오이족과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의 군대로 가야 하오.

   필룩테테스 

아니, 뭐라 했소, 지금?

 - 《필록테테스》908-917행




 

      필록테테스

그대 화염이여, 완전한 괴물이여, 온갖 비열함의
가장 가증스런 걸작품이여, 이게 무슨 짓이며,
무슨 속임수란 말이오? 무정한 자여, 그대에게 애원하는
탄원자인 나를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소? 그대는
내 활을 빼앗음으로써 내 목숨을 빼앗은 것이오.
활을 돌려주시고, 제발, 활을 돌려주시고, 젊은이여!
······
오오, 너희들 만(灣)들과 갑(岬)들이여, 오오, 너희들
나와 함께 사는 산속의 야수들이여, 오오, 너희들
가파른 암벽들이여, 달리 말을 건넬 사람이 없는
나의 말을 항상 들어주곤 하던 너희들에게 호소하노라,
아킬레우스의 아들이 내게 어떤 짓을 했는지!
그는 나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맹세해놓고 트로이아로
데려가고 있구나. 그는 오른손으로 약속까지 해놓고 내게서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갖고 다니던 신성한 활을
빼앗아 아르고스인들에게 자랑 삼아 보이려 하는구나.

- 《필록테테스》927∼944행





      필록테테스

하지만 그대는 계략과 강요에 의해 멍에를 지고서야
그들과 함께 항해했지만, 더없이 비참한 나는 자진하여 함선
일곱 척을 이끌었다네. 한데도 그대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대가 나를 수치스럽게 내던졌지.
하거늘 이제 와서 그대들이 왜 나를 끌고가는가? 무엇을 위해?
나는 아무것도 아니며, 그대들에게는 오래전에 죽었거늘,
신들께 미움 받는 자여, 어째서 지금은 내가 그대에게 절름발이가
아니며 악취가 나지 않는가? 내가 그대와 함께 출항하면,
어떻게 그대들은 제물을 태워드리거나 헌주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나를 내팽개친 핑계가 아니었던가!

- 《필록테테스》1025∼1034행





      필록테테스

너 석굴(石窟)이여,
뜨거운가 하면 얼음처럼 찬 방이여,
아아, 가련한 나는 결코 너를 떠나지
못할 운명인 게로구나. 아니, 너는
내 죽음의 목격자가 되리라.
아아, 슬프고 슬프도다!
너, 내 고통으로 꽉 찬
슬픈 거처여, 무엇이 앞으로
내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인가?
어디서 가련한 나는 생계를 이을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내 머리 위에서는 겁 많은 비둘기들이
윙윙거리는 바람을 헤치고 제 갈 길을 가겠지.
내가 그것들의 비상을 제지하지 못할 테니까.

- 《필록테테스》1081∼1094행



 

      필록테테스

생명을 주는 대지가 베푸는 온갖 것들 중에
한 가지도 가진 게 없다면,
누가 이렇게 바람만 먹고 살 수 있겠느냐?

- 《필록테테스》1160∼1162행




      필록테테스

오오, 가증스런 삶이여, 어째서 너는 나를 여기 햇빛 속에
붙들어두고는 저승으로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인가?
아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뜻에서 충고하는
이 사람의 말을 어떻게 귓등으로 듣는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양보한다면? 그때는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내가 어떻게 사람들 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누가 내게 말을 건넬 것인가? 눈물들이여, 너희들은
내 모든 불행을 보아왔거늘, 나를 파멸시킨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이나 철저히 타락한 라에르테스의 아들과 내가
함께하는 것을 차마 어떻게 눈뜨고 볼 수 있겠는가?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지난날의 수모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그자들에게 어떤 수모를 당할지 예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오. 마음에 한번 악의를
품게 된 사람은 그때부터 매사에 악당이 되니까요.

- 《필록테테스》1148∼1361행




      필록테테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말로 그대를
설득할 수 없다면,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하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나는 말을 중단하고, 그대는
아무 구원도 없이 종전처럼 살아가는 것이오.

- 《필록테테스》1393∼1396행



 

      헤라클레스

먼저 나는 그대에게 내 운명을 일깨우고자 하오.
그대도 보다시피, 불멸의 영광을 얻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노고를 참고 견뎠는지 말이오.
잘 알아두시오. 그대는 이 고통들을 통하여
그대도 영광스런 삶을 얻도록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대는 저 사람과 함께 트로이아 땅으로 가서
먼저 쓰라린 병을 치유받게 될 것이오. 그런 다음
그대는 군대에서 가장 탁월한 전사로 인정받아,
이 모든 재앙의 장본인인 파리스를 내 활로 쏘아 죽이고
트로이아를 함락하게 될 것이오. 그리고
그대는 군대에서 감투상(敢鬪賞)을 받아가지고
그 전리품들을 그대의 부친 포이아스가 기뻐하도록
고향으로, 그대의 조국 오이테의 언덕으로 가져가게
될 것이오. 그대는 군대로부터 어떤 전리품을 받게 되든,
그중 일부를 내 활에 대한 기념물로 내가 화장된
곳으로 가져가시오. 아킬레우스의 아들이여, 그대에게도
나는 이렇게 충고하오. 그대는 그의 도움 없이, 그는 그대의
도움 없이 트로이아 들판을 굴복시킬 수 없기 때문이오.
그러니 그대들은 함께 먹이를 찾는 두 마리 사자처럼
서로를 지켜주도록 하시오. 나는 아스켈리피오스를
일리온으로 보내 그대의 병을 치유하게 할 것이오.
그 도시는 내 활에 두 번 함락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오.
하지만 그대들은 그 나라를 함락할 때,
명심하고 신들께 경의를 표하도록 하시오.
그 밖에 다른 모든 것들은 아버지 제우스의 눈에는
덜 중요한 편이오. 경건함은 인간과 함께 죽지 않고,
인간이 살아 있든 죽었든 소멸되지 않기 때문이오.

- 《필록테테스》1418∼1444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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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23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며 혀가 손보다 빨라진다고도 할 테지만,
시골 할매와 할배는 늘 혀보다 손으로 움직이며 살아가시지 싶어요.
곰곰이 헤아려 보면, 흙을 만지는 이들은
늘 손으로 살아가는구나 싶습니다.

oren 2014-01-23 14:32   좋아요 0 | URL
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혀가 바쁠 일이 없을 듯해요.
손이 혀보다 빠르지 않다면 흙을 일구고 농사를 짓기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노릇이겠지요.

다크아이즈 2014-01-2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포클레스가 이토록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는 건 몰랐어요.
고전 희곡 보면 우리가 하고픈 말 다 나오잖아요. 그게 신기해요. 내 하고픈 말 이미 옛말에 있었도다!!
예를 들면 위의 밑줄 그은 말
"혀는 느리고 손은 빨랐다", "전쟁은 나쁜 사람은 마지못해 잡아가고
쓸 만한 사람들은 대놓고 잡아간다." 뭐 이런 기막힌 말들이요.
전쟁 대신 죽음도 그렇더군요. 나쁜 사람보다 쓸만한 사람을 먼저 잡아가대요.ㅠ

한 번도 고전 희곡을 구경해보지 않았는데 오렌님 덕에 시도해볼까요?
희곡이니 제본이 눈 아프진 않을 것 같아요.

oren 2014-01-23 14:49   좋아요 0 | URL
소포클레스는 123편에 달하는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우리에게 온전히 전해진 작품은 7편에 불과하다고 해요. 3대 비극 작가가 쓴 작품들을 모두 합하면 300편이 넘을 텐데 온전히 남은 작품은 33편(아이스퀼로스 7편, 소포클레스 7편, 에우리피데스 19편)이고요. 세 사람이 쓴 작품들이 모두 다 전해졌더라면 그걸 모두 읽는 데만 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뻔 했겠다 싶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아마도 작가 한 사람마다 '셰익스피어 전집' 만큼만 썼다고 하더라도 그 작품들이 지금껏 모두 전해 내려왔더라면 숱한 사람들이 그 작품들을 번역하고 주석을 달고 읽느라 곤욕을 치렀겠지요. 세 사람이 쓴 33편은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분량이지 싶어요. 대사가 모두 시로 쓰여져 있어서 페이지마다 여백도 많은 편인데, 빼곡히 달린 '주석'만 아니라면 훨씬 더 편하게 읽어 내려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