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여행자의 천국' 포카라를 가다

 
포카라에서 하룻밤을 보낸 우리는 이튿날 '사랑곳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미니버스를 타고 호텔을 출발했다. 날씨만 좋았더라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의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겠다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갔을 땐 연무 때문에 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여명을 뚫고 빨간 해가 짠~ 하고 나타났을 땐 속에서 절로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일출을 감상한 뒤 호텔로 되돌아와 아침을 먹고 나서 패러글라이딩을 예약한 일곱명은 다시 사랑곳으로 올라갔다. 다시금 '날씨만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부터 들었다. 청명한 가을날 여기에 왔더라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면서 안나푸르나의 멋진 설봉들을 감상할 수도 있었을 테고, 페와 호수와 포카라 시내도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패러글라이딩을 경험하기엔 더할 나위없이 멋진 장소였지만 봄철 특유의 박무 현상은 '눈의 탐욕'을 아무때나 쉽게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엷은 장막을 계속 드리웠다. 난생 처음 타보는 패러글라이딩이었지만 생각보다 너무나 가볍게 공중을 날아 오르는 게 신기했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스물일곱살 청년의 멋진 솜씨 덕분에 나중엔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곡예 비행을 '멀미가 나도록' 실컷 즐겼다.

패러글라이딩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긴 우리가 넉넉하게 남은 비행기 시간을 앞두고 '점심식사도 할 겸' 찾아간 식당은『낮술』이라는 한국 음식점이었다. 낮술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취해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낮술의 '취기'가 얼마나 사람을 정신 못차리게 하는지를. 그런데 그 음식점에서 맛있게 '점심과 낮술'을 배불리 먹은 우리를 무참하게 쓰러뜨린 건 정작 '낮술' 때문이 아니었다. 우린 포카라를 떠나 카트만두에 돌아오자 말자 하나둘씩 '설사'를 앓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거의 모두가 '설사' 때문에 꼼짝도 못할 지경이 되었다.

뒤늦게 우리 일행들이 곰곰히 되짚어본 추리에 의하면 '설사'의 원인은 '낮술'에서 맥주를 마실 때 서비스 안주로 나왔던 '땅콩'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우리는 '낮술'에 들러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목도 축일 겸 맥주를 제법 많이 마셨는데, 그 때 우리가 자꾸만 '더 달라'고 종업원에게 부탁했던 게 바로 '땅콩'이었고, 그 종업원은 몇 번씩이나 '땅콩'을 쟁반에 받쳐들고 와서는 빈 접시에 수북하게 채워주곤 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도 그 '땅콩 봉지'가 왠지 모르게 조금은 불량해 보였었다.

더군다나 '땅콩'이 '설사의 주범'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한가지 더 있었다. '낮술'은 커녕 '밤술'조차 전혀 드시지 않고, 심지어는 대학 신입생 시절에도 친구들과의 숱한 '술자리'에 좀처럼 빠지는 법이 없었지만 '술·담배'는 결코 입에도 대지 않으셨다는 목사님께서 하필이면 '설사 증세'가 제일 심각했다는 사실이다. 목사님은 우리 일행들이 '낮술'을 즐겼던 그 기나긴 시간의 대부분을 '불량 땅콩'을 드시는 데 열중하셨던 것이다!

나중에 목사님은 포카라를 이륙한 비행기가 카트만두에 도착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지난 뒤(탑승객들이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와 버스로 갈아탄 이후에도 한동안 그 '버스'는 움직일 줄 몰랐다) 홀연히 비행기에서 나와 트랩을 밟고 내려오셨다. 이미 그 때부터 증세가 꽤나 '심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밤이 새도록 설사가 그치지 않아서 결국 이튿날 아침엔 병원까지 다녀오셨고, 일요일 '목회'조차 포기하신 뒤 하루 종일 드러눕다시피 하셨다고 한다.

사실 내가 한국에 돌아와 '히말라야 트레킹 후기'를 쓰기 위해 인터넷으로 '포카라'를 검색하다가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곳도 하필이면 '낮술'이라는 사이트였다.(
http://www.natssul.com/)   헉~ '낮술'이라면 우리 일행을 '설사' 때문에 그토록 고생하게 만든 바로 그 음식점이 아닌가. 그래서 처음엔 그 사이트가 '조금도' 반갑지가 않았다. 오히려 도대체 어떤 사람이 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나 하는 다소 삐딱한 호기심부터 일었다.

알고 보니 '낮술'은 정말 매력적인 사이트였다. 그리고 그 사이트를 운영하시는『낮술』음식점의 사장님은 여행에 대한 멋진 책(
낯선 여행자, 세상과 소통하다)까지 쓰신 분이었다. '병주고 약주는 꼴'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히말라야 트레킹'과 '네팔'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낮술' 사이트를 꼭 한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거기엔 '네팔'과 '히말라야'의 풍경을 담은 멋진 사진들과 아름다운 글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포카라에 가게 된다면 '낮술'이라는 음식점도 빼놓지 말기를 바란다. 페와 호수가 빤히 내다보이는 곳이어서 경관도 좋을 뿐만 아니라 음식도 다양하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낮술』사장님은 이미 오래 전에 세계 각지를 두루 여행한 끝에 '포카라'에 정착하신 듯하다. 그 분이 다녀봤던 여행지들이 수없이 많을 텐데 다른 곳을 다 제쳐두고 굳이 네팔의 포카라를 택해 음식점까지 차리고 '정주'를 시작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분이 쓰신 다음의 글 한 대목만 읽어보더라도 그런 궁금증이 다 사라지는 듯싶고, '포카라의 매력'에 대해서도 더이상 긴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 ······ 그 매력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 그리고 그렇게 다 봤다고 이삼일 만에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머지, 그 이삼일만에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언제 떠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된다. 일주일을 머물 지 몇 달을 머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자기가 언제 떠날 지 모르게 되는 것. 그것이 포카라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 낮술 사이트에서 퍼온 사진

(좌측의 언덕이 사랑곳이고 우측의 산이 마차푸차레)


 - 사랑곳의 일출




-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안나푸르나




 - 히말라야의 일출




 - 35년 전 만났던 세 분이 안나푸르나의 새벽 햇살이 비치는 순간을 함께 했다.


 - 산악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장대장님




 - 잠시 감개무량했던 순간.




 - 하산하기 전에 모두 모여 '화이팅'




 - 각자의 방식대로~


 - 이 순간을 영원히~




 - 새벽 6시 38분. 하산길에 만난, 이른 새벽부터 가사일을 돕는 꼬맹이.




 - 이 소녀는 언제쯤 '사랑곳'을 떠나볼까?




 - 사랑곳 언덕




 - 시정은 좋지 않지만 '날기엔 좋은 날'




 - Boss와 함께~




 - '시선'의 차이




 - 옆에서 우리와 함께 날고 있는 독수리.




 - 새처럼 가볍게~




 - 발 아래는 허공




 - 우리에게 길을 묻는 한국인 관광객




 - '낮술'로 들어서는 일행들.




 - 건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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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0. 다시 카트만두로, 스와얌부나트와 왕궁을 둘러보다
    from Value Investing 2013-06-03 14:18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설사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다들 모여서 목사님께서 사오신 설사약을 먹고 다시 각자의 방으로 올라가기 바빴다. 한낮이 되어서야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카트만두 시내 구경'을 나서게 되었다. 목사님 대신 비서인 뻐덤이 가이드 역할을 대신 떠맡아 우리와 함께 했다.제일 먼저 가 본 곳은 몽키템플로 더욱 잘 알려진 스와얌부나트 사원. 이곳은 197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곳
 
 
페크(pek0501) 2013-06-0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공중을 날으는 느낌이 듭니다. 저렇게 새처럼 날으면 인생관이 확 변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므로... ^^

oren 2013-06-04 14:51   좋아요 0 | URL
패러글라이딩은 생각보다 밋밋했어요. 나중에 조종사(러시아에서 왔다는 스물여덟살의 청년)가 '재미있냐? 더 익싸이팅하게?' 묻길래 '좋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엄청난 '공중 제비돌기 모드'로 돌변하더군요.
처음엔 '와우~ 신난다~'고 좋아라 하다가, 너무 쎄게 돌리니까 너무 어지럽고 멀미가 심하게 나서 죽는 줄 알았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