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웃나라도 드물지 싶다.
한때는 세계 최강국의 지위에 오르는 게 거의 확실해 보일 때도 있었던 나라였고, 2차 세계대전때는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겁도 없이 '건곤일척'을 겨뤘던 나라이고, 지금도 여전히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다다른 선진국이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배뿐만 아니라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에 대한 사과와 보상 문제까지도 해결하지 못해 서로 불편한 관계에 머물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일간 축구경기는 여전히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자국의 축구선수가 해외에서 어떻게 활약하느냐에 따라 묘한 민족감정에 곧바로 휩싸이는 경우도 적지않을 만큼 우리에겐 '일본한테는 결코 질 수 없다'거나 서로 '상대가 잘 되는 꼴'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뿌리깊은 앙숙관계의 감정도 남아 있다. 일본인들이 꽤 오래 전부터 노벨상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경쟁상대와는 비교하기 힘든 '현실적 격차'를 묵묵히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떡하든 그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미래를 열망하며 우리를 달래기 바쁘다.
비록 우리가 오랜 기간 동안 '국가간 힘'의 대결에서는 일본에 절대적인 열세를 보여온 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묘하게도 '일본사람'을 상대로 해서는 결코 열등감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민족적 자긍심만큼은 우리가 오히려 일본사람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지도 모르겠다. 그런 감정들은 근래의 욘사마와 지우히메로부터 시작된 엄청난 한류열풍이 큰 몫을 보탰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버블경제의 붕괴에 뒤이은 '잃어버린 십년'과 더불어 꾸준히 경쟁 상대인 이웃나라 한국에게 여러 '추월'을 허용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젠 어엿이 일본의 막강한 제조없체들마저 뛰어넘기 시작했고 또 얼마쯤은 상대를 내려다보는 경향마저 내보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내가 처음 가본 건 1995년이었다. 그 때 받은 첫 인상 역시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이토록 가까운 이웃이 이토록 놀라운 선진국이라니......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또 뭔가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아 보이고 또 그들을 한시바삐 따라잡았으면 싶기도 하고... 1996년에는 선진국 일본의 보안경비업체인 SECOM과 TOYOTA 자동차 등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너무나 뛰어난 회사였고 그때까진 정말 너무 완벽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일본의 저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몹시 궁금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그리고 나는 그후 오랫동안 일본을 더이상 가보지 못했다. 여러번의 기회가 매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속칭 일본말로 '나가리'가 되고 말았다.(이런 일본어를 말하고 듣는 게 좀 불편하지만 이럴 땐 한 번쯤 글로 써보고 '묘한 반감'도 느껴보고 싶다.)
어쨌든 그런 일본을 이번에 세 번째로 다녀왔다.(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가는 것은 처음인 셈인데, 일본어에 능숙한 옆지기는 처녀때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한 적도 있었고, 예전에 장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네 번째쯤 가는 셈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은 실로 몇 년만에 가족들과 함께 한 '힐링' 목적의 여행이었으므로 사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복잡한 감정들은 멀찌감치 한켠으로 밀어내고 그저 '푹 쉬다' 오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특히나 일본 오키나와는 본토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 일본 열도의 남단인 규슈에서도 685km나 남쪽으로 떨어진 섬이고, 1879년에 일본에 복속되기 전까지 450년 동안 '류큐왕국'으로 있었던 나라인 만큼 '언어'조차 서로 다른 게 많다고 한다.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이 섬조차 알고 보면 격렬한 전쟁도 많이 치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1973년까지 미국의 지배하에 있다가 일본에 환수되는 등 굴곡진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이번에 오키나와에 처음으로 가보니 과연 그곳은 본토와는 너무나 달랐고 외관상으로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남태평양의 환상적인 섬'일 뿐이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낮기온은 벌써 24도까지 올라갔고 반팔을 입고 다녀도 무방할 정도로 온화한 기후 때문에 여행 내내 기분이 정말 좋았다. 1월 하순임에도 벌써 벚꽃은 활짝 피었고 가는 곳마다 야자수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는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았다. 어딜가나 깨끗한 거리와 친절한 사람들과 깔끔한 음식은 기후만 닮은 여타의 '동남아'와는 차별되는 또다른 매력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한 해 1,000만 명쯤 되는데 제주도보다 면적이 좁은 '오키나와'에만 한 해에 500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그 단순한 수치 하나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쨌든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내내 '아들'에게 고마웠다. 마침 어제 졸업식을 마친 아들 녀석이 '2013 대학 입시'에서 실패했더라면 여행이고 뭐고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테고 집안 분위기는 한겨울 추위보다 더 썰렁했을지 모른다. 그동안 공부를 안한다고 우리 식구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구박도 참 많이 받았던 녀석이 그런 수모(?)를 용케 잘 견뎌내고 어엿이 대입의 관문을 씩씩하게 통과했으니 그런 다행이 없고 아빠로서 그저 고맙기만 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재수'는 '벌금 3,0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이라던데, 거기에 비하면 '3박4일의 가족여행'은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지출인 셈이었다.
우리 가족은 셋째날 '자유일정'을 하루 온종일 도카시키 섬으로 건너 가서 '에메랄드빛 바다'만 바라보며 '힐링'을 제대로 느껴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비수기'인 요즘에 그토록 조용한 섬을 찾는 관광객이 우리 가족 넷 말고도 딱 한 분 더 있었다. 그 분은 '동경'에서 '저가 항공편'을 이용해서 오키나와의 이곳 저곳을 여행중이었는데 마침 우리 식구들과 이용하는 배편이 똑같았다. 아침 첫 배편(09:00)으로 들어가서 그 섬에서 마지막 배편(17:00)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분은 나중에 도카시키섬의 아하렌 비치에서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우리에게 '특별히 유용한 정보'를 알려 주기도 했다.
인천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꿈의 산호섬' 오키나와를 사진으로 보여드리기 위한 서설이 너무 길었다. 여러모로 힘들고 추운 겨울이지만 오키나와는 너무 따뜻했다. 우리 아이들도 이번 여행이 정말 좋았던 모양이다. 나중에 언젠가 꼭 다시 오키나와를 가보고 싶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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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키나와에서 꼭 가봐야 할 곳, 만자모(万座毛)의 코끼리바위
2. 오쿠마 비치에 있는 오쿠마 리조트
3. 오키나와 해양박람회(EXPO) 기념공원내 츄라우미 수족관
4. 츄라우미 수족관을 대표하는 길이 8m짜리 고래상어
5. 오키나와월드에 있는 길이 5㎞인 석회동굴 옥천동의 '황금의 잔'
6. 오키나와의 특산물 '고구마 과자' 상점
7. 나하시내 대형서점
8. `기적의 1마일`이라 불리는 길이 1.6㎞ 왕복 2차 도로, `국제거리`
9. 나하 국제거리에 있는 대빵야끼 전문점
10. 호텔 창문으로 바라본 오키나와의 3일째 아침 풍경
11. 고속훼리를 타고 도카시키 섬으로 이동하는 중
12. 토카시키항에서 아하렌 비치로 이동하는 '시골버스 운전사' 할아버지, 요금은 편도 1인당 ¥400
13. 바다빛깔이 환상적인 아하렌 비치
14. 드넓은 해안에 딸랑 우리가족 넷이 전부
15. 한참만에 나타난 일본인 모녀
16. 더 멋진 '프라이빗 비치'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일본인 관광객
17. '프라이빗 비치'의 바위에 올라선 딸
18. 예쁜 조개껍질을 줍는 중
19. 아하렌 비치에서 딱 한 곳뿐인 레스토랑, 소바와 돈까스가 둘 다 맛이 꽤 좋았던 곳.
20. 석양을 뒤로 하고 다시 오키나와 항구로 들어오는 중.
21. 3일째 저녁, 나하시내 선술집(이자카야) 풍경
22. 후쿠슈엔(福州園), 류큐왕국이 번성할 때 중국 후쿠슈시(福州市)와의 교역과 우호를 기념해서 조성한 공원
23. 나하 공항 근처 아시비나 아울렛
24. 오키나와를 떠나며......
25. 아하렌 비치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들
26. 오키나와에서 행운의 상징인 ‘별 모래’ 열쇠고리, 아주 작은 모래가 진짜 별모양을 닮았다.
※ 알라딘 독자들을 위해 직접 담아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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