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을 보바리 때문에 나는 괴롭다 못해 죽을 지경이다 …… 나는 지겹고 절망적이다 …… 기진맥진한 상태다 …… 보바리가 나를 때려눕힌다 …… 태산을 굴리는 듯 지겹다 …… 정말이지 보바리는 따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 플로베르, 1852년 6월에 쓴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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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동영상을 만드는 데도 '창작의 고통' 같은 게 있을까?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어떠한 동영상이든 이제껏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동영상을 만든다는 점에서, 유튜브 영상들은 기실 대부분이 창작물들이다. 그 창작물의 재료들이 상당 부분 이미 존재해 있는 것들을 이리저리 끌어모으고 재조합했다고 하더라도, 창작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가.
그런데,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라치면 솔직히 겁이 좀 난다. 텍스트로 이뤄진 대본이야 얼마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텍스트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데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도저히 만족스러운 영상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를 만날 때마다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대표작인 『댈러웨이 부인』이나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쓴 『마담 보바리』와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다. 텍스트로는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설명을 뒷받침하는 영상 컨텐츠를 찾아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이들 작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예전에 써 둔 서평글을 살피는 동안 그런 생각부터 앞섰다. 이들 작품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끝내 중도에 좌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왜 없겠는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포착한'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을 영상으로 표출하는 데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보석 같은 물방울들을 잔뜩 매달고 영롱하게 빛나는 거미줄의 이미지가 나를 도와주었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미지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결국 어느 정도 스스로 타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영상 컨텐츠가 확보되는 경우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 어머니, 언니, 남편의 이미지를 찾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작가의 삶과 연관된 사진 자료들이 풍성할수록 동영상 작업은 탄력을 받는다.
『댈러웨이 부인』을 바탕으로 쓴 『디 아워스』라는 작품의 작가 얼굴도 이번에 처음 만났다.

-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학자이자 문필가였다.
왕립학회 회장을 지낸 토머스 헉슬리도 아버지의 친구였다.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는 토머스 헉슬리의 손자였다.

-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다.
『일반이론』을 쓴 저명한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버지니아 울프의 '블룸즈버리 그룹' 멤버였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에게 확보된 이미지 자료는 플로베르의 얼굴 사진 한 장과 크루아세를 묘사한 그림 한 장이 전부였다. 과연 이렇게 허술한 기초 자료 위에서도 『마담 보바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텍스트를 대본 삼아 녹음한 분량만 해도 20분이 훌쩍 넘는데, 이 새까만 바탕 위에 1,200초(20분×60초)나 되는 기나긴 시간을 어떤 이미지로 채워나갈 수 있을지 참 막막했다. 그런데 계속 고민하고, 찾고, 끌어 모으고 하다 보니 결국 빈 틈들을 어떤 식으로든 채울 수 있었다. 한 장밖에 없던 플로베르의 사진도 예닐곱 장이나 마련할 수 있었다.

- 엠마 보바리의 첫 번째 외간 남자였던 청년 레옹의 이미지는 너무 근사한 반면,
엠마 보바리는 소설에서 그려진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미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엠마 보바리의 남편인 샤를르 보바리는 시골 의사 답지 않게 무척 세련된 모습이다.
소설을 읽을 땐 아무런 이미지도 떠올리지 못했던 포목상 뢰르, 바람둥이 로돌프의 이미지도 찾아냈다.

- 플로베르는 루앙 태생이고, 소설 속에서도 루앙이 자주 언급된다.
이번에 동영상을 만들면서 비로소 '루앙'이 어떤 곳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소설가 플로베르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센 강변의 크루아세'라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어느덧 책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린지 석 달이 훌쩍 지났다. 내 채널의 구독자 수도 400명을 훌쩍 넘기고 보니, 영상 하나를 만들어 올리고 나면 이내 다음 영상을 만들어 올릴 궁리에 바쁘다. 동영상의 업로드 주기가 하루, 이틀만 늘어나도 나 스스로 '마감'에 쫓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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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링크 주소는 https://youtu.be/MTUYTbjXDbA
동영상 링크 주소는 https://youtu.be/awC0tN9mW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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