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매니아들의 세상이다.
오히려 프로페셔널 보다 순수 아마추어들이 대중 문화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매니아 세상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왔다. 독특한 취향이나 취미등으로 인해 주위에서 따돌림은 아닐지라도 대화가 통하는 동류의 사람들을 목말라 했던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자유로이 소통하면서 급속히 조직화 되고, 전문화 되었다.
이곳 알라딘도 마찬가지 현상의 연장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비교적 많지만, 이렇게 알라딘 마을이라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곳을 통해 독서가들은 더욱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자신의 독서벽을 더욱 발전 시키게 되었다. 서재 활동을 하다보니 더욱 책을 많이 사게 되고, 읽게 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혹자는 서재질을 하느라 책읽는 시간이 줄기도 한다.)
대표적인 매니아 사이트인 디씨인사이드. 이 사이트를 통해 뭉친 디지털 카메라 매니아들은 일본의 제조사는 물론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제품의 기술적인 버그를 찾아 내는 수준에 까지 이르렀고, "디씨 문화"라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장르 문학에서도 가장 극성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SF는 순수 아마추어 매니아들에 의한 평론이나 정보가 거의 전문가 수준을 능가한다. 그 이외에도 각종 스포츠나 레포츠, 예술, 영화 등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매니아들의 진출과 조직화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그저 가볍게 즐기고 적당히 누리는 것에서 내가 좋아한다면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이러한 세계의 특징이다. 취미가 본업(밥벌이)보다 더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매니아"라는 호칭을 그리 즐겨 쓰진 않는다. 매니아라 하면 왠지 외곬수, 광적인, 편집증적인 등의 의미가 떠오르기 때문일까.(일본에서 유래한 오타쿠라는 말도 있다.) 최근 각 분야들마다 두드러지는 매니아들의 약진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말이다. 팬덤(fandom)이라는 말로도 대체할 수 있을듯 하지만, 이는 문화를 직접 즐기기 보다는 특정한 대상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그런 수동적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다. 보고 즐기는 분야에선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직접 활동하는 경우엔 다소 의미가 맞지 않는다. "애호가"라는 말은 어떤가? 내가 활동하는 어느 동호회를 운영하시는 분이 즐겨 쓰시는 말이다. 매니아 보다 전문성이나 열정은 덜 느껴지지만, 그만한 소리를 들을 만큼 전문성도 없고 열정도 부족한 나에게는 "애호가"가 부담없고 듣기에도 좋아 종종 즐겨 쓰게 되었다.
나는 장르문학 중에서도 미스터리 소설을 즐기는 "미스터리 애호가"이다.
프로야구 중계 방송 시청을 인생의 낙중 하나로 생각하는 "야구 애호가"이다. (스포츠 중계는 그 이외에도 광적으로 좋아하여, 복싱이나 축구, 농구도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다.) 그리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성인이 꾸준히 즐길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인라인 애호가"이기도 하며,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5년째 줄창 해오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애호가"이기도 하다.
관망적이고, 수동적인 "팬 문화"에서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매니아 문화"로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한 가지 쯤은 "매니아"는 아닐지라도 "애호가"라고 할 만한 "꺼리"가 있다면 인생이 더욱 풍요로와 지지 않을까.
** 마태우스 님과 MLB 퀴즈를 주고 받다 보니 몇가지 떠오른 생각들이다. 24년째 한국 프로야구를 즐겨 보고 있지만, 박찬호의 진출 이후 MLB는 더이상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깨끗하고 멋진 구장, 화려한 플레이, 엄청나게 두터운 선수층, 많은 팀들은 확실히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그리고 오랜 역사속에서 쌓여진 그들의 데이터, 각종 선수들의 다양한 스탯 등은 공부하기 좋아하고 파고들기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겐 아주 좋은 대상이 아닐 수 없다.
** 결국 결론인즉슨, 마태우스님 이제 이 글 밑에다가 퀴즈 내 주시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