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밤은 깊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6
노엘 칼레프 지음, 김두남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왠지 <파리의 밤은 깊어>라는 제목과 "노엘 칼레프"라는 작가의 이름 모두 상당히 모던해 보인다. 처음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접하지 못한 채 작가이름과 제목만으로 나는 이 소설이 적어도 70년 대 이후에 발표된 미스터리이고 현대적인 감각의 로맨틱 코미디 서스펜스물이 아닐까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작가 노엘 칼레프는 1907년 불가리아 태생이고, 이 소설은 1956년에 발표된 작품이며 내용 또한 '로맨틱'과는 거리가 멀었으니 나의 선입견은 모두 틀린 셈이다. 그리고 기대치 보다 큰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뭔가 수상한 물건을 축구공 속에 담아서 전달 하는 임무를 맡은 한 젊은이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소설은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정체 불명의 조직, 떨어져 사는 아버지로부터 축구공을 선물받은 소년과 그의 친구 등이 얽히면서 의외의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초중반까지 좌충우돌 젊은이의 모험 활극으로 진행되는 듯 하던 소설은 이내 파리 시내의 전 경찰 병력이 출동하는 스펙터클로 발전하는데...

영화계에 몸을 담고 조감독, 배우, 시나리오 각색 등의 전력을 보유한 작가답게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사건은 박진감 넘치게 펼쳐 진다. 커트백 수법을 차용한 이러한 동시 다발적인 전개는 파리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수사과정을 생동감 있게 잘 묘사하고 있으며, 등장 인물들의 재치 있는 대사도 책 읽기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12시간 정도의 한정된 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이 주는 서스펜스는 대단히 스릴 있다. 여태 읽어 온 서스펜스 소설 중에 이 만한 속도감과 박진감을 가진 작품이 있었을까? 아주 많은 수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관계로 각 캐릭터의 강렬함과 개성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

파리 경찰의 수사 과정과 그들간의 긴밀하고 신속한 협조 체계하에 이루어지는 범죄 추적 과정을 충실하게 잘 묘사하고 있는 이 소설은 '파리 경시청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 작품의 배경이 '런던'이 아니라 '파리'라는 것이 절묘하다. 코믹하고 발랄한 듯한 묘사, 희극적으로 보이는 캐릭터에 비해 의외로 참혹한 사건의 양태는 묘한 언밸런스와 함께 가벼워 보이는 이 작품에 긴 여운을 준다. 바로 이러한 양면성이 '파리'라는 대도시의 두 얼굴이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06-27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만은 못한 것 같아요..

oldhand 2005-06-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습니까? 저는 아직 사형대..는 읽지 못했거든요. 같은 해에 발표한 처녀작에 가까운 작품 두개가 자신의 양대 대표작이 되었으니 이작가도 데뷔는 대단히 화려했던것 같습니다.

야클 2005-06-27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시간에 일 안하시고 리뷰가 뭡니까~~~? ^^

oldhand 2005-06-2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핫핫. 제가 원래 근무시간에만 서재질을 한다는...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