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님은 기억하실 듯도 한데, 나는 사실 '어둠의 혓바닥'이다.

지금은 그렇지만, 보통 가장 욕을 많이 하는 시기인 중고등학교 시절엔 그야말로 모범된 언어생활을 했다. 혼잣말이라도 절대 욕을 하지 않으셨던 부모님 덕인지, 형, 누나도 내가 알기론 최소한 집에서는 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얻어진 언어 습관이었을 것이다. 흔한 "새끼야"라는 말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비단결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흐흐.

'욕의 순기능'에 대해 눈을 뜬 것은 20대 중반의 일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고, 그 이후 나는 '욕'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거의 없어졌고, 종종 일상의 묵은 찌꺼기를 내 뱉는 심정으로 몇마디 읊조리곤 한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무데서나 했다간 부랑아 취급을 받기 십상인 터. 장소와 주위 사람을 고려할 수 밖엔 없다. 물론 'Driving language'로도 제격이다. 나중에 자식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할텐데..

친한 친구 사이라도 심한 욕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 내게 있어서 그 기준은 친밀도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 기준은 아마도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다소 '어두운' 삶을 나와 공유 해봤는지에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지만. (범죄를 저지르거나 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놀라지 마시길.)

길게는 25년 이상, 짧아도 15년 이상 오랫동안의 친교를 맺어온 고향 친구들이 있다. 중고교 시절 순수한 언어생활에 매진했던 관계로 이 오랜 친구들사이에서도 크게 심한 말을 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 중 내가 정말 사심없이 '야 이 XX놈아'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가 바로 H다.

H와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였다. 그는 소위 '유학생'이었다. 지방이지만 대도시라고도 할 수 있는 광주(光州)는 고등학교만 되어도 전남 지역에서 유학하는 '유학생'들이 한 반의 4~50%를 차지 했다. 그는 좀 더 일찍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광주에서 유학하고 있는 노련한 유학생이었고, 2학년이 되어 그와 한 반이 되었을 때는 이미 그의 고향을 지칭하는 '해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그는 순진한 듯 하면서도 적당히 놀 줄 아는 모나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될성부름을 간파했던 나는 우리 '조직(학교는 제각각인 동네 친구들)'에 그를 영입했고, 아직까지도 조직원으로 잘 활동 중이다.
그 이후 대학 시절 서울로 같이 유학하였고, 내가 좀 더 일찍 직장을 다니게 되어 주머니에 돈 좀 쥐고 있던 시절에는 같이 '화류계'를 전전하기도 했다.

H도 졸업을 하여 취직을 하였고, 직장 생활 1년 만에 연고지 우선의 법칙에 의해 광주 발령을 받았다. 서울 생활을 꿈꿔왔던 그에게는 다소 우울한 소식이었다. 송별회랍시고 껀수 잡아 만나서 음주가무를 즐겼던 나이트 클럽에서 그는 '1년만 있다가 나 다시 돌아 올거야!'를 부르짖었고, 송별회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앞서 그저 '부킹'에만 열 올렸던 나는 그 곳이 하이얏트의 'JJ'였는지 힐튼의 '파라오'였는지 기억이 희미할 뿐이다.

1년 후 서울 수복을 외치고 낙향했던 H는 그러나, 근무하던 지점에서 지금의 색시를 만났고, 일찌감치(나에 비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장가들어 딸딸이 아버지가 되었다. 비교적 페이가 좋은 금융권 기업을 다니는 H는 집값도 싸고 물가도 싼 광주에서 비교적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 운동삼아 골프를 즐기며 가끔 필드에 나가기도 한다는 그는 지난 해 광주에 가서 모처럼 만났을 때 나를 동네 참치 횟집으로 이끌었는데, 정갈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횟집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 등 이미 지역 유지로서의 입지를 굳힌 듯 하다.
아들 귀한 집안의 막내 외동아들로 자란 H는 칠순이 훨씬 넘은 홀어머님을 위해서라도 부의 상징이라는 '세째'에 도전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이 놈과 전화 통화라도 한 번 해봐야 겠다.

"야 이 XX놈아, 너는 형이 먼저 전화 안하면 평생 연락도 않을 놈이다"라며..

                                                  ------------------------------------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있었던 H와의 귀여운 일화 한 토막.

토요일 오후 자율 학습이 끝나가는 시간쯤 옆반이었던 H가 냉큼 와서 하는 말.

"야 야, 내가 어제 겁나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디, 너 한 번 사주께 이따 끝나고 같이 가자"

학교 앞 분식점 가는 일도 흔치 않던 가난한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적에도 학교에 돈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회수권만 달랑 두장 들고 집을 나서던 시절, 나는 친구들에게 간혹 얻어 먹는 일을 제외하면 군것질 할 기회도 없었다.)
하교길에 학교앞 분식집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H는 문제의 음식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았다.

"허벌나게 매우니까 먹을 때 각오 좀 해야 쓴다. 근데 또 매우면서도 맛있당께로"

열아홉살 초가을 그 날 나는 H덕에 생전 처음으로 '쫄면'을 먹어 보았다. 어느새 17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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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를 거치면서 서양 문물을 급작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귀족 사회와 상류 사회를 중심으로 유럽식의 서구 문화를 그들의 생활에 접목시켰다. 그 시절 가장 돈독한 동맹국이면서도 같은 섬나라이어서 였을까. 특히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많은 유학생들이 영국에서 수학하였고, 그들은 귀국하여 일본의 엘리트가 되었다.

짙은 안개와 흐린 날씨로 유명한 영국은 대륙의 밝고 호방한 스타일 보다는 다소 어둡고 음습한 '고딕'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일본의 월드컵 경기장들을 보면 라커룸에서 경기장으로 나가는 통로가 굉장히 어둡고 축축한 느낌을 준다. 벽은 그저 콘크리트 색처럼 거무칙칙하고 조명도 밝지 않다. 영락없는 잉글랜드 축구경기장의 모습이다. 전 후 일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나라는 미국이겠지만 이처럼 영국의 그림자는 차량의 좌측통행 같은 생활적인 면 부터 문화적인 면까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은 무식하고 거칠게 구분하자면 크게 두 가지 분위기로 나뉜다. 하나는 일본의 현 사회상을 반영하는 소설들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색이 아주 강렬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어딘지 모르게 탈아시아적인 유럽의 분위기를 담고 있는 소설들이다. 전자는 하드 보일드로 대표되는 미국의 추리 소설에 가깝고 후자는 본격 미스터리의 본고장인 영국의 추리 소설에 가깝다.
더욱 거칠게 이분화 하자면 전자는 사회파와 그 영향을 받은 작품들, 후자는 초창기의 본격과 현대의 신본격에 해당한다.

마스모토 세이초, 모리무라 세이이치, 미야베 미유키나 다카무라 가오루,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작품들이 전자를 대표한다면,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 오구리 무시타로, 시마다 소지, 아야츠지 유키토 등은 후자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만화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이나 <소년 탐정 김전일> 등은 명백하게 유럽식 스타일을 보여주는 만화들이다.

이러한 이분법이 순문학에서도 유효할 지 어떨 지 문외한인 나는 알 수 없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이런 저런 잡설을 떠올린 것은 최근에 읽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작품 때문이다.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은 것은 처음이라 뭐라고 말 할 순 없지만, 전자의 특징과 후자의 특징이 교묘하게 맞물리고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나의 '폭력적인' 이분법에 의하면 '유럽파'다. 그렇지만 4편의 연작들 중 두번째와 세번째 에피소드들은 유럽파(자꾸 유럽파 유럽파 하니 박지성 등이 떠오르네 -_-;)로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연작 소설의 방식과 액자 소설의 구성, 두 가지 스타일이 독특하고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게다가 장르의 구분도 모호한 경계 소설이 아닌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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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어디서 본듯하면서도 또 처음 본듯도 하고 하는 묘한 느낌을 느꼈습니다.

하이드 2006-04-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올드핸드님,
좋은 글로 이렇게 또 오랜만에 오셨군요.
무식한 잡설이라니, 겸손이 과하십니다.

로드무비 2006-04-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럭=3 왜 이리 겸손하신 겁니까.
전문가의 리뷰를 방불케하는데요.
<얼마 전 벚꽃 지는 계절에 어쩌구>를 재밌게 읽었어요.
올드핸드님이 리뷰를 쓰셨던가요?
찾아봐야겠습니다.^^

oldhand 2006-04-0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 / 온다 리쿠는 매니아층을 양산할 수 있는, 호오가 크게 갈리는 작가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이드 님 / 앗 그새 다시 앞에 '미스'가 달렸네요. 제가 요새 좀 뜸 했습니다. 문학적 소양없이, 일본에 대한 큰 식견도 없이 내 지른 소리라 겸손이라기 보다는 좀 찔려서요.. ^^
로드무비 님 / 저도 <벚꽃.. >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악한 독자가 되 버린 이후로 미스터리를 읽다가 그렇게 깜짝 놀라본게 참 오랜만이었지요. 리뷰는 다른 여러분들이 많이 쓰셨기에, 그리고 어영부영 타이밍을 놓쳐서 안썼어요. ^^

야클 2006-04-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 그 동안 또 멋진 책들이 몇권 나왔었군요.

oldhand 2006-04-0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해 지시니 마실도 다니시고, 흑흑 부럽습니다. 요새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게 그나마 낙이에요. T-T

해적오리 2006-04-07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치카언니가 퍼다논글 보고 왔어요. 저도 퍼갈려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oldhand 2006-04-07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나리난쟁이해적 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 아니라서, 먼저 인사드리지 못했네요. 저도 반가와요. ^^

sayonara 2006-04-0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전일'류가 명백히 유럽식이라... 일본추리 특유의 오밀조밀함과 아기자기함, 그리고 고어를 생각한다면 이미 귤이 탱자가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좋은 글 잘 읽어습니다. 다만 어케 해서든 일본추리를 과대평가하고 싶은 저의 심정이... 이힉~ ^^;;

oldhand 2006-04-0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 님 안녕하세요, 명성이 자자하신 사요나라님께서, 제 서재에 몸소 오셨군요. ^^
김전일이 유럽식이라는 말은 미스터리적 요소와 트릭이 그렇다기 보다는 사건이 진행되는 배경이나 등장인물들이 다소 현실적이지 않고 연극적인, 그리고 고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을 두고 언급한 것입니다. 오페라, 별장, 저택 뭐 이런 것들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관 시리즈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있구요.
저도 이미 현대에 와서는 일본 미스터리가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과대평가가 아니라 냉정하게 봐도 그런것 같습니다. ^^

jedai2000 2006-04-0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공감합니다. 아무리 봐도 일본 미스터리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부럽네요. 우리 미스터리도 좀 활발하게 나아가야 할텐데...

oldhand 2006-04-10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이 얼른 탕진할 인세를 마련하시길 고대합니다. ^^
 

알라딘에 서재를 만든 것이 지난 2003년 여름이었다.

2001년 부터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부터 주욱 90% 이상 알라딘을 이용해 왔던 차라 서재 기능이 생겼다기에 무심코 만들게 되었고, 기념으로 리스트를 하나 작성했었다. 그 때만 해도 블로그란 것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게을렀던 나는 블로그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처음 리뷰를 올린 것이 2004년 봄이었고, 그 해 5월인지 부터 페이퍼도 가끔씩 쓰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이런 비교적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서재임에도, 서재 지수나 리뷰, 페이퍼의 양과 질은 보시다 시피 형편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골수 서재인이 되기엔 나의 소양이 너무나 부족하다.

간혹 바람이 불어 리뷰나 페이퍼를 한 개 올리고 나면, '아 그래도 지금보단 좀 더 열심히 글도 쓰고 서재 활동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불현듯 일기도 하지만, 그건 그 때 뿐. 어떠한 의무감도 없고 소속감도 느슨하게 이렇게 지내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게다가 최근 직장을 옮기면서 일도 많고 야근도 많아져서, 서재활동을 근무시간 땡땡이의 일환(물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포함이다)으로 치부하는 나는 더더욱 서재 업데이트는 물론 마실 다니는 일마저 뜸해지고 말았다.

근 한달이 다 되가도록 업데이트도 없는 나의 불쌍한 서재. 그런데 좀 묘한 일이 있다. 바로 즐겨 찾는 분들의 카운트. 일명 '즐찾'에 대한 일이다.

서재에 업데이트를 전혀 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기간엔 오히려 즐찾이 한 분, 두 분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서재에 리뷰를 올렸던 것이 지난 2월 23일. 그런데 3월 들어서 오늘까지 즐겨찾는 분이 네 분이나 늘었다. 그런데, 정작 지난 마지막 리뷰를 올린 직후엔 도리어 한 분이 줄었었다. 지난 가을 부터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동안 나조차도 서재에 들어오지 않는 기간에는 오히려 즐찾이 늘어나고, '오.. 이런 불성실한 서재를 즐겨찾는 분들을 위해서라도..'하는 심정으로 페이퍼라도 하나 쓰고 나면 줄어들고. -_-;; 마치 나에게 '너 입다물고 있으니 잘 봐줄께'라고 하는 듯하다. 물론 귀한 서재분들이 그러시기야 하겠는가? (우연의 일치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으음..-_-;)

오늘처럼 이렇게 노골적으로 "즐겨 찾기"를 소재로 글을 올리고 나면 또 몇 분이나 빠져나가시려나. 그럼 또 만회할 때까지 한 동안 내버려 두는 수 밖에. 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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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3-1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하튼 전 아닙니다..*^^*

하이드 2006-03-1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의 왕팬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
무슨 소립니까. 주는건 탈퇴한 분들일꺼에요.

아영엄마 2006-03-15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 활동이 좀 뜸해서 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두분이 늘었더만요. @@; 하이드님 말씀처럼 가끔 서재를 정리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줄기도 하고, 새로운 분들이 오셔서 즐.찾하기도 하시고 그러는거죠. ^^

oldhand 2006-03-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석을 해 보자면, 즐겨찾기를 등록해 놓은지도 잊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서재 브리핑에 글이 딱 올라오는 순간 "아하, 이런 서재를 등록해 놨었지? 볼것도 별로 없으니 빼자." 하는게 아닐까요. 흐흐.
그런데, 새로 추가되는 즐겨 찾기에 해당하시는 분들도 인사도 해 주시고 그려면 좋을텐데요. 물론 제가 잘은 못해드립니다만. -_-;;
아.. 그리고 이런 글을 올리긴 했지만, 사실 늘고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도 열심히 활동하는게 아니니.. 이런들 저런들 무슨 큰 문제겠습니까. 단지 그 타이밍이 좀 묘해서 하는 흰소리였습니다. 그냥 소재 우려먹기예요. 하하.

이리스 2006-03-1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움.. 역시 즐찾은 미스테리입니다.. --;;

로드무비 2006-03-1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죠?
전 올드핸드님과 콩주 팬이라는 것.
전 자고 나면 두 명씩 늘어요. 우짠 일일까요?=3=3=3

oldhand 2006-03-1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 님 익히 눈에 익으신 분인데도 제가 여태 인사 못 드렸던 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__)
로드무비 님 제가 자주 댓글은 못 남겨드려도 항상 로드무비 님과 주하의 팬이라는 것 아시지요? 자고 나면 두 명씩 늘어나는 거야 뭐 로드무비 님의 서재가 충분히 그럴만한 풍성함이 있다는 뜻이지요. ^^

oldhand 2006-03-1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탈퇴하시는 분들이 많나봐요? 통 마실도 못 다녔더니..
사실 그런 정도에 영향 받을 만큼 즐겨찾는 분의 수가 많지 않아서.. ^^ (많으면 부담스러울것 같아요.)
 
마크스의 산 I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미스터리의 보고(寶庫)라고 일컬을 만한 나라 일본.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많은 미스터리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되고 있는 많은 미스터리 소설 중에 영미의 본고장 추리소설 보다도 오히려 일본작가의 작품들이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유명 소설가들로 인해 넓어진 일본 문학의 독자층이 장르 불문하고 "일본 소설"이라는 상품의 인기를 어느 정도 담보해 주는 것 같다.(김전일과 코난, 그리고 비슷한 정서의 동양 문화권 등 여러 다른 이유들도 있을 것이다.) 관련 사이트들을 둘러보다 보면 일본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심도있고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으며 새로이 일본 미스터리에 입문하는 많은 독자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카무라 카오루 여사는 많은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 중에 독특한 위상을 가진 작가이다. (근래에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지 않고 있지만) 일단, 그에게는 "여류"라는 간판이 붙어 있지 않다. 많은 분들의 노력의 일환으로 점점 여성 직업인들에게 "여류"라는 폭력적인 접두사를 붙이는 일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도 얼마나 많은 "여류 작가"나 "여류 시인"이라는 레테르가 횡행하는가. 그래서 여성 작가에게는 "돋보이는 여자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 묘사" 등등의 찬사가 뒤따르는게 흔한 일이다. 그러나 다카무라 카오루는 진정한 무성(無性)의 작가이다. 그의 소설 속에서는 웬만해서는 비중있는 여성 등장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남자들로만 구성되 있는 강력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겠지만. 그렇다고 어리숙하고 과도한 남성성을 표출하지도 않는다. '다카무라 카오루 월드'라고도 불리우는 자신만의 굳건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마크스의 산>은 집요하리 만치 세세한 배경 설명과 물기를 쏙 뺀듯한 건조한 문체, 강력반 형사들과 그들의 수사과정에 대한 극도의 사실적인 묘사등이 시종일관 어둡고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동안 내가 읽었던 경찰 소설들도 어느 정도 "판타지"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네이버에서 '일본 미스터리 문학 즐기기'라는 카페를 운영하시는 권일영 님 - 히가시노 게이고 시리즈의 번역자이시기도 한 - 의 개고본 비교글에 의하면 이처럼 드라이한 작가는 한층 더 나아가 일본에서 새로 개정 발행된 문고판에서는 소설의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실낱같은 희망의 싹 조차도 삭제시켜 버렸다고 한다.

책을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추월한 요즘에는 꽂아놓고 바라만 보는 책들이 많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입소문이나 리뷰를 통해 좋다는 평가를 익히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손이 잘 안가는 책들이 있다. 아껴둔다는 생각보다는 차일 피일 미뤄둔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다. 특히 <마크스의 산>이 그러했다. 최근에 나오는 책들 처럼 큼직한 글씨도 아니고, 헐렁한 편집도 아닌 오롯이 꽉찬 두 권의 분량과 굳이 책 앞뒤 표지에 쓰여진 줄거리를 훑어보지 않더라도 제목에서 익히 풍겨오는 묵직한 분위기 등은 상당한 위압감을 주었다. 읽는 중에도 결코 진도가 빨리 나가는 책은 아니다. 또 이래저래 술자리가 많았던 주간에 집어들었던 책이라 꼬박 열흘 정도에 걸쳐서 완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고다 형사와 함께 헉헉대며 어렵게 기어 올라간 험준한 "마크스의 산" 정상에는 여느 걸작 소설들에서도 쉽게 느낄 수 없는 여운과 감동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감동적 결말을 필수 요소라고 여기는 일본의 사회파 소설들 중에서도 <마크스의 산>의 그것은 독보적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미나미 알프스의 정상에서 탁 트인 전방을 바라보고 있던 "마크스"의 모습이, 그의 어두웠던 인생이 가슴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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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원의 아이 꽂아 놓고 흐뭇해만 하고 있습니다.

oldhand 2006-02-23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일본 미스터리의 저력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너무 많지요? 이럴땐 일본이 정말 부럽습니다. '영원의 아이'도 레전드급의 명작이라는데..

하이드 2006-02-2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와- 마크스의 산 읽으셨군요. 이 책만 보면 뜬금없이 서경식이 3번이나 시도했다 결국 못 읽었다는 토마스만의 '마의 산'이 생각나요.
'영원의 아이' 제가 알라딘에 제보요청했더니, 어느님께서 냉큼 보내주셨어요. 이 책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제 친구의 말때문에 더 읽고 싶어진 책이죠. 뿌듯할 뿐이지요. 흐흐
'마크스의 산' 구할때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올드핸드님의 리뷰라도 읽지 말고 참아야겠어요. 구하기도 힘든데, 읽고 싶어지면 큰일이잖아요 ^^

oldhand 2006-02-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절판된 책의 리뷰를 올린것이 좀 죄송스럽습니다. 남들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
책꽂이에 1년 반 동안 꽂아만 두었다가 큰 일 치른 느낌입니다.
2004년 여름에 재고로 남아있던 고려원의 책들이 한 번 쫙 풀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운좋게 새책으로 살 수 있었지요. 경찰 소설을 특히 좋아하시는 하이드 님도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말고 구해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그만한 값어치는 있을거라 자신합니다.

로드무비 2006-02-2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량의 상자를 몇 달 동안 붙잡고 있었답니다.
제겐 조금 어려운 코스인 듯해요.
올드핸드님의 독서 세계는...^^

oldhand 2006-02-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르 소설이라는 것이 역시 개개인의 취향에 크게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미스터리 팬들 사이에서도 한 작품을 놓고 크게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아주 흔한 일이구요. 괜히 이런저런 개인적 기호를 앞세운 사탕발림으로 로드무비 님을 미혹케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3-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전설의 그 책이...

oldhand 2006-03-0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가 딱 찬스였다니깐
 

First Impact는 1975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 누나가 초등학생이었고, 나는 물론 미취학 아동이었다. 그 시절엔 이만한 나이때는 알파벳을 잘 몰랐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마징가즈"라고 읽었다. 가운데 허리에 사선이 들어간 Z가 "즈"자로 보였기 때문에.



로봇 만화라고는 "우주소년 아톰"정도가 전부였던 그 시절. (철인 28호는 TV에서 접하지 못했다) 최초의 탑승형 거대로봇 마징가 z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그 자체였다. 마징가 z의 인기는 폭발적이어서, 로보트 태권V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 주제가는 영원한 히트송이 되었다. 30이 넘은 사람들 치고 마징가 Z의 주제곡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1980년 경 재방영 됨으로써 첫방영시 너무 어렸던 내 또래들에게도 또렷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마징가 Z의 후속편이었던 "그레이트 마징가 ".

TBC(동양방송)에서 방영되었던 관계로, 광주에 살았던 나는 그레이트 마징가를 보지 못했다. 당시 서울에서 전학온 친구들이 "그레이트 마징가"나 "짱가", "캐산"등의 이야기를 해줄 때 우리들은 얼마나 부러워 했던가. 원작 만화보다 더 뛰어난 작화와 흥미진진한 각색 등. 마징가 Z는 당대의 "명작", 불멸의 "클래식"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질렀다. -_-;  날 어린아이라 비웃어도 좋다. 이것은 소년의 로망이다. -_-;;;;




모사이트에서 강력한 할인 판매를 한것이 결정적이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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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2-2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 소년도 지르고 싶어 피가 끓는구려. ^^

oldhand 2006-02-2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방금 야클님 글에 댓글 달고 왔더니. ^^
치과에서 쓰신 금액의 13% 정도만 투자하시면 됩니다. 핫핫. 그까이꺼.

로드무비 2006-02-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프로면 가만 보자, 가설라무네...셈이 느려서!^^;;
소년의 로망이라니 야클님도 지르셔요.=3=3=3

oldhand 2006-02-2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_-;;
그런데, 이거 마징가 Z 92편에 그레이트 마징가 56편. 언제 다 볼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핫핫.

마태우스 2006-02-2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과 제가 같은 세대라는 게 여기서 드러납니다.

날개 2006-02-2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이해합니다, 이해해요..흐흐~^^

oldhand 2006-02-2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 연로하신 마태우스 님께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흐흐. 은근슬쩍 30대에 뭍히려 하시다뇨. ^^
날개 님 / 이해하신 다는 날개님의 말씀이 더 무섭습니다. OTL

oldhand 2006-02-2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새벽별 님, 방송 통폐합 이후 TBC가 KBS 2TV로 넘어간 이후로도 저희 동네는 한동안 난시청 지역이었어요. '하록 선장'도 못봤다니깐요. -_-;

oldhand 2006-02-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년대 초반 SBS를 못보던 지방 어린이들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피구왕 통키"가 SBS가 아니었나 싶은데..

털짱 2006-02-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oldhand 2006-02-2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지르는 것은 멋진 일이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