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게로 온 책]

 

'지성사란 무엇인가?' 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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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의 향연을 듣다
이중텐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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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의 향연을 듣다

   _이중톈 (지은이),이지연 (옮긴이) / 보아스



중국의 역사에서 춘추 전국 시대는 빛나는 문화가 활짝 핀 시기이고, 제자백가는 지혜의 결정체이다. 선진제자의 수많은 학자나 학파가 자신들의 사상을 자유롭게 논쟁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은 그 빛깔이 매우 다채롭게 남아있다.


백가쟁명은 30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 세대를 뛰어넘는 대논쟁이 벌어진 때이기도 하다. 유가와 묵가가 서로 주장하고, 유가와 도가가 맞서 논쟁하고, 유가와 법가가 경합을 벌였다. 그 과정 속에서 후세대들이 마음에 담고 살아가야 할 많은 지혜를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들의 책을 모두 찾아 읽지 못했지만, 이 책에는 전혀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공자, 묵자, 노자, 장자, 한비자, 양주 등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공자(孔子)는 제자백가 중 첫 번째 인물이자 후세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공자는 누구인가?


“그는 문화의 거장이자 뜻을 이루지 못한 관리였고, 모범적인 교사였으며 고독한 선구자였고, 감정이 풍부한 보통사람이었다. 그러나 뭇사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성인이기 이전에 뜨거운 피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이었다.” 비록 중국공산당의 흑역사인 문화대혁명 기간 중엔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기까지 했지만,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공자는 여전히 성인(聖人)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맹자는 공자에 대해 ‘성인 중에 세상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자는 생전에 자신을 그저 ‘보통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다른 이와 별로 차이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 책의 저자 이중톈은 ‘공자에 대한 진실’을 시작으로 유가와 묵가의 논쟁, 유가와 도가의 논쟁, 유가와 법가의 논쟁 등을 자신의 견해는 물론 다른 학자들이 해석한 것을 거론하면서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여지를 남기고 있다.


공자가 남긴 명언 중에는 특히 배움에 관한 것이 많다. “배우는 것을 싫어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라든가 “명민하고 배우기를 좋아했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등은 후세대들의 학문 정진에 자극을 주는 말이다. 공자는 학인으로서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호학(好學), 박학(博學), 활학(活學)이 그것이다. 활학의 반대말은 사학(死學), 곧 죽은 학문이 될 것이다. 공자는 생활 속 곳곳에 배울 것이 있고,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활용할 수 있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 수 있는 이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가와 다른 학파의 논쟁


공자가 유가 학설과 학파를 창립한 이후로 그와 그의 학설, 학파는 반드시 마주쳐야 할 대상이자 피할 수 없는 화제였다. 묵가, 도가, 법가 모두 공자와 유가를 공격했다. 유가 스스로는 한편으론 공자의 사상을 계승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수정 보완하며 발전시켰다. 유가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했다. 세기를 뛰어넘는 논쟁 이것이 바로 선진제자의 백가쟁명이다.


저자는 백가쟁명을 크게 세 가지 논쟁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유가와 묵가의 논쟁으로, 논쟁의 초점은 인애(仁愛)인가 겸애(兼愛)인가이다. 두 번째는 유가와 도가의 논쟁으로, 유위(有爲)인가 무위(無爲)인가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유가와 법가의 논쟁인데, 논쟁의 초점은 덕치(德治)인가 아니면 법치(法治)인가에 있었다.


“공자와 묵자 모두 비록 그 성격은 틀렸지만 타인에 대한 사랑을 주장했다. 그런데 유가는 한 시대뿐만 아니라 역사의 주류가 되어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묵가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으로 끝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묵자(墨子)는 최초로 공자와 유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물이다. 묵가는 최초의 반대파였다. 왜 최초인가? 도가의 장자(莊子)나 법가의 한비(韓非)는 모두 묵자 이후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가와 묵가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서로 같은 점이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들 모두 이상과 추구하는 바가 있었으며, 원칙과 소신이 있었다. 유가나 묵가나 반전(反戰)사상을 갖고 있었다. 방어는 할지언정 침략전쟁에는 반대했다는 것이다. 공자가 남긴 말 중에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위정자(爲政者)들이 마음에 담고 실천해야 할 말들이 많다. 공자 가라사대 “올바른 것을 들어 잘못된 것을 바꾸면 백성이 복종하며, 잘못된 것을 들어 올바른 것을 바꾸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 ‘백성’이라는 단어를 ‘직원’으로 바꾸면 리더 또는 CEO에게도 적용될 말이 될 것이다.


공자 사후에 일어난 여러 논쟁들을 비교할 수 있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 “공자와 맹자의 다른 점은 공자는 온화하여 규범적이고 교양이 있었으며, 맹자는 강직하여 입바른 소리를 잘 했다” 공자의 화법이 완곡한 표현을 즐겼다면, 맹자는 직선적이었다. 저자는 맹자와 묵자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의협심이 강한 선비들이었다고 표현한다.


“선진 제자의 값진 유산을 계승할 때 그들의 시대와 계급적 낙인은 벗겨 내고 합리적인 핵심 내용과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것들만 남겨 놓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색채 제거’작업이다. 이렇게 제거 작업을 하고 나면, 제자는 회색으로 변하게 된다. 회색으로 변한다는 것은 우리가 계승한 유산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한 민족을 넘어 인류 전체에게도 적용을 할 수 있는 사상, 이것이 바로 '회색‘의 의미다.” 즉, 선인들의 어깨에 올라 미래의 길을 찾자는 이야기다. 이젠 제자의 사상에서 본질을 읽어내는 과정만이 남았다. 중국 고전을 읽어나가는데 좋은 지침이 되는 책이다. 






"하늘의 운행이 굳건한 것처럼 군자는 스스로 강하게 단련함에 그침이 없어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자강(自强)의 길은 탄탄하리라"
- P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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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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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로 온 책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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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 혁명 - 현실과 상상의 모든 공간을 손안에 담는 지도기술
빌 킬데이 지음, 김현정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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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 지도기술이 우리 일상에 준 변화를 이야기하자면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이 책엔 지도제작 기술의 결정체인 ‘구글맵’의 처음과 과정, 현재와 미래가 담겨있다. 내 삶에도 “경로를 벗어나셨습니다! 경로를 재설정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게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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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 미국 대표시선 창비세계문학 32
로버트 프로스트 외 지음, 손혜숙 .엮고옮김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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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않은 길 】- 미국 대표시선 | 창비세계문학 32

 _실비아 플라스, 앨런 긴즈버그 외 / 창비



에드거 앨런 포우, 월트 휘트먼, 에밀리 디킨스, 로버트 프로스트,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랭스턴 휴즈, 앨런 긴즈버그, 존 애시베리의 공통점은? 미국의 대표시인으로 등재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이 책엔 미국의 시대별, 사조별로 대표시인 15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 시인의 전기적 사실과 문학사적 평가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애드거 앨런 포우는 궁핍, 음주, 광기 마약, 우울, 신경쇠약 등 사람에게 이중 한 가지만 있어도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판에, 포우는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버거운 삶을 살아갔지만 내면의 상상력은 생동감이 있었다. 포우는 시, 단편소설, 비평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탐정소설을 쓴 그 포우가 맞는가 의아심이 들 때가 있다.


“....달이 비출 때면 언제나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별이 뜨면 언제나 빛나는 눈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눈망울을---/ 그래서 온밤 내내, 나는 누워 있답니다/ 내 사랑--- 내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 바닷가 그곳 그녀 묘지 속--/ 소리 나는 바닷가 그녀 무덤 속에.” _에드거 앨런 포우 「애너벨 리」마지막 연.


포우는 27살 때 13살의 사촌 누이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했다. 버지니아가 24살에 폐병으로 죽은 후 포우는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 그리고 2년 뒤인 1849년 이 시를 쓰고 난 후 사망했다. 시 「애너벨 리」엔 포우의 상심한 마음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_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일부.


어릴 적 이 시를 읽을 때엔 별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없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나이가 든 지금 읽어보니, 사람들이 덜 지난 길이 아닌, 더러 많이 가는 길을 택했건만 내 마음에도 스산한 바람이 분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어갔으면 어땠을까? 사실 돌이켜본들 소용없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시인의 표현대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달라졌을 것이다 라는 부분엔 공감이 가지만, 어떤 길을 가느냐보다 어떤 길이든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프로스트는 미국 모더니스트 중에서도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를 통해 시에서 전통적 음악성을 살려냈다. 자녀들의 이른 죽음과 자살, 정신질환 등 고통스러운 개인사 속에서도, 죽기 2년 전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할 정도로 공적 역할에도 충실했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창문 밖에 몸 던져 절망으로 노래하고, 지하철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더러운 패세익에 떨어지고, 깜둥이한테 달려들고, 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깨진 와인 잔 위 맨발로 춤추다 향수 어린 유럽 1930년대 독일 재즈 축음기판 박살내고 위스키 거덜내고 어머어마하게 부푼 절정의 자위 신음 들으며 피투성이 변기에서 헐떡대며 토하던 자들,”

_앨런 긴즈버그 「울부짖음」일부.


* 패세익 ; 긴즈버그가 성장한 뉴저지 주 패터슨 시를 관통하는 강 이름.


앨런 긴즈버그는 뉴저지 주 러시아 유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이다. 이 책에 수록된 비교적 긴 산문시 형식의 「울부짖음」은 긴즈버그가 1956년대에 발표한 시이다. 시에 언급된 단어와 이미지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고백적이면서 저항적이고 재미와 깊이를 함께 갖춘 긴즈버그의 시는 30년 이상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비트 세대의 ‘월트 휘트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적 시간상 그리 길지 않은 미국 문학사 중 시(詩)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래에서 시작 되었다. 통상 미국시를 말할 때는 현재 미합중국의 공식 언어인 영어로 쓰인 텍스트를 의미한다. 특히 시에서 미국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계몽주의, 합리주의, 실험적 모더니즘, 전통적 시형식의 시대를 거치면서 파운드나 엘리엇을 통해 시인 자신의 경험과 내면의 목소리가 담긴 시가 발표된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손혜숙(성균관대 영문학과) 교수는 각 시마다 친절한 주석과 함께 책 말미에 ‘미국시의 전개와 흐름’이라는 타이틀로 미국 문학 중 시의 사조를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첨가했다. 수록작품 출전도 소중한 자료다.







"군중 속 환영처럼 피어나는 얼굴들/ 검게 젖은 나뭇가지 위 꽃잎들."
_에즈라 파운드 「지하철역에서」전문.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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