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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반 사우마의 서방견문록 - 쿠빌라이 칸의 특사, 중국인 최초로 유럽을 여행하다
모리스 로사비 지음, 권용철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1년 8월
평점 :
【 랍반 사우마의 서방견문록 】 - 쿠빌라이 칸의 특사, 중국인 최초로 유럽을 여행하다
_모리스 로사비 / 사회평론아카데미
1.
“그는 대담한 모험가이자 여행자였고, 타고난 외국어 실력자였으며, 신앙심이 깊으면서 교양을 갖춘 사람이었고, 능숙한 외교관이자 협상가였다.”
2.
몽골 제국은 1206년에 칭기즈 칸이 세웠다. 칭기즈 칸 사후 몽골 제국은 원나라와 4한국으로 나뉘었다. 1200년대 까지 중국이나 인도에 가본 유럽 사람이 없었다. 처음으로 유럽에 동양을 소개한 사람이 이탈리아의 상인이자 여행가인 마르코 폴로였다. 동시대에 거꾸로 동양에서 서양(유럽)으로 간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인 네스토리우스교의 사제 랍반 사우마이다.
3.
베네치아 출신의 마르코 폴로와 모로코 출신의 이븐 바투타의 동방견문록(특히 몽골제국)은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우마가 남긴 여행기록은 동양인의 시각으로 본 최초의 유럽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쉬운 것은 사우마가 남긴 원본기록은 사라지고 편집된 사본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렵의 종교와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겐 소중한 자료이다.
4.
미국의 저명한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 모리스 로사비는 사우마가 남긴 글의 사본을 토대로 1200년대 말 몽골제국과 유럽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사우마 글의 특징은 유럽의 풍습과 (특히 종교적)예식에 대한 동아시아인의 관점을 보여주는 그 시대의 유일한 문헌이라는 것이다.
5.
사우마가 유럽으로 떠날 때, 몽골제국의 통치자는 쿠빌라이 칸(재위 1260~1294)이었다. 쿠빌라이 칸은 몽골제국 제5대 대칸이자 중국 원제국의 창건자이다. 칭기즈 칸의 손자이다. 사우마에게 유럽행을 지시한 이는 페르시아의 몽골 통치자인 일 칸이었다. 몽골의 칸들은 화합을 도모하고 통치에 도움을 받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자 했다. 몽골족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피지배민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조직화된 정교한 종교가 필요했다. 그 결과 몽골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종교가 번영을 누렸다. 불교, 이슬람교, 네스토리우스교(기독교의 한 형태)등을 들 수 있다.
6.
이 당시 유럽의 상황은 어떠했는가? 교황과 황제가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다. 아울러 몽골과 유럽의 공동의 적은 무슬림이었다. 사우마의 서방 진출 임무 중에도 중동 무슬림 국가들에 대항하는 몽골과 유럽의 동맹제안이 들어있었다. 중동과 유럽, 일칸국, 그리고 전체 몽골제국의 역사를 변화시킬 수도 있었던 그의 임무는 일부밖에 이루지 못했다. 그 당시 동, 서가 더욱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했다면, 아마도 동서양의 지도도 바뀌었을 것이다. 특히 중동지역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