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대한 가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앞에 다가온 역사의 변곡점
스콧 갤러웨이 지음, 박선령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10월
평점 :
【 거대한 가속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앞에 다가온 역사의 변곡점
_스콧 갤러웨이 / 리더스북
1.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자연과 사람들 간의 흐름은 완만해졌고,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여러 역학적 관계는 가속화되었다. 흔히 하는 말들 중에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말이 있다. 위기가 크고 파괴적일수록 기회 또한 커진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게임에 참여해도 할까?
2.
이 책의 저자 스콧 갤러웨이는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트렌드 예측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두려워하는 분석가로 소개된다. 그의 분석이 날카롭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
3.
저자는 이 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도태되는 기업’, ‘더욱 강력해진 플랫폼 제국의 미래’, ‘또 다른 시장 교란자들’, ‘지각변동을 앞둔 고등교육’ 그리고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등을 이야기한다.
4.
‘강한 자가 훨씬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은 참으로 씁쓸하다. ‘약한 자는 더욱 약해진다’로 들린다. 저자는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미국 내 ‘자본시장의 회복력’이라고 한다. 주요 시장지표들이 잠시 급락하긴 했지만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로 2020년 여름까지 18만 명이 넘는 미국인이 사망했고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치솟았으며 바이러스는 쇠퇴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음에도 주가는 하락 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팬데믹 국면에서 언론이 거대 IT 기업이나 대형주 지수 같은 화려한 쪽에 정신이 팔린 동안 한쪽에선 무자비한 집단 도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약자는 그냥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잔인하게 학살당한다. 코로나 이후 파산한 기업들의 명단은 길고도 충격적이다. 돈이 한쪽으로 급 쏠림하고 있다.
5.
저자는 추상적인 추측을 늘어놓지 않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업’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팬데믹으로 기업 환경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가 이 책의 주제다. 저자가 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한 챕터를 할애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에도 주목한다. 작년과 올해 학교 주변 환경을 보면, 과연 교실이나 강의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학교 건물이 그렇게 거대해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15년 안에 대학의 25%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팬데믹은 미국 대학 재정에 충격을 주었다. “대학에서 20년간 일해 온 나는 대학이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이 한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목표란 바로 종신 재직 교수와 관리자들의 보상을 늘리고 책임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다.”
6.
팬데믹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고, 무엇을 남길까? “소수의 특권층이 캐리비안의 해적을 몇 번씩 타는 동안, 대중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깥에 서서 절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소수의 사람이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는 바람에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나라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산층을 뒤흔들어놓았다. 저자가 ‘연줄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적하며 염려하는 것은 마치 현 한국의 상황을 바라보며 내린 진단 같다. 그저 답답하기만 한 현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