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공부할 시간 - 인문학이 제안하는 일곱 가지 삶의 길
김선희 지음 / 풀빛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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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공부할 시간 : 인문학이 제안하는 일곱 가지 삶의 길

    _김선희 저 | 풀빛

    

이 책에서 제시되는 일곱 가지 삶의 유형은 어떤 특별한 틀에 의해 짜인 것이 아니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이 지니고 있던 삶의 태도가 곧 그들의 사상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만난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성공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어떤 전환점과 어떤 결단으로 이어졌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인문학의 효용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살아가는데 인문학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까? 왜 필요할까? ‘인문학 열풍이라는 바람은 어느 방향에서 불어올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이 담겨있다. “이 책의 목표는 소박합니다. 여행하는 삶, 앎을 좇는 삶, 꿈에 이끌린 삶, 변혁하는 삶, 유배당한 삶, 공감하는 삶, 읽고 쓰는 삶 등 일곱 가지 고전적 삶의 경로들을 들여다보려는 것입니다.”

 

 

여행하는 삶에선 사마천과 괴테를 만난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은 여행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으로부터 그의 평생의 소명이자 임무였던 사기의 집필까지 물려받았다. 기록에 따르면 사마천은 스무 살 무렵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이 여행은 단순한 유람이나 휴가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여행이었다. 무엇이 이 청년을 낯설고 두려운 길을 홀로 걷게 만들었을까? 분명한 것은 이 여행이 청년의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이 여행은 죽음대신 궁형이라는 수치스러운 형벌을 받으면서까지 그를 살아있게 한 동기를 부여했음에 틀림없다. 괴테는 열여섯에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라이프치히로 떠나 그곳에서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괴테는 평생 수많은 곳을 여행했고 죽기 직전까지도 등산을 멈추지 않았다. 그 중 이탈리아 기행은 이탈리아 여행이란 작품으로 남겨진다. 19개월의 긴 여정이었다. 그의 여행이 남긴 흔적이 많이 담겨있는 책으로 파우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파우스트는 예술, 종교, 과학, 자연과학,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를 담은 총체적 문학작품이다. 그렇다면, 사마천과 괴테의 공통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마천이나 괴테 같은 초과적인 의지의 소유자들이 역사에, 문학에 이름을 남긴 것은 그 의지를 방향 없이 발산하지 않고 무엇인가 가치 있는 곳으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공감하는 삶에선 성호 이익과 레비나스를 만나게 된다. 성호 이익의 유, 청년 시절은 참으로 암울한 시기였다. 가세가 기울어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기 급급했다. 25세 때 과거 시험을 보았지만 이름을 잘못 기재했다는 이유로 2차 시험을 못 보게 되었다. 이 일로 성호는 과거의 뜻을 접는다. 당쟁으로 혼탁해진 정국에서, 몰락한 남인이라는 그의 배경은 족쇄와도 같았다. 성호는 사회적 실천의 경로가 막힌 재야의 독서인 신분으로 나날을 보내야했지만, 올바른 가치와 도덕성이 구현되는 유가적 세계를 구상하며 각종 제도의 틀을 내놓았다. 조선 후기의 실용적 학풍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한 큰 유학자로 기록된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유대계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는 존재와 다르게: 본질의 저편이라는 자신의 저서 머리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어떤 종파나 민족에 속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웃이었던, 국가사회주의에 의해 학살된 600만 명의 사람들 중 가장 가까웠던 이들을 기억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와 똑같은 반유대주의적 증오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타인의 존재감은 타인이 나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가? 나와 어떠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느냐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질 것이다. 성호와 레비나스에게 타인의 존재감은 어떻게 투영되었을까? 그들에겐 타인은 나의 잉여가 아니었다. 고통 받는 타인들이 단지 나의 동정심을 자극하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나를 나이게 하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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