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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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 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_도선우 저 | 문학동네

 

 

나는 이물(異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남과 달랐다.” 시작부터 긴장감을 준다. 무엇이 다른가? 어떤 점이 특이한가? 주인공 장태주. 그가 태어난 장소부터가 좀 남다르다는 이야기다. 아직 미성년자인 그의 엄마는 화장실에서 똥을 누다가 그를 낳았단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그의 추측이다. 나이 어린 그의 엄마는 진통이 시작되고 뭔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어서 우선 급한 마음에 화장실로 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그가 화장실에서 태어난 것은 불변의 사실인 듯하다.

 

성장과정이 평탄할리 없다. 아빠는 물론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다.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진작부터 그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상처는 때로 분노로 표출된다. “뜻하지 않은 분노가 나를 발견하기 전에 몸을 숨기듯이 재빠르게 눈동자의 빛을 끄고 어둡고 적막한 내 안으로 침잠해서 분노의 원인을 찬찬히 되짚어보며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이 적확하게 손아귀에 잡힐 때까지 나는 나를 철저히 숨기고 있어야했다.”

 

자신의 태생적 다름을 인정하고 그저 어디에 있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어하던 장태주. 보육원 출신이라고 개무시를 당하던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주먹 꽤나 쓴다는 아이를 단 한 방에 쓰러뜨린다. “뼈와 뼈가 부딪쳐 작렬하는 느낌을 나는 그 때, 내 생애 처음으로 받았고 그 최초의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그 후에 발생한 소란스러움 속에서 태주는 비록 어린나이지만 과연 이 세상에 정의가 있는가?” 스스로 묻는다. 굳이 내 편을 들어달라는 것 아니다. 오로지 올바름에 관한 분별력이 있느냐가 궁금했다. 그 분별력이 비록 다수의 침묵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불꽃이 감지된다면 일단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태주의 눈과 마음에는 안 보인다. 이 부분에서 작가가 장태주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가 느껴진다.

 

이 땅에서의 정의는 오히려 정의롭지 못한 인간들의 전유물이었다. 아니면 정의를 그렇게 이용함으로써 더없이 역겨워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변절된 정의는 불공정하지 못한 자들의 악행을 감출 때 쓰이거나 이중적 요소로 얼굴을 들이댄다. 사회정의는 도대체 어디에 써먹는 물건인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자발적 복종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돈과 권력이 합해지면 반드시 희생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 하고, 그나마 근근하게 먹고 살던 사람들은 그 마저도 힘들어지거나,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것 아무것도 생각할 여력이 없다. 그저 한 순간 순간,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힘의 세계를 알기 위해선 그 바닥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 먹이 사슬탑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파악해야한다. 작가는 서슴지 않고 장태주를 그 공간에 밀어 넣는다. 휘 둘러보고 나오게 한다. 이 부분 역시 작가가 세상을 향해 드러내 보이고 싶은 그림이었다. 그들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 살고 있는 권력자들. 그들의 마음자리였다.

 

어린 나이에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 본 태주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우연찮게 복싱 선수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떼게 된다. 시간이 흘러 그는 매우 유명한 복싱 선수가 된다. 돈과 명예를 거머쥔다. 그의 삶을 지배했던 열등감, 분노와 정의감 등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누군들 안 그러겠는가. 그렇지만 태주의 눈에 들어오는 불의는 도저히 못 본 척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인간다운 삶을 향한 그의 몸부림이 그저 하나의 꿈틀거림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해피 엔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태주. 그는 이물(異物)이 아니었다. 걸물(傑物)이었다. 담합, 조직적 은폐, 대가성 뇌물, 알아서 협조 등의 문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매스컴에 유난히 많이 오르내리는 요즈음에 읽어볼 말한 책이다. 장태주는 이 따위 세상과 맞장을 뜬 것이다. 유머러스함과 카타르시스도 첨가되었다. 그리고 아라야! 태주한테 연락 좀 해라. 너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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