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교수의 성서고고학 이야기
김성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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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교수의 성서고고학 이야기】  김성 저 | 엘맨출판사

    

중세 유럽 기독교인들에게 성지(聖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지방은 황량한 사막과 호전적인 아랍인들이 살고 있는 금단의 땅이었다. 그렇지만 19세기에 들어와서 이 지역에 대한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과 함께 파견된 영사들은 성서에 등장하는 도시들을 현장에서 지리적으로 확인하고 발굴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박물관의 유물수집차원에서 진행되었지만 몇몇 고고학자들은 과학적으로 고대 도시의 퇴적된 언덕인 텔 발굴 방법론을 개척했다.

 

 

성서고고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성서고고학은 인류문명을 붕괴시켰던 대홍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이 박물관 전시를 위한 유물 수집을 위해 현장 발굴에 뛰어든 사이, 한 박물관 유물 창고에서 발견된 홍수 이야기는 성서고고학을 태동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홍수 이야기의 배경은 1872년 가을 어느 날, 조지 스미스라는 30대 초반의 대영박물관 직원이 토판 문서의 쐐기문자를 읽어가던 중 신들이 홍수를 결정한 후 에아 신은 다음과 같이 외쳤다. 집을 부수고 배를 만들어라! 모든 생물의 씨앗을 배에 함께 실어라!”라는 대목이 발단이 되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 6~9장에 등장하는 노아의 홍수이야기의 첫 부분이 오버랩 된다. 토판의 이름은 길가메시 서사시란 이름이 붙어있었다.

 

아랍어로 은 폐허언덕이란 뜻을 갖고 있다. 오늘날, 성서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30~50미터 높이로 솟아있는 유적 언덕의 발굴을 통해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이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몇 가지 충족조건이 과 연관되어있다. 첫째,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 둘째 관측과 방어에 유리한 고지, 셋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비옥한 들판, 넷째 무역로와 군사로를 통제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 등이다.

 

이스라엘의 기원을 찾는 스토리가 흥미롭다.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한 민족의 오리진은 그 민족이 파괴되어 대가 끊어졌다는 절망적인 역사적 기록에서부터 출발한다. 여리고 쪽으로 들어왔다는 여호수아서의 기록과는 달리 고고학에선 요단 건너편의 숙곳 평야를 이스라엘의 지리적 기원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민족은 파라 하천을 따라 세겜 평야에 정착했고 북쪽에 위치한 에발산 중턱에 최초의 종교적 중심지가 세워질 수 있었다.

 

1896년 겨울, 이집트 최대의 유적지 테베에서 한 파라오의 장례신전을 발굴하던 영국의 이집트 학자 페트리는 높이 3.2미터, 1.6미터에 달하는 화강암 석비 하나를 발견했다. 당시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업적을 새긴 전승비들이 자주 출토되었기 때문에 이 발견은 그리 대수로운 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두 28줄에 달하는 비문 내용을 해독하던 페트리는 27번째 줄에서 이스라엘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성서외의 자료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성이 최초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이 비문을 기록한 주인공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열세 번째 아들인 메르네프타로 밝혀졌다.

 

성서고고학 이야기는 성서를 고고학적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고고학 전공자인 김 성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언어학적으로, 또는 역사학적으로 그리고 유대교적 관점에서 성서의 어려운 대목과 사건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실제로 여러 차례 성지 발굴에 참여하고, 수시로 성서 시대의 유적지를 조사했다.

 

일반적인 성지 순례 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크리스천들에겐 성서의 고고학적 배경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고, 일반인들에겐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한 중동과 지중해 문화권에 대한 지식을 더해 주는 계기가 된다. 글과 그림, 사진이 잘 어우러진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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