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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평점 :
【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_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은이) | 안기순 (옮긴이) | 김영사 | 2017-09-15
| 원제 Utopia for Realists (2016년)
‘유토피아’라는 단어가 주는 뜻과 이미지는 시대, 국가 또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진 점이 많아진 요즈음, 과거의 사람들이 다시 이 세상을 찾아온다면 “와우. 내가 꿈에 그리던 세상이네” 하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옛 사람들이 꿈꿨던 무릉도원 중에 ‘코케뉴’라는 곳이 있다. 코케뉴에 도착하면 강에는 포도주가 흐르고, 구운 거위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팬케이크가 나무에서 자라고, 하늘에서는 뜨거운 파이와 빵이 비처럼 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 모두 먹는 이야기뿐인가.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시절의 유토피아다. 네덜란드 역사가 헤르만 플레이는 “중세인에게 현대 서구 유럽은 진정한 코케뉴에 매우 가깝다.”
“이 책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고, 아울러 정신으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려 한다.” 유토피아는 실제 상황이 아닌 상상에 더욱 가깝다. 저자는 두 가지 형태의 유토피아적 사고를 제안한다. 첫째는 청사진으로 그려지는 유토피아다. 칼 포터, 한나 아렌트가 거론된다. 두 번째는 해상도가 높은 청사진에 비해 다소 흐릿한 윤곽의 유토피아다. 이 유토피아는 해결책이 아닌 길잡이를 제공한다. 사람들에게 정해진 틀에 맞추라고 강요하지 말고 체제를 바꾸라고 자극한다. 볼테르와 토머스 모어가 그 역할을 했다.
저자가 제안하는 유토피아 플랜 중에서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유’에 주목한다. 저자는 2009년 5월 런던에서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를 전해준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연간 65만 달러 이상이었다고 한다(일부는 무려 40년 동안 노숙자로 있었다). 극단의 처방이 따랐다. 그들에게 현금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리스크도 감안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다룰 능력이 없다’는 말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라는 말과 같이 쓰이기도 한다. 조건 없는 현금 지원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뽑아낸 세계 곳곳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현금지원을 통해 얻은 이점은 수혜가구가 돈을 좋은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 빈곤율의 감소, 소득과 건강, 조세 수입등 다양한 이익이 장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 다른 대안보다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 등이다.
‘주당 15시간 노동’이라? 가능하긴 하겠지만 수입은 줄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이야기다. 삶의 질을 높이고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여야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 우리 주변에도 새벽 아침에 눈을 떠서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하려고 태어났나? 회의가 안 들 수가 없다. 저자는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감소시켜 기후에도 변화를 줄 수 있고, 사고율도 줄일 수 있고, 고용분할로 실업률을 줄일 수 있고, 노령 인구의 근로 참여율도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정치적, 사회적 제도적 보완이 크게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혜성처럼 등장한 유럽의 젊은 사상가로 소개된다. 역사, 철학, 경제학에 관한 네 권의 책을 저술했다. 그중 《진보의 역사》는 2013년 최고의 논픽션에 선정되었다. 《평등이 답이다》의 저자 리처드 윌킨슨은 이 책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 대해 “탁월한 책이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이다.” 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기나 할까? 버트런드 러셀의 말에 동감이다.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다. 상상과 희망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세상이다.” 상상과 희망이 실현되면 그곳이 유토피아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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