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샘터 2017.11

_샘터 편집부 (지은이) | 샘터사(잡지)

 

 

아침저녁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다. 오늘 낮은 약간 덥다는 느낌이 든다. 체온조절을 잘 해야 되는 간절기다. 11월의 우리말 표현은 미틈달이라고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이란 뜻이다.

 

 

의약분업이 되기 전, 약국은 작은 의원의 기능을 했다. 학교 갔다 집에 오는 밤길의 약국 간판은 등대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찍 열고 늦게 닫는 약국이 많았기에 병원보다 약국을 먼저 찾았다. 지금은 어떤가? 좀 거친 표현으로 해떨어지면 문 열린 약국 찾기가 쉽지 않다. 의원급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의 약국들은 토요일 오후처럼 병원 문이 닫히면 약국도 같이 문을 닫는다. 공휴일은 돌아가면서 당번제로 문을 열겠지만, 문을 연 약국 찾아서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헤맨 적도 있다. 느닷없이 약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달에 만난 사람의 김유곤 약사 때문이다. 부천시 괴안동에 위치한 바른손약국‘24시간 심야약국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8년째라고 한다. 대단하다. 꽤 여러 해전 안전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벌어지던 무렵, 등 떼밀려서 얼떨결에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약국 시범 사업에 동참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6개월 시범 사업을 하고 다시 원상복구(10시까지)하려다가 그간 느낀 점이 있어서 24시간 오픈을 유지하고 있다. “심야약국은 한밤중에 급히 구급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만 찾는 게 아니더라고요. 새벽 일찍 출근해 자정이 지나 퇴근하는 분들이 예상 외로 많습니다. 심야약국이라도 있어야 약을 살 수가 있어요. 저마저 문을 닫으면 그분들은 밤새 고통을 참고 견디거나 비싼 돈을 주고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하니 외면할 수가 없지요.”

 

 

공유의 시대 / 도서 공유 민립중앙도서관이야기에도 눈길이 간다. 이 도서관에 내 책도 200권정도 가있다. 민립중앙도서관은 오픈식 도서관이 아니다. 경기도 일산 마두역 인근의 한 빌딩에 위치한 도서관은 국민도서관 책꽂이라고도 부른다. 버리긴 아깝고 보관할 데는 마땅치 않은 도서들을 보관해주고, 책도 빌려주는 곳이다. 도서 공유 서비스이다. 201010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책꽂이에 전국 각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책이 십시일반 모여들었다. 매해 책꽂이 책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83천여 권의 장서가 있다. “책꽂이를 통해 모두가 자유롭게, 또 평등하게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책꽂이는 우리가 만든 민립중앙도서관이니까요.” 장웅 대표의 말이다.

 

 

박재삼 시인의 시()가 가슴을 스친다.

 

그 곡절 많은 사랑은/ 기쁘던가 아프던가// 젊어 한창 때/ 그냥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던 기쁨이거든/ 여름날 헐떡이는 녹음에 묻혀들고/ 중년 들어 간장(肝臟)이 저려오는 아픔이거든/ 가을날 울음빛 단풍에 젖어들거라// 진실로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평생// 그가 다스리는 시냇물로 여름엔 시원하고/ 가을엔 시려오느니// 사랑을 기쁘다고만 할 것이냐/ 아니면 아프다고만 할 것이냐.” _산에서(전문). 박재삼

 

 

산이 겪는 사철 속에 아른히 어린 우리 한 평생을 마음에 담는다. 나의 인생 계절은 가을이다. 내 마음대로 초가을이라 생각하련다.

 

 

#월간샘터 #11월호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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