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이미령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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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 이미령의 위로하는 문학

     _이미령 (지은이) | 샘터사 | 2017-09-13

 

 

 

책에 관한 책이나 책읽기(독서라는 단어보다는 책읽기라는 표현이 좋습니다)에 대한 책읽기는 좀 더 특별합니다. 우선 나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책을 읽고 책과 연결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동지애를 느낍니다. 아울러 지은이가 소개하는 책들의 목록을 훑으면서 나도 읽은 책,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책들을 추려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나도 제법 책을 읽는 편인데, 지은이가 소개하는 책들 중에 아직 못 읽은 책들이 많군요. 지은이가 특별히 이 책에 문학작품들을 주로 소개하는 탓입니다. 나는 인문, 역사, 자연과학 쪽 책들을 많이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문학작품 읽기를 소홀히 했지요. 앞으로 문학 작품들을 많이 만나봐야겠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이미령은 언제부터인가 책이 인생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책 한권을 읽을 때마다 사색의 키가 한 뼘씩 커지는 즐거움에 젖어 늘 책을 가까이하고 있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합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소개하면서 못된 하숙집 주인 밑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코제트를 등장시킵니다. 이 어린 소녀의 일상엔 두려움이라는 어두움이 늘 함께합니다. 이때 그 어두움 속에서 장발장의 힘 있고 따스한 손길을 느낍니다. 빅토르 위고는 여덟 페이지에 걸친 코제트의 두려움을 서술하다가 단 두 문장으로 정리해버립니다. “인생의 어떤 일에나 그것에 순응하는 본능이 있는 법이다. 코제트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것엔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재물을 베푸는 일입니다.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내 지갑을 여는 일이지요. 두 번째는 좋은 말을 들려주는 일입니다. 힘을 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상대의 장점을 찾아내어 기운을 북돋아주는 일, 그릇된 쪽으로 나아가는 이를 붙잡고 선량하고 온전한 길로 나아가도록 간곡하게 일러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생명체가 늘 품고 사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일이지요.

 

 

이 책의 제목으로 쓰인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는 타이틀은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인식되는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 소설을 소개하는 글에 올린 소제목입니다. 카버의 최근 작품으로는 대성당이 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은 내가 아직 못 읽어봤네요. 느닷없이 찾아온 슬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다룬 이야기라고 합니다. 살아가며 때로는 짓누르는 슬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두문불출하며 바깥세상과 스스로 단절상태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행복한 삶의 원형 같던 앤과 하워드라는 젊은 부부가 있습니다. 그들에겐 여덟 살이 되는 사랑스런 아들이 있습니다. 앤은 아들을 위해 동네 빵집에 케이크를 주문합니다. 평소 말이 없는 뚝뚝한 성격의 빵집 주인에게 케익을 주문하며 온갖 수다를 다 떨던 앤은 빵집 주인을 향해 측은한 마음을 지나 약간 멸시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서른세 살의 그런대로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이미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죽을 때까지 밤새 빵만 구울 늙어빠진 남자.’라는 생각을 남기고 빵집을 나섭니다. 사건이 생깁니다. 앤의 아들 스코티가 등굣길에 뺑소니차에 치이고 그 길로 의식을 읽고 맙니다. 앤 부부는 혼이 빠진 나날을 보내지요. 혼수상태에 빠졌던 스코티는 결국 사고 며칠 후 끝내 숨을 거둡니다. 상황파악이 안 된 무뚝뚝이 빵집주인은 계속 집으로 전화를 해서 스코티의 이름을 부르며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합니다. 이 와중에 앤 부부는 감정이 폭발합니다. 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 부부는 빵집을 방문합니다. 씩씩거리면서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 일단 아들의 죽음을 알린 다음, 빵집 주인에게 거칠게 항의를 합니다. 아마 빵집 주인의 전화가 장난전화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앤 부부는 엉뚱한 사람 앞에서 그간 쟁여놓았던 감정을 폭발시킵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빵집 주인은 의자 세 개를 마련하여 부부에게 앉기를 권하고 자신도 나란히 앉습니다. 그리고 방금 오븐에서 꺼낸 따뜻한 빵과 커피를 내놓으며 말합니다. “내가 갓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 이럴 땐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리고 빵집 주인은 자신의 무신경함에 대해 앤 부부에게 사과한 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 막 지독한 슬픔을 맛본 부부를 향해, 처음부터 슬프게 살아왔던 사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밤새도록...

 

 

지은이는 책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타인들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알고 보면 참으로 작고 여린 존재감들이기 때문이지요. “책을 펼쳐야 합니다. 책을 펼쳐서 저들의 나지막한 아우성과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야합니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작고 여린 것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 사이 경청하는 그것만으로도 저들에게는 커다란 위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그렇게 세상의 작고 여린 것들을 위로하는 행위입니다. 작고 여린 것이 더 작고 여린 것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 그 사이에 책이 있습니다. 이제 그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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