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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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특성 】         리처드 파인만 / 해나무

 


파인만이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이 일련의 강의를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물리법칙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일반적인 특성을 논한다는 것은 물리법칙 자체를 논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의 논의이며, 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 법칙 자체를 뛰어넘는 더 높은 수준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좀 더 전문적이기를 바라고, 모호한 방법보다는 더 솔직한 방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물리법칙의 예를 보여주고자 한다. 자연이 인간의 정신이 이룬 가장 위대한 일반화라고 불리는 중력법칙처럼 우아하고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 어찌 경이롭지 않고 흥미롭지 않을 수 있을까?”

 

 

파인만이 가끔 봉고 연주를 위해 공식적인 무대에 오르면, 사회자들이 그를 이론물리학 교수라는 사실을 애써 밝히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파인만은 아마도 우리가 과학보다 예술을 더 존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종종 수준 높은 악기 연주를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의 음악 수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음악을 좋아했던 아인슈타인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적 능력이 떨어져 있던 여섯 살 때부터 지식 습득에 치중하기보다 자신이 자주 접하게 해줄 수 있었던 피아노 연주로 아들의 감수성을 일깨워주었고, 바이올린을 가르치며 음악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놀라운 집중력과 의지로 바이올린을 배운 지 7년 만에 모차르트 작품이 가진 수학적 구조를 깨달았고, 하나에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참을성 있게 공부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때, 어머니에게 교육받은 음악이라는 선물은 훗날 물리학을 연구하다가 피로감이 몰려 올 때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휴식을 취할 정도로 그의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음악과 과학이 서로 한 배에서 나온 자식들 같다는 느낌을 받는 글들도 제법 읽은 기억이 난다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는 어떨까? 이 둘은 만나기 싫어도 안 만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파인만은 수학이 게임의 기본 규칙들을 제공함으로써 복잡한 상황들을 상세하게 논의하는 물리학에서 매우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고 했다. 체스를 예로 든다. “기본 법칙들은 말들을 움직이는 규칙들이다. 주어진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수가 될 것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수학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 법칙들의 단순한 기초적 특성과 관련해서 수학이 거의 필요치 않다.” 수학과 물리학의 관계를 좀 더 일반적인 이야기로 풀어 가면 어떨까? “수학자들은 추론의 구조를 다룰 뿐, 그들이 이야 기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염려하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인가? 수학자들은 그들이 얘기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고, 그들 스스로 얘기하듯이, 그들이 말한 것이 참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없다는 부언 설명이 붙는다. 수학자들이 들으면 서운해 할 이야기이긴 하다. “수학자들은 여러분이 실제 세계에 대한 공리들을 갖고 있다면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추상적인 추론들을 준비한다.” 그러나 물리학자에게는 모든 단어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학으로부터 물리학에 다가오는 많은 사람들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리학은 수학이 아니고 수학 또한 물리학이 아니다. 하나가 다른 하나를 돕는 관계일 뿐이다. “물리학에서는 당신이 추론하고 계산한 것을 결국에는 말로, 실제 세계의 사건으로, 실험에 사용할 구리와 유리 토막으로 번역해야만 한다. 오직 이런 방법을 통해서만 당신이 얻는 결론이 참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코 수학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강의에서 파인만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측을 하는 방법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어떻게 추측하는가? 추측이 어디에서 왔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물리학에선 그 추측이 과연 실험의 결과와 맞아 떨어지느냐가 문제다. “추측은 멍청한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정 반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의 상상력은 우리 자신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표현한다. “미묘하고 심오한 추측을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추측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똑똑해야 한다. 기계에 의한 맹목적인 추측은 가능하지 않다.” 파인만 스타일은 상당히 개성적이라는 평판이 붙는다. 그는 직업생활에서나 개인생활에서 삶을 매우 재미있는 놀이처럼 다룬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리적 우주는 그에게 매혹적인 일련의 수수께끼와 함께 학문에 몰두 할 수 있는 모티브를 주었다. 한편 그의 강직함이 돋보이는 일화도 많이 있다. 그는 단 한 번도 비합리적인 일을 용인하지 않았다. 규칙들이 임의적이거나 불합리함을 알았을 때마다 그것을 깨뜨렸다. 일반인을 위해 강의한 파인만의 처음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일반인에겐 물리학 자체가 만만치 않은 학문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인만의 자상함과 자유로운 영혼의 유영이 느껴지는 강의()들을 통해 물리학이라는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설정해볼 수 있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파인만 교수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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