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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의 수학N - 수학의 발칙한 상상, 문학.영화.미술.철학을 유혹하다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2월
평점 :
【 박경미의 수학 N 】 _박경미 / 동아시아
한 편의 영화에는 문학, 철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요소가 녹아 있기에 영화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영화와 상당히 거리가 멀 것 같은 수학도 영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수학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기술 측면에서 특수효과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직접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페르마의 밀실〉이다. 〈페르마의 밀실〉은 2007년 제작된 스페인의 공포영화이다. 국내에선 2012년에 개봉되었다. 영화 제목에 수학자 페르마의 이름이 등장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모티브는 수학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발신인이 페르마라고 적힌 편지를 받는다. 역사상의 수학자 페르마는 원래 법조인이었다. 수학연구는 일종의 취미 생활이었다고 한다. 페르마는 실제로 수학 문제를 적어 수학자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런 사실 때문에 영화에서 페르마가 편지를 적어 보낸 것으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영화에서 페르마가 보낸 편지에는 수열 문제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답을 알아낸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적혀 있다.
5-4-2-9-8-6-7-3-1
사실 이 문제는 본격적인 수학 문제라기보다는 간단한 퀴즈에 가깝다. 1부터 9까지의 수를 나타내는 스페인어 단어를 첫 알파벳에 따라 A부터 Z까지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다.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푼 주인공들은 접선 장소에서 만나 배를 타고 외딴 섬에 위치한 방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의 산물?
측정 단위를 10의 거듭제곱에 따라 호환하는 체계적인 미터법은 프랑스 혁명기에 만들어졌다. 18세기까지 사용되던 수백 개의 혼란스러운 단위는 불공정한 거래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는 프랑스 혁명을 촉발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 혁명기는 정치, 사회 전반에서 앙시아 레짐(구제도)의 잔재를 몰아내는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그 기세를 몰아 도량형까지 정비하게 된다. 일관되고 체계적인 도량형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일종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문학에서 나타나는 수, 수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는 문학적인 요소 이외에 종교와 철학 등의 인문학적인 통찰과 수학 지식까지 배어 있다. 베르베르의 소설 『신』은 준비에서 출간까지 9년이나 걸린 역작이다. 프랑스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신』에서는 인류의 운명을 놓고 신이 되기 위해 후보생들이 벌이는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베르베르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미카엘 팽숑인데, 『신』에서 미카엘 팽숑이 사는 빌라의 주소는 142857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수 142857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숫자 142857에 1부터 6까지를 차례로 곱하면, 142857 이순서만 바뀔 뿐 어김없이 등장한다. 142857 × 7은? 999999. 142 + 857 = 999. 14 + 28 + 57 = 99이다. 142857의 제곱은 20408122449이다. 이 수는 20408과 122449로 이뤄진다. 이 두 수를 더하면...142857이 된다. 142857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수학은 영화 뿐 아니라, 문학, 미술, 사회, 철학, 역사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박경미는 미국에서 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 한 후 수학 교육과정 개발을 비롯해서 일반인들에게 수학을 전파하는 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늘어나고, 사회에 나와서 또는 일상에서 수학이 뭔 소용이 되겠는가하는 의문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수학의 개념과 원리의 밑그림을 그려 주는 일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인문, 사회학과 예술 분야에도 수학이 매우 친밀하고 깊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조곤조곤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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