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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과학 분자요리
이시카와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6년 3월
평점 :
【식탁위의 과학 분자요리】 _이시카와 신이치 / 끌레마
왜 우리는 요리 프로그램 앞에서 떠나지를 못할까? 아니 그 이전에 각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내 보내고 있는가? 의식주(衣食住)에서 식(食)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 ‘어떻게’ 라는 과제 속엔 맛있는 요리를 연구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데 과학이라는 툴을 적용한다. 요리와 과학이 손을 잡고 있다.
분자요리는 무엇인가? 이 분자란 말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등과 같은 과학적 관점이 담겨 있다. 분자요리법이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분자’는 생물학에서 연구가 많이 되었다. 1938년 워런 위버에 의해 시작된 이래 현대 생명과학은 극적으로 진보한다. 1953년에는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표했다. DNA 복제를 통해서 일어나고 DNA의 염기서열이 유전정보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요리 분야에서도 20세기 말경부터 몇몇 외국 물리학자들이 요리를 분자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맛있는 요리의 비밀을 ‘분자의 나이프와 포크’로 밝혀낸 셈이다. 요 몇 해 사이에 요리와 과학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시카와 신이치는 농학박사로 소개된다. 분자식품학, 분자조리학, 분자영양학 등이 전문분야이다. 일본 최고의 분자조리 연구자인 지은이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직후 과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을 절감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심신이 허약한 사람과 노인,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요리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느끼고, ‘1마이크로라도 더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요리에 과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분자조리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지은이는 일본 기쿠노이 식당의 무라타 요시히로의 분자조리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대학 소속 연구원들이 교토 요리의 핵심인 다시마국물을 주제로 실험한 결과 ‘다시마의 글루타민산을 최대한 추출하려면 60℃를 유지하면서 1시간 동안 가열하는 것이 좋다’고 밝혀냈다. 무라타 요시히라는 즉시 그의 요리에 이를 적용했다. 전통적인 방식을 접고, 다시마를 넣고 60℃에서 1시간 동안 계속 가열하다 물 온도가 85℃에 이르면 불을 끄고 가다랑어포를 넣은 다음 가다랑어포가 가라앉았을 때 바로 건져냈더니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을 알게 된 무라타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다면, 미래의 요리는 어떻게 변할까? 인간의 먹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기의 분자조리학은 어떤가? 지은이는 이를 ‘안티에이징’의 세계라고 표현한다. 의료의 에이징과 식품의 에이징은 다르다. 본디 숙성을 의미하는 ‘에이징(aging)’은 세월을 쌓아간다는 뜻도 되지만 ‘나이 듦, 노화’라는 뜻도 된다. 특히 최근에 와선 미용과 관련해서 노화방지, 즉 안티에이징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의료 분야에서 에이징은 극복해야 할 부정적인 색채가 짙은 말이지만 식품학 분야에서 에이징은 식품의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내포된 말이다.” 지은이는 스테이크용 고기를 고르는 법, 굽는 방법, 구울 때 피어오르는 고소한 향, 진공조리법과 레이저 쿠킹 등을 설명한다.
“고기를 140℃ 이상 가열하면 마이야르반응이 일어나 휘발성 향기분자가 발생한다. 고기다운 이 향기는 고온에서 조리했을 때에만 생성된다. 따라서 고기를 몇 도에서 굽느냐가 중요하다.” 마이야르 반응은 조리반응의 왕이라고 일컬을 만큼 중요한 반응이다. 1912년 프랑스 과학자인 루이 카뮤 마이야르가 연구했다고 해서 그의 이름이 붙었다. 갈변반응이라고도 부른다. 가열조리 과정에서 타서 눌어붙은 자국이 생기는 반응을 뜻한다. 구운 빵 껍질과 고기구이나 생선구이 표면, 누룽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음식 문화 측면에서 흡사한 점이 많다. 서양식 분자요리에 비하면 일본의 분자요리는 동질감을 많이 느낀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요리와 과학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결과물들을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분자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분자요리 알고 보면 참 쉬워요’라는 마음이 들도록 잘 이해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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