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 우리 함께
박문구 지음 / 작가와비평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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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 우리 함께

_박문구 (지은이) | 작가와비평

 

 

철조망을 끊기 위해 태어난 뺀지의 사나이다.

우리의 뺀지 앞에서 철조망은 한갓 거미줄이다.

우리의 뺀지로 몽당몽당 잘라서 잃어버린 엿맛을 보겠다.

우리는 도전하는 용맹한 뺀지의 전사이다.

우리의 뺀지 앞에서 철조망은 한갓 고물 철사다.”

_청소년 뮤지컬 뺀지와 철조망중에서

 

 

소설의 무대는 강원도 도계이다. 탄광지역이다. 검은 땅이라고도 부른다. 물론 현재의 도계는 아니다. 예전에 비해선 작업량이 줄긴 했으나, 탄광이 그런대로 가동이 될 무렵이다. 도계에 있는 한 고등학교. 전교생 삼백 명이다. 남녀공학이다. 대부분 학생들의 아버지는 탄광에 근무한다. 탄광지역을 떠나 어느 학교든(요즘은 초등학교에서까지도) 골치 아픈 애들이 있다. 물론 선생들 입장에서 그렇다. 부모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학교에서 애들을 버려놨다고 하지 않을까? 암튼 탄광 지역 특유의 자조적인 분위기(막장 인생)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공부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학교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선생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사건이 커지기전엔 그저 쉬쉬하고 지나간다.

 

 

그 고등학교의 교장 정준혁. 무너진 교권과 학생들의 통제 불능 일탈된 행동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다가 퇴근 후 거의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를 메우기 시작했다. 뮤지컬 원고였다. 제목은 뺀지와 철조망으로 정했다. 사회 폭력배 단체인 철조망과 학생 조직인 뺀지와의 다툼과 화해,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보를 통해 서로가 승리하는 내용이었다. 정년을 두해 앞둔 준혁에겐 무리한 도전이기도 했다. 그 원고를 토대로 아이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그 끼와 열정을 한껏 분출시켜주고 싶었다. 긴 호흡으론 아이들의 적성과 장래까지도 생각했다.

 

 

다소 예상은 했지만 격렬한 반대와 부닥친다. 준혁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신공격과 교장사퇴까지 거론되는 여론에 밀리자 크게 좌절한다. “긍정의 집단은 원래 침묵의 분위기 속에서 슬며시 나타나는 법이다. 그 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는다. 반면에 부정의 집단은 한두 사람의 목소리가 주변으로 확대되고 다시 재생산되면서 큰 반향으로 울리게 되어 긍정의 집단까지 함께 몰아가는 힘을 발휘하게 한다.” 병가를 내고 쉰다. 병가 중 은퇴 공무원인 어렸을 적 친구의 방문과 격려에 힘입어 다시 일어선다.

 

 

우여곡절 끝에 뮤지컬 단원이 결성된다. 전교생 삼백명중 10%인 삼십 명이 모였다. 그 중에서 반 이상이 좀 노는 애들(?)이다. 준혁은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준 셈이었다. 학교 체육관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처음 선을 보인 뮤지컬은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고위 관계자들과 시민, 학생들은 물론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의 가족들까지 모인 자리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 아이들을 모으는 과정, 연습과정과 그 가운데에서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그렸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중간 중간 부모와 자녀들 간에, 학생들과 선생사이,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의 아이콘은 학교 짱인 병호다. 삼척에서 큰 공연을 앞두고 긴장하는 후배들과 친구들을 향해 한 마디 한다. “평소 우리는 공부 못한다고, 교칙 어긴다고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욕만 먹고 지냈나....그까짓 것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우린 우리들이 할 일이 있다고, 남들이 못하는 우리들만의 일! (...) 우리가 안고 있는 열정, 바로 그 열정을 똘똘 뭉쳐서 오늘 보란 듯이 내보이자. 우리들의 능력을 당당히 보여주자. 자 멋있게 실수하자!”

 

 

아이들에게 공부를 못 한다는 표현도 하지 말아야한다. 못하는 애들이 어디 있나. 안 하는 거지. 공부에 취미가 없는 거지. 공부가 취미인 애들을 어떻게 따라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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