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사람들 - 강박에 사로잡힌 마음과 행동 그리고 뇌 이야기
데이비드 애덤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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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사람들   - 강박에 사로잡힌 마음과 행동 그리고 뇌 이야기

_데이비드 애덤 (지은이) | 홍경탁 (옮긴이) | 반니

원제 : The Man Who Couldn't Stop: OCD and the True Story of a Life Lost in Thought

 

    

 

책의 첫 장을 열면 에티오피아의 비라 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비라는 자기 집 벽을 먹었다. 벽을 먹어 치우지 않으면 도저히 벽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그랬다고 한다. 벽에 대한 불안은 벽을 먹어야 한다는 기이하고 참을 수 없는 충동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비라는 벽을 먹기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났다. 17세까지 비라는 8제곱미터의 벽을 먹어치웠다. 그건 벽돌 0.5톤보다 많은 양이었다. 비라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죽었고, 어머니 혼자 그녀를 키웠다. 비라의 기억으로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진흙을 먹었다. 그녀는 10대가 되면서 증세가 더욱 심해져, 자기 집 벽만 먹기 시작했다. 몸이 온전할 리가 없다. 진흙 때문에 변비에 걸렸고 복통이 심했다. 급기야 몸이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까지 와서야 비라는 울면서 병원을 찾았다. 당시 에티오피아의 인구는 7천만 명이었지만 정신과 의사는 여덟 명이었다. 운 좋게도 비라는 그 여덟 명 가운데 한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비라의 경우는 좀 특이한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박증, 강박 장애에 시달리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따금,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나는 생각들이 있다. 두서없이, 제멋대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다행히 자신이 앉았던 자리라고 의자까지 들고 일어나지 않듯이 그 생각들을 털어버리며 제정신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사라지지 않는 생각들이 반복해서 행동으로 이어지면 문제다. 아주 큰 문제다. 그 기이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면 불행해지거나 마음의 병이 자리 잡게 된다.

 

 

화학공학 박사이자 최고의 과학저널 네이처의 필자이자 편집자인 이 책의 지은이 데이비드 애덤은 자신이 강박장애를 겪었던 이야기를 먼저 털어놓는다. 심지어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불안장애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강박 장애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자신의 불유쾌한 경험처럼 강박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또는 그 경계에서 혼란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으리라 짐작된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APA)는 공식적으로 강박 장애를 기존과는 별개의 정신질환으로 재분류했다. 강박 장애 영역과 자폐증 영역에 대한 개념의 변화와 함께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재분류는 전통적으로 별개의 질환으로 간주했던 정신질환 사이에 연관성을 구축하는 중요한 과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강박 장애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흔히 지나치게 꼼꼼한 성격이나 강박 인격 장애를 떠올린다. 잘 개어 놓은 수건이나 책 따위가 선반 위에 종류, 크기 혹은 알파벳 순서대로 잘 정리된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이 정도면 그래도 애교로 봐줄만하다(같이 사는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에겐 엄청 피곤한 일이겠지만..). 오죽하면 20119월 런던 셀프리지스 백화점에선 이른바 강박 장애 도마를 판매하기도 했다. 가로세로로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은 물론, 각도까지 잴 수 있게 완벽한 크기와 비율로 눈금까지 있었다.

 

 

강박 장애 또는 강박 인격 장애가 잘 치료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강박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강박적 생각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강박 장애를 갖고 있는)그 사람들에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이 때문에 중증 강박 장애이면서도 오진을 받거나 진단조차 받지 못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강박 장애가 다른 정신적인 장애에 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강박 장애는 우울증과 불안, 식이 장애 등과 함께 나타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강박 장애의 여러 가지 원인들을 설명해준다. 아울러 강박 장애에 대한 매우 다양한 사례들(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다)을 제시해준다. 원인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지은이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자신의 강박 장애 원인을 명확하게 찾아내지 못하겠다고 고백한다. 아마도 개인의 기질적인 면과 복합적인 생각들의 혼합 또는 그 당시에는 트라우마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상처들이 뒤섞여서 강박이라는 장애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보태본다.

 

 

지은이는 이렇게 책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이 자신을 치유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면, 이 책에서 제기한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주변 사람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다른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의 눈을 뜨게 할 수만 있어도 나는 기쁠 것이다. 좋은 일은 두렵고 비참했던 경험에서 올 것이다. 내 이상한 생각도 마침내 어떤 의미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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