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기류 - 2015 제6회 김만중문학상 소설 부문 금상 수상작
손정모 지음 / 책과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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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기류 - 6회 김만중 문학상 소설 부문 금상 수상작

_손정모 (지은이) | 책과나무

 

    

 

국화 향기가 빛살처럼 흩날리는 1687년의 가을 저녁나절이다. 한양에서 평안도 선천의 유배지까지는 900리의 노정이다. 어쩌다가 평안도의 선천에까지 내쫓기게 되었는지를 떠올리자 만중(金萬重)이 착잡해진다. 만중이 상념에 휩쓸리면서도 거주하는 자신의 유배지인 초가를 슬쩍 훑어본다.” 질녀가 숙종의 왕비가 된 관계로 왕의 인척이기도 했던 김만중은 관직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사간으로 시작해서 병조판서, 1품인 판의금부사의 벼슬까지 지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귀양길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것은 조사석이 후궁과의 연줄로 인해 재상이 되었다는 소문을 왕 앞에서 얘기하다가 출처를 밝히라는 숙종의 말에 입을 다문 죄밖에 없다. 입을 열면 그 제공자의 신변이 어찌될지 불을 보듯 훤한 사실인지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중은 왕에게 그런 소문을 충분히 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도 했다.

 

 

역사적 사실에 스토리를 입힌 이 소설은 김만중의 선천 유배 시절부터 남해 노도에서의 유배 생활까지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만중이 정치적 기류에 처하면서 겪게 되는 인간적 고뇌와 김만중의 걸작 구운몽이 생성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1680년 경신환국이 주요 배경으로 깔린다. 남인과 서인의 피바람이 몰아치는 정국이다. 정국의 무대는 남인들이 내려가고, 서인들이 올라선다. 죽고 죽이는,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인물들의 등장이다. 그 중심에 기류(氣流)가 있다. 기류를 안다고 해서 당장 어찌할 수는 없지만, 그 기류를 무시하고 살다가 하루아침에 불귀의 객이 되던가, 귀양을 가든가 둘 중 하나이다. 만중은 그 기류를 예의 주시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역시 바람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유배가 풀리기는 쉽지 않겠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소설 작품이나 한 편 만들어야겠어. 기왕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언문으로 싸 봐야겠어.” 만중은 구운몽(九雲夢)이란 소설 창작을 시작한다. 8명의 여인들과 1명의 남자 주인공을 구운(九雲)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이들 남녀들이 겪는 가상의 세계를 꿈에 빗대어 몽()으로 나타내었다.

 

 

만중은 억압된 처지의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후련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선비들이나 평민들 중 누가 읽더라도 재미와 흥취를 안겨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만중은 주인공의 신분을 설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내린 결론은 주인공을 수도승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단지 수도승의 체험의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염려되긴 했다. 소설은 작가의 체험 또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이 소설 속 김만중의 구운몽탄생을 위해 작가는 만중이 유배생활 동안 겪었음직한 일들을 그렸다. 사실 여부를 떠나 훌쩍 그 시대로 돌아가서 만중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당한 긴장감과 애틋함이 담겨 있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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