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표현 - 메를로-퐁티의 애매성 철학에 대한 비판적 해석
박이문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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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표현 - 메를로-퐁티의 애매성 철학에 대한 비판적 해석

   _박이문 (지은이) | 생각의나무

    

    

"주관과 객관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현상학의 핵심적인 문제다."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가 한 말이다. 이 책의 지은이 박이문 교수는 메를로-퐁티가 경험주의와 주지주의에 대해 행했던 비평이 옳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의 철학적 문제 중 하나인 '언어 이전의 언어적 의미'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은이가 주장하는 '존재-의미 매트릭스(onto-semantical matrix)'라는 개념의 도입과 그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본 논문()의 중심 논지다.

 

 

책은 3 챕터로 되어 있다. 1,2 챕터는 실재하는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본성에 대한 메를로-퐁티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3 챕터는 지은이가 메를로-퐁티가 불충분한 상태로 멈췄던 지점을 넘어서서 주제를 더욱 더 발전시켜가려는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의 키워드이기도 한 주관과 직관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 관계 속에서 주관은 '표현하는 자 (expressor)'이며, 반면에 객관은 '표현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그런 관계로 인식되어야 한다."

 

 

메를로-퐁티는 지각된 대상은 필수적으로 주관(의식)과 관련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곧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은 내적으로 의식과 연관됨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각되지 않거나 지각할 수 없는 어떤 것도 인식할 수 없다. 버클리가 말했듯이 심지어 미지의 사막이라도 최소한 어떤 한 사람에 의해서 관찰되어야 한다. 즉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의 나 자신, 내가 그것을 순순하게 정신적 경험에서 지각할 때다. 대상(사물)은 그것을 자각하는 사람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 퐁티

 

 

절대적인 엄밀성과 확실성을 가지고 선객관적 세계 또는 체험세계에 대해 완전하게 기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퐁티의 현상학을 설명하면, 선객관적 세계에 대한 절대적 기술, 다시 말해 기술을 행하는 주체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무(nothing)를 통합하는 기술의 불가능성은 바로 지각의 구조 그 자체에서 비롯된다. 지각은 지각하는 주체와 그 주체에 의해 지각된 대상을 함께 포함한다. 선객관적 세계에 대해 절대적인 엄밀성과 완전성을 가지고 기술이 불가능 한 것은 다음의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주체의 구조로부터 발생하며, 두 번째 이유는 대상의 구조에서 발생한다. 퐁티는 지각은 이미 주체와 그의 세계에 대한 '표현'이라고 했다.

 

"모든 지각, 그리고 그것을 전제하는 모든 행위, 즉 몸을 사용하는 모든 인간의 행위는 이미 원초적으로 표현이다. 이러한 원초적 표현은 어딘가에서 그것들의 의미와 용법으로 주어지는 표현된 기호라는 것을 대체하는 이차적 행위가 아니라, 최초에 기호로써 기호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작용이다. 그리고 그것들의 배열과 구성을 통해 표현된 것이 그것들 속에 거주하는 것이며, 의미가 발생하는 그 즉시 그 의미 자체가 완전해 지는 것이 아닌, 다시 말해 그 의미를 하나만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이식하는 것이고, 제도나 전통을 발견하고 질서를 새로이 여는 것이다."

 

 

퐁티에게 철학이 표현이라면, 지각과 철학은 예술가와 그의 작품, 화자의 사고와 그가 사용하는 언어, 인간 집단 혹은 사회적 집단과 그것의 역사 간의 관계와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표현'으로써의 지각은 지각대상에 독립적이지 못하다. 지각된 혹은 인식된 대상을 주체와 그의 세계 둘 다의 표현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퐁티는 예술현상학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예술과 관련된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미와 추에 대한 정의. 미적 판단의 기준 등과 같은 예술에 대한 중요한 철학적 문제들을 그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예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오직 미적대상으로써의 예술작품과 예술가의 행위 사이의 관계, 즉 미적 경험에서 발견되는 의식과 그 대상 사이의 관계였다.

 

 

지은이는 '존재론적' 사유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there is)'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조건들을 결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길 원한다. 표현된 것 또는 인식되는 과정 중의 대상의 존재론은 무엇인가? 앎의 내용을 '있는 것'과 동일시해야 하는가? 또한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올바르게 진술하기 위해 이러한 성격 규정을 넘어서야 하는가? 에 대해 답해보고자 한다. 그 내용이 챕터3에 실려 있다. 궁극적 실재는 '표현하는' 과정이고 '있는 것(being)'은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로 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표현의 존재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은이의 논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장점이라는 언급도 함께 한다.

1) 이론적 경제성 : 표현의 존재론은 실제로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 심지어 잠재적 현상들까지도 단일한 실재로 해명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일원적 존재론이기 때문에 설명될 수 없는 사물들의 수는 최소한으로 남겨진다. 이런 점에서 이는 설명될 수 없는 하나 이상의 실체들을 남겨두는 이원론이나 다원론보다 더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2) 유물론적 존재론 또는 관념론적 존재론, 심지어 스피노자나 사르트르의 일원론에 비해 '표현의 존재론'은 모든 형태의 일원론들이 필연적으로 빠지게 되는 역설에서 벗어나는 데 유리하다. 3) 마지막 장점은 '표현의 존재론'이 가설이나 그 자체로는 진리임을 밝히거나 설명 할 수 없는 설명을 위한 원리로 제안되거나 가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그보다 '표현의 존재론''의식은 필연적으로 무엇에 대한 의식'이라는 현상학적 근거와 경험의 다양한 양태들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에 대한 현상학적 기술이라는 지반 위에 세워진다. '표현(expressing)'개념은 하나의 가설이거나 단순하게 임시방편으로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표현'의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책을 다시 간단하게 정리하면, 메를로-퐁테 철학에 나타난 '표현' 개념에 대한 존재론적인 탐구다. 존재론으로 여러 가지 철학적 난제들을 풀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철학적 문제들을 열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 든다. '존재론'적 사유가 결국 철학의 문을 들어서기 위한 첫 발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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