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그림 -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ART & ESSAY 1
이연식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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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괴물이 된 그림 -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_ 이연식 (지은이) | 은행나무

    

 

인간이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작품에 괴물이 존재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괴물성을 표현한 것일까? 아니면 불쑥불쑥 일어나는 불안감을 몰아내기 위해 괴물의 이미지를 방패막이로 삼는 것일까?

 

 

두말 할 나위 없이 괴물은 이미지다. 형상을 지닌다. 15세기 그뤼네 발트가 그린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이란 그림과 설명부터 시작된다. 괴물이 유혹을 한다는 것은 '얼굴 없는 미녀'라는 말처럼 공허하게 들린다. 일단 괴물이 유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괴물의 이미지나 형상을 보면 우선 긴장하며 움츠러들 것이다. 경계하고 도피하는 수순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림에는 하나같이 '유혹'이 붙는다. 아마 그림 속에서 당하는 입장에 처한 사람 눈에는 괴물의 형상이 아닌 '유혹' 그 자체의 이미지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지은이는 '괴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괴물은 나와 다른 것, 바깥 세계의 존재, 혹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인 것을 일컫고, 스스로 가늠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광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안팎에서 존재하며 작용하는 불가항력의 힘이 괴물인 것이다. 따라서 그림 속에 제 모습을 나타낸 괴물을 들여다보는 것은 인간 내면과 바깥을 탐구하는 일이며, 동시에 인간의 문화에 대한 탐구이다." 세이렌과 스핑크스는 수많은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앞 다투며 그림을 그려냈다. 세이런은 나중에 인어공주로 변신해서 이미지 전환을 한다. 귀스타브 모로의 스핑크스는 깃털 달린 날개를 위로 바짝 치켜들고, 머리는 마치 불꽃처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묻는다. 대체 저 머리는 누가 저렇게 치장해 주었다는 말인가? 별게 다 걱정이다. 그러나 나도 궁금하다. 화가에게 묻고 싶다. 슈투크의 스핑크스는 알몸이다. 암사자처럼 엎드려 있다. 남성들을 무장해제 시키려는 의지가 온 몸에 충만해있다.

 

 

()은 상서로운 동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역시 괴물이다.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은 다르다. 동양에서 용은 구름과 비를 부리는 신령스러운 존재이다. 용이 번개와 천둥, 파도와 폭풍우를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서양의 용은 대개 거대한 몸집에 박쥐의 날개가 달렸고, 꼬리에 가시가 달린 도마뱀 또는 뱀의 형상을 지녔다. 입에서 불길을 토하고 코에서 유독한 가스를 뿜어낸다. 괴물의 또 다른 이름은 '악마'. 기독교에서 악마는 일반적으로 사탄(satan)이라고 불린다. 그림 속 악마의 이미지는 만만치 않게 많다. 그래도 앞서의 세이렌이나 스핑크스에 비하면 평준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악마는 하나님에게 반항했다가 추락하면서 흉측한 모습이 된다. 손발은 짐승의 것으로, 손톱은 갈고리 손톱으로, 코는 새의 부리로, 깃털 날개는 박쥐와 같은 가죽 날개로 바뀌었다. 악마의 몸뚱이가 검은 것은 빛이 결여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날개는 필수다. 그래서 악마는 잘도 돌아다닌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라는 그림을 보면 나의 심경까지 복잡함으로 채워진다. 유배지에서 오래도록 고생하다가 집으로 돌아온 정치범과 그를 맞는 가족의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여 준다. 주인공의 홀쭉하고 어두운 얼굴에는 집으로 돌아왔다는 기쁨과 안도감, 가족들이 자신을 어떻게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엉켜있다. 아마도 가족들은 오랫동안 가장이 없는 삶에 몸과 마음을 적응시켜 왔음에 틀림없다. 흉터는 남았지만, 고통은 사라진 듯하다. 그런데 가장이 갑자기 돌아왔다. 가족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기뻐하거나 낯설어 하거나 불안해한다. 노모는 기쁨과 놀라움에 사로잡혀 마치 유령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다. "괴물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여기 없어야 할 존재가 여기 있으면 괴물이다."라는 지은이의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다

 

 

인간이 만든 조각이 생명을 얻은 경우도 이 책의 테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의 전설이다. 르네상스 미술을 이해하려면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피그말리온이 조각한 새하얀 상아 미녀가 여신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사람이 된다. 해피 엔딩이다.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종종 여성을 피조물처럼 여기는 남성의 욕망을 가리키는 장치가 된다. 버나드 쇼의 희곡[피그말리온]에 나오는 여주인공이나,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이 그 모델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다.

 

 

이 책엔 95개의 도판(그림)과 수십 권의 참고문헌이 들어있다. 지은이의 열정이 느껴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본다. 괴물은 그저 이미지에 불과할까? 아니 설령 이미지로 머물지언정 우리 주변엔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이 없는 곳이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 든다. 어떤 형상을 하고 있던 우리 마음에 괴물로 그려진다면 괴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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