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된 망각 -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
탈리 샤롯 지음, 김미선 옮김 / 리더스북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설계된 망각 -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

_탈리 샤롯 (지은이) | 김미선 (옮긴이) | 리더스북 | 원제 The Optimism Bias

 

 

'망각'이라는 단어를 거듭 생각하는 요즈음이다. 망각에는 두 얼굴이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는 망각과 잊어도 될 것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경우이다. 에란 카츠는 망각(forget)과 용서(forgive)가 어원이 비슷하다는 예를 들면서 잊어야 할 기억을 위해 용서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탈리 샤롯은 '낙관 편향'(이 책의 원제인 'The Optimism Bias')으로 어떻게 망각을 풀어나가고 있는가? 저자는 이스라엘 태생이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과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경과학과 관련해 연구해온 낙관주의, 기억력, 감정, 의사선택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저자는 우리 시대 최악의 테러(2001911일의 사건처럼)같은 충격적 사건의 기억은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연구의 주요 목표였다. 그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조사하던 중, 어떻게 사람들의 회상이 동영상처럼 정확하다고, 심지어 완전히 잘못된 기억마저도 정확하다고 믿게 만드는가에 관심이 있었다. 망각을 이끄는 인간 뇌의 착각. 착각을 하는 사람은 착각을 모른다고 한다. 이러한 '섬광기억'을 연구하던 중, 다른 연구팀을 통해 흥미로운 결과를 접하게 된다. 그것은 과거의 회상을 담당하는 우리의 신경계가 미래를 생각할 때 역시 똑같은 뇌 구조를 불러다 쓴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뇌영상(Brain Imaging)기법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이 책의 키워드인 '낙관편향'을 간단히 풀어본다. 저자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미래의 일상사를 상상하도록 과제를 준다. 예를 들면 머리를 자르러 가거나 보드게임처럼 가장 단조로운 종류의 특정 상황을 제시해도,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을 중심으로 근사한 각본을 꾸며낸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회색인 사건들에도 시종일관 분홍색을 칠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다. 저자가 한 실험 참가자에게 여객선을 타는 상상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참가자의 심상에는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지금으로부터 1~2년 뒤, 자유의 여신상까지 여객선을 타고 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날씨는 더없이 맑으면서 바람이 불 것이고, 내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저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긍정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참가자들이 꼭 이런 장밋빛 상상만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관심을 가져볼 문제다. 나 역시 내게 남은 시간이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싫다. 꿈을 꾸는 데는 돈이 안 드는데, 굳이 안 좋은 생각에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단정을 짓는다. "나는 인간이 자기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어서 긍정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낙관주의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 안에 내장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

 

 

뇌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런던의 택시 기사들 이야기다. 런던의 택시 기사들은 택시 운전계의 '탑 건'들이라고 소개된다. 택시 기사 '지식'을 입증하는 시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들다고 한다. 런던에서 택시 기사가 되려면, 런던 시내 차링 크로스를 중심으로 반경 10킬로미터 이내에 있는 25,000개의 거리와 320개의 경로를 숙지해야 한다. 지도나 내비게이션이나 무전기로 방향을 물어볼 시간이 없다. 택시 기사의 뇌에 입력된 정보에 의존해 최단 시간내에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3년 동안 집중 훈련을 받고 마지막 시험에 열두 번쯤 도전해야 비로소 택시면허를 딸 수 있다고한다. 택시 기사 지원자 중 4분의 1만이 통과하고 나머진 떨어져나간다. 흥미로운 것은 장기 근속중인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의 해마 뒷부분이 평균치보다 크다는 것이다. 해마는 기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위이다. 택시 기사들이 그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관심의 대상이다. 아마도 우리가 어느 단일 분야의 경력이 늘어날수록 눈감고도 해낸다(달인)는 이야기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긍정 에너지를 분사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계기도 되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있다. 이 용어는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48년에 만든 용어다. 이런 말을 했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처음에 잘못한 상황 규정이 새로운 행동을 유발하여 원래의 잘못된 개념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자기충족적 예언의 그럴듯한 타당성은 오류의 지배를 영속시킨다. 예언자가 사건의 실제 과정을 자기가 맨 처음부터 옳았다는 증거로 인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 선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예측은 그것이 예측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긍정적 결과를 믿으면 원하는 결과가 실현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충족적 예언은 지극히 강력한 현상이라고 설명된다.

 

 

좀 더 쉽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옮겨본다.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요일을 순서대로 나열하라고 하면, 금요일은 근무일이고 일요일은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금요일이 일요일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다고 한다. 노느니 차라리 일을 하겠다는 뜻?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토요일 역시 휴일인데도 토요일은 금요일과 일요일 둘 다보다 순위가 높다. 그러니까 토, , 일 순위가 매겨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째서 금요일을 일요일보다 좋아할까? 그 이유는 금요일이 희망을, 즉 주말이 오면 계획한 모든 활동을 하거나 아무 활동도 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일요일은 휴일이라도 기대의 기쁨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놀거나 쉬고 있긴 하나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일을 해야 한다는 예상이 유쾌한 활동들을 망쳐놓는다. 휴가 마지막 날 급 우울에 빠져드는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음직하다. 금요일이 달리 불금이 아닌 것이다.

 

 

진화과정에서 낙관주의가 선택된 이유가 긍정적 기대가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마음을 끈다. 낙관주의자들이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는 사실, 같은 심각한 사고를 당해도 낙관주의자들이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례가 많다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듣고 보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그렇지만 낙관적 착각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함정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여러 개인들의 비교적 작은 편향들이 합쳐져서 훨씬 더 큰 착각을 만들어냄으로써 결국 재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사례들을 제시하며 '낙관 편향'을 설명해주고 있다. "뇌는 실재를 왜곡해서 보여준다. 그렇다. 우리를 기만한다. 하지만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들 각자가 착각과 편향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의 번역 된 제목인 '설계된 망각'이라는 제목이 처음엔 좀 생경스러웠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런대로 접수가 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뇌 안에 이미 설계된 프로그램이라고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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