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제러미 스탠그룸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패러독스 논리학 -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세계의 석학들이 탐닉한 논리학의 난제들 _제러미 스탠그룸 (지은이) | 문은실 (옮긴이) | 보누스 | 2010-10-08 | 원제 Einstein's Riddle: Riddles, Paradoxes, and Conundrums to Stretch Your Mind 

 

 

논리학이라는 단어도 무게감을 주는데 패러독스가 붙음으로 인해 더욱 무거워집니다. 선뜻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하나, 엘레아의 제논은 아킬레스가 경주에서 거북이를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 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거북이는 이미 아주 근소하게나마 그곳을 지나쳐 앞서 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머리말에 나오는 내용인데 머리말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이 되는 것은 수수께끼와 패러독스와 난제들이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패러독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논리, 시간, 운동, 언어와 관련된 문제의 심장부에 맞닿아 있다고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제러미 스탠그룸은 정치사회학을 전공했으나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됩니다. 다른 이(줄리안 바지니)와 함께 철학을 대중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을 표방하는 계간지 [필로소퍼스 매거진]을 창간하여 영국에 철학 대중화 바람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책 [패러독스 논리학]은 제논의 역설부터 뉴컴의 패러독스까지 논리학의 대표적인 난제들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하여 해설한 책입니다. 이 중에는 논리학자들마저 서로 의견을 달리하거나 미해결로 남은 문제도 더러 있습니다. 각 챕터 타이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논리와 학률, 추론의 오류, 논리학과 현실 세계, 운동과 무한 그리고 모호함의 사고실험, 철학적 난제, 패러독스의 세계 등입니다.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일이 만만치가 않군요. 우선 지은이가 제시하는 문제들이 거의 그림이나 도표가 대부분인지라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쉬운 문제로 하나 뽑아봤습니다. 이 문제는 넌센스 퀴즈 수준입니다만, 책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일조를 할 것 같습니다. 늙은 왕이 두 아들 중 누구에게 왕국을 물려줄지 결정을 내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두 아들에게 말하기를, "둘 중에서 자기 말이 언덕 위의 교회에 더 늦게 도달하는 이가 다음 왕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둘째 아들이 곧장 말에 뛰어 올라서 전속력으로 교회를 향해 질주했다. 왕은 자신의 말에 충실했고, 둘째 아들에게 왕국을 물려주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답이 궁금하시지요? ) 둘째 아들은 형의 말에 올라탔다.

...이럴 땐 너무 머리 회전이 빨라도 이해를 못하고 지나가지요. 형의 말을 몰고 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형이 탄 말 즉, 형의 등 뒤에 붙어서 갔다는 이야깁니다. 형이 아우를 말에서 떨어뜨리지 않은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구요. 아무튼 아우의 말은 아예 출발도 안했다는 것이지요.

 

 

버트런드 러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들 말한다. 나는 평생 동안 이 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증거를 찾아 헤맸다." 러셀은 무수히 많은 이유로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대해 비관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예문을 제시합니다. "모든 사람은 한줄기 햇빛이다. 모든 사람은 빛과 그늘을 지닌 존재이다. 그러므로 모든 빛과 그늘을 지닌 존재는 한줄기 햇빛이다."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이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빛과 그늘을 지닌 존재가 한 줄기 햇빛이라는 결론은 전제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가? 만약 이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논리적인 오류를 범한 것이다. 다른 단어를 집어넣은 같은 주장을 보자. "모든 말은 포유류이다. 모든 말은 네 발 달린 피조물이다. 그러므로 모든 네 발 달린 피조물은 포유류이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거북이에게 동물학을 가르치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패러독스는 무엇인가? 저자는 패러독스가 다음과 같은 형태를 지닌다고 합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참으로서 받아들여질 전제(혹은 전제들), 전제에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논리학의 모든 정상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논증, 그리고 결정적으로, 언뜻 보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결론이 그것이라고 합니다. 책의 내용이 가벼워도 실제로 제법 근수가 나가는 책이 있는가하면, 내용은 무거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 있더군요. 이 책 같은 경우에 내용은 머리에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조금 유식하게 표현하면 '지적 유희'를 즐길 정도)무거움에도 책 무게는 참 가볍습니다. 뻑뻑해진 두뇌에 기름칠을 한다 생각하시고 한 번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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