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오카야마 미즈호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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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_오카야마 미즈호 (지은이) | 염혜은 (옮긴이) | 디자인하우스 | 2013-08-15 

 

 

오늘은 '나무의사'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요? '나무의사'. 처음 들어보시지요? 오래 전 속리산의 얼굴이자 천연기념물 103호인 정이품송(正二品松)이 폭설로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어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정이품송을 아끼던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군요. 수령이 600살이 넘은 정이품송은 1980년대에도 중부 산간지역을 휩쓴 솔잎흑파리를 피하지 못해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철제 보호망에 갇혀 링거를 맞는 신세를 진 적이 있었지요. 그 때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나무에게도 의사가 필요하겠구나.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를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겠구나 하는 마음 말입니다.

 

 

아직 국내엔 '나무의사'라는 그룹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웃나라 일본은 약 2000명 정도의 나무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여성이 약 60 여명 정도라고 하네요. 이 책의 저자는 그 60명 중 한 사람인 오카야마 미즈호라는 여성입니다. 각종 나무에 관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으나 프로필은 생략하고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책은 4부로 편집되어 있습니다. 1부는 나무라는 존재의 생리생태. 2부는 나무를 진찰하며 듣는 나무의 소리. 3부는 나무가 가르쳐주는 자연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무의사라는 직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목(樹木)형 인간'에 주목합니다. 늘 아름답고 당당하며 위엄이 있으면서도 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수목형 인간은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고 주위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활동'한다고 합니다. "나무는 인간에게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매 순간 숨을 쉴 수 있도록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주는 등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것투성이다. 나무 곁에 있으면 크나큰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동시에 내 안에 에너지가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무와 사람의 성품을 비유한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느티나무'는 스마트하고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의 느낌. 하지만 나무 모양은 강렬한 편이니 겉보기보다 의지가 강한 사람. '적송(赤松)'은 균류를 잘 이용한다는 점에서 협상에 능한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외양도 아름다우니 재색겸비라는 말이 생각난다. 거기에 참을성도 강하고 우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 '은행나무'는 눈에 띄게 수세(樹勢)도 왕성하고 힘도 좋지만 숲속에서 다른 나무들과 의외로 잘 못 어울리는 타입이다. 오히려 마을에서는 완전히 절단된 참혹한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사람을 참 좋아하는 나무라 할 수 있다. 사실 은행나무의 친구격인 나무는 없다. 11과로 고독한 인생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건강해 보이는 나무다."

 

 

 

 

나무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군요. "나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 사람이 나무에게 배울 교훈입니다. 나무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는 '마음을 열고 눈을 잘 '기울인'다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기억해둡시다. 사람을 진단하는 CT처럼 나무를 진단하는 장비도 있군요. 독일에서 개발했다는 음파를 이용한 진단장비 '피카스'라는 기계를 통해 나무의 상태를 조사합니다. 상태별로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참고로 한답니다.

 

 

나무의사들의 진단 도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카메라, 필기구, 강철 줄자, 나무망치, 뿌리 주변의 흙을 부수는 스콥(schop), , 전지가위, 쌍안경, 루페, 토양경도계, 나침반 등등 한 짐입니다. 그 중 나무망치를 이용한 진단방법이 흥미롭습니다. 나무망치로 두드려 보았을 때 좋은 소리는 '콩콩' '' 하는 느낌으로 목검 같은 비교적 높은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런 소리를 낸다면 건강하다는 것이지요. 살아있는 나무이기 때문에 탄력도 느껴져야 좋답니다. 나쁜 소리는 '북북' 목탁과 같은 둔한 소리가 난답니다. 이런 소리가 나면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썩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글 반, 꽃과 나무 사진반입니다. 나무에 관심이 많은 분들, 나무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분들이 읽어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경외와 이 땅의 환경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됩니다. 나무가 다시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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