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삶 - 과학과 철학의 소통
이정일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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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이전에 너무 세분화된 학문이 문제다. 타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젠 너무 흩어졌다고 생각하는지 통섭, 융합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특히 과학과 철학의 흐름은 원래 하나였건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분지된 간격이 너무 벌어져버렸다.

 

저자 이정일 교수는 오늘의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철학에 있어서 고전이 아직도 우리에게 생생하게 말을 걸기 때문에 고전이라는 자격을 얻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고전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은 무엇인가.' , '무엇을 위한 철학인가?'라는 물음은 분명한 방향이 있지만, 그 답과 해결은 미완성 상태이다. 그리고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마도 현재진행이라는 것이 답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에서의 힘은 원리를 이해하고 지배하는 데 있다. 학문의 정체를 표현한다면, 바로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바로 과학과 철학은 그런 면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책은 총 4부 12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제1부에서는 학문일반과 우리의 일상생활 모두가 근거를 제시하는 능력과의 연관을  2부에선 학문일반과 과학의 관계. 3부에선 근대 학문의 근본 위상을 검토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선 인간의 실천적 삶이 어떻게 의미있는 공동체를 형성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수학의 세계는 오류를 받아들일 수 없다. 오류는 곧 오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괄적인 과학의 마당에선 가설의 오류 역시 발견의 계기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한다. 수학은 문제풀이지만 과학은 가설 검증이기 때문이다. 가설이 오류라는 것은 그 오류가 진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제기되었다는 데 그 기본 특징이 있다.

 

칸트는 학문이 상아탑에만 머무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학교개념'과 '세계개념'으로 구분했다. 칸트는 학교와 세계를 공간적인 크기로 나눈 것이 아니다. 사유의 크기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학교라는 메타퍼는 강단철학을 의미하며 학술적인 철학을 의미한다. 강단철학에 만족하는 그룹은 순수한 이론의 차원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이것을 넘어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에 대한 희망사항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연적 행복과 초자연적 행복으로 구분했다. 자연적 행복이란 현실에서 우리 인간이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는 덕을 충족하는데서 오는 삶을 말했다.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물질이다. 좀 더 솔직한 표현으론 '재물'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를 물으면서 우리의 삶이 존재로 넘어가길 바랬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프롬 영감님, 나도 존재가 좋으나 소유가 없으면 존재 자체도 없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어찌하리요?" 아직 답장을 못 받았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초자연적 행복이란 절대자 신을 만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을 뜻한다. 신을 관조하며 사는 삶. 신이 나와 함께 한다는 일상은 인간의 삶에 엄청난 반전을 줄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챙겨할 것을 모두 챙겼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이 점에서 행복은 심리학적인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좀 더 존재론적으로 가길 원하는 마음에서 철학자들이 '애쓰고'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 '짧은 단상들'에서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의견, 취미, 생각, 세계관, 정치적 견해들, 역사의식, 인간에 대한 이해, 사랑, 아름다움의 대상과 기준, 도덕적 태도 등에 대해 우리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철학 전공자인 저자는 주로 자연과학부 학생들과 공대생들을 상대로 강의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다. 자연과학적 사고에 익숙해진 뇌에 균형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곧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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