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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7년 6월
평점 :
【 영원과 사랑의 대화 】
_김형석 (지은이) | 김영사 | 2017-06-30
젊은 날의 뒤안길을 돌아보게 하는 에세이집이다. 중, 고등학교 시절 김형석, 안병욱, 이어령님의 글들을 접하며 문학적 감성과 사유(思惟)를 키우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함께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1960년대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책이다. 5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은이도 100세를 바라보는 시점에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대는 현재와 비교하면 모든 것이 귀하고(궁색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암울한 시기였다. 사회는 혼란스럽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어려운 때였다. 이 책은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씨앗을 심어준 계기도 되었다.
이번 개정판에선 처음 내용에서 몇 편을 빼고 전체적 내용의 흐름과 합치되는 새로운 몇 편을 추가했다고 한다. 시대적 상황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를 위해 더 완벽한 내용으로 내놓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것에 대한 그리움, 사랑의 향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은이가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가 인생이라는 강의 저편인 영원과, 이편의 끝없는 애모심(愛慕心)의 대화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겨있지만, 철학자답게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전해준다. 인간답게 살며 삶을 충실히 영위해나가기 위해 어떤 책임들이 필요할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은 고정으로 남아있다. 지은이는 첫째 계속적인 인격의 완성을 요구한다. 인간은 결국 자기 인격의 성장만큼의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격이 50이면 그 사람은 모든 면에서 50의 생활이하에 머문다. 인격이상의 삶을 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릇의 크기만큼 물건을 담을 수 있다. 둘째는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높여가는 일이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공감과 동참성이다. “만일 우리가 인간 운명의 공통성을 깨달으며 삶의 공존성을 알게 된다면 이 생(生)의 동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의심치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된다. “인간이 가장 귀하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때로는 나 자신의 것과 자신을 양보하거나 희생시키더라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삶이다. 따져보면 역사와 사회의 건설은 그런 정신과 뜻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은이가 일본에서 유학중이던 대학 시절 신문배달을 하던 이야기 역시 나를 중,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나도 중학생 2년, 고등학생 2년 동안 신문배달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타고난 건강 체력도 아니면서 이 날 이때까지 큰 병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아직까지는..)아마 그 시절 교복 주머니뚜껑이 다 헤어지도록 옆구리에 끼고 달렸던 100~150부의 신문배달 탓이리라. 더군다나 내 배달구역은 서울의 약수동 산동네였다. 지은이는 그 시절 칸트를 공부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마치 칸트와 신문배달을 함께 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나는 칸트의 이름만 들어봤을 때였다.
“당신이 지금 바라고 있는 생활은 어떤 것입니까?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몇 가지 점을 이야기해주십시오.” 누군가 지은이에게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에서 여생보내기. 건전하게 일하며 선한 뜻을 나누고, 존경과 협력을 같이 할 수 있는 중류사회에 머무르기. 회복 불가능의 병고에 빠지지 않게 되길. 참다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벗들이 있게 되길. 내 이웃을 위해 정신적, 육체적 봉사를 하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하며 살아가기 등이다.’ 이 상(床)에 내 숟가락을 올린다.
한국화가 이숙자 화백의 그림들이 마음을 참 따뜻하고 평화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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