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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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_디온 메이어 (지은이) | 서효령 (옮긴이) | artenoir(아르테누아르

 

 

여름밤엔 추리소설 읽는 맛이 좋다. 추리소설은 우선 스피디하다. 약간의 두뇌플레이가 필요하지만 갈등의 연속인 문학소설처럼 심경이 복잡해지지 않는다. 소설은 역시 첫 문장의 맛을 봐야한다. “그해 마지막 날 고요한 오후에 맷 주버트는 기계적으로 손을 놀려 근무용으로 지급된 권총 Z88을 닦으며 죽음을 생각했다.” 단지 죽음을 생각한다는 부분이 전부이다. 그가 죽지 않으리라는 것,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으리라는 것은 책의 부제에도 나와 있다. ‘죽을 수 없는 남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남자. 그리고 어느 추리소설의 작가가 주인공을 일찌감치 세상을 뜨게 만들겠는가.

 

 

페닉스는 독일 추리문학상, 영국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대거상 외 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거머쥔 스릴러의 거장 디온 메이어의 작품이다. 디온 메이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치, 사회, 인종문제를 화두로 삼는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의 주요 관심사가 거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잘나가던 강력범죄부 형사 맷 주버트는 경찰관인 아내가 임무수행 중 총에 맞아죽고 난 후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자살충동에 이끌리게 된다. 방아쇠는 엉뚱한 곳에서 당겨졌다. 총기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연쇄살인의 시작이기도 하다. 페닉스는 세 개의 줄로 직조(織造)되어있다. 주인공인 맷 주버트,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은행 강도사건. 줄의 굵기를 따진다면, 연쇄살인사건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엔 맷 주버트 라인(맷의 심리상태와 그의 주변인물과 상황)이 더 굵게 느껴진다. 마치 연쇄살인사건과 은행 강도사건이 들러리인 느낌이다. 그렇다고 가정하고 책을 읽으면 추리소설의 묘미가 줄어드니까 살인사건에 집중해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총기)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는데 범인을 못 잡고 있다. 몇 가지 단서와 추측만 있을 뿐이다. 연쇄살인사건은 대체적으로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범인의 독특한 (악질적)취향, 랜덤(묻지마), 보복성 살인 등이다. 소설 속 살인사건의 템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첫 번째 살인과 두 번째 살인사이는 거의 일주일의 간극이 있었다. 그 뒤 세 번째 살인은 4일 만에 일어났다. 그리고 3일후, 마지막 살인은 이틀 만에 일어났다. 아마도 범인은 꼬리가 길어질수록 붙잡힐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살해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서로 연관을 지어 연합할 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을지도...

 

 

서로 전혀 연결이 되지 않을 것 같던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성공한 CEO, 주얼리 디자이너, 소아마비 실업자, 빚덩이와 폭력으로 점철된 어부, 가난한 목사 등)이다. 수사팀의 노력으로 전혀 엮어지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의 관계가 드러난다. 맷 주버트 형사는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수사 자료가 되는 사진 한 장을 확보하게 된다, 그 사진을 들여다보던 맷은 큰 혼란과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 사진에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6(한 명은 자살)과 맷이 그 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고, 지금도 맷 주변에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책이 세계를 투영하는 창이라면, 범죄소설은 주로 도시와 나라의 가장 취약한 부분과 뒷골목을 보여 준다” _디온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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