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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한잔
이정일 지음 / 이다북스 / 2016년 9월
평점 :
【흔들릴 때마다 한잔】
_이정일 저 | 도서출판 이다
1.
청년과 노년사이에 중년(中年)이 있다. 고령화 사회, 백세시대를 맞이하며 중년의 나이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좋아할 일은 아니다. 그 만큼 청년과 노년 사이의 틈새에서 어정쩡한 위치를 취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이 함정이다.
2.
중년을 이해해주는 것은 아무래도 중년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중년기의 희로애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차마 말하지 못했고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지만 가장 뜨겁게 박수 받아야 할 이 시대의 중년을 위하여 흔들릴 때마다 한잔” 꼭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술 한 잔 마시고 일시적이나마 기분이 업 되듯 어깨도 좀 펴고,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고, 목청도 가다듬어 보자는 이야기다.
3.
“중년 남성들의 눈물샘이 빗장을 여는 것은 호르몬 탓이 크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남녀 모두 분비되는데,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많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하지만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반대로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폐경기 이후 빠르게 감소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그대로다. 그렇게 남성은 여성화, 여성은 남성화된다.
4.
송해, 예일대, 영식의 공통점은? “이 시대 최고의 남편감은 송해야.”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주 일요일 아침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는 건강하고 소박하고 한결같은 그의 삶. 예일대는 “‘예’전‘일’을 그대로 한다는 것” 송해 씨는 은퇴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인 지금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영식(零食)은 누가 뭐래도 환영받을 만한 존재감이라는 것. 삼식(三食)은 그야말로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 마누라에게 간식 달라고 조르는 ‘간나세끼’, 세끼 다 먹으면서 마누라 꽁무니를 종일 따라다니며 간식 달라고 귀찮게 하는 ‘종간나세끼’. 이 주인공들은 모두 중년이다.
5.
“영국인 아담 워커는 2014년 4월 오션즈 세븐 첼린지 대회에 참가해 뉴질랜드 쿡 해협을 건너고 있었다. 고래 및 돌고래 보존협회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한창 물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식인상어가 나타났다. 그는 소름이 돋았고,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돌고래가 홀연히 나타나 워커 옆에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돌고래 떼에 휩싸인 그를 식인상어는 공격하지 못했다. 이 기적 같은 동행은 그가 해협을 안전하게 건널 때까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6.
2014년,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배타적이며 무책임한지를 서글픔과 분노의 시선으로 보냈다. 몇 발짝만 떼면 구조가 가능했던 아이들을 버려둔 채 ‘몰래, 빠르게’ 빠져나온 몰염치한 승무원들, 서둘러 아이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구조원들의 하소연에도 같잖은 전시행정 들먹이며 구조작업을 늦춘 미련하고 오만한 관료들. 초기 대응에 우왕좌왕해서 뭇매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선적인 정부. 2017년은 어떤가? 세월호가 가라앉은 채 수장되어있듯 대한민국은 여전히 물에 잠겨있다. 수십, 수백만의 촛불이 불편한 마음으로 남은 자들의 길을 밝혀줄 뿐이다. 지금 내가 가야할 길을 다듬는 일은 더욱 힘들기에, 나보다 나의 자녀들, 후손들이나마 평안한 길을 갈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합쳐지고 있다.
7.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설렘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애틋함이다. 전자가 청춘이라면, 후자는 중년이다.” 하나의 계절이 떠나고 또 다른 계절이 몰려오는 길목에서 청춘은 미래를 떠올리지만 중년은 과거를 회상한다. 새로운 계절을 맞는 청춘은 공연히 들뜨지만 중년은 괜스레 숙연해진다. 나이 듦이란 회상할 과거가 늘어난다는 것. 후회할 거리를 덜 만들려고 애쓰는 것. 회복할 시간이 별로 없기에 더욱 엄숙한 삶을 살아야 할 때. 중년(中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