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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 - 딸에게 물려주는 아빠의 아이디어 노트
이경모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 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 사랑이었다 】
_이경모 저 / 송민선 그림 | 이야기나무
“그냥 내 이야기 좀 들어주면 안 돼?”
1.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베이비 부머들(6.25전쟁 이후 태어난 1955~1963년생들)이 성인이 되어 길을 오가며 수없이 봤던 캐치프레이즈다. 다음엔 뭐라고 써 붙여질까 궁금해졌다. '한 집 건너 하나만 낳자'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던 중 산아제한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고 기억된다.
2.
이 책의 저자 이경모는 그때 그 시절, 딸만 둘을 낳아 잘 키웠다. 나는 무슨 애국자라도 되는 양 정부시책에 적극 호응한답시고 달랑 딸 하나만 낳았을 뿐이지만..
3.
"세상 모든 딸에게 아빠는 첫사랑이었습니다. 어린 딸들은 커서 아빠와 같은 사람과 결혼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환상은 깨지고 그녀들에게 첫사랑은 쉬 잊히고 맙니다. 이제 딸들은 스무 살을 훌쩍 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로서 딸에 대한 짝사랑을 품고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가 봅니다."
4.
나의 이야기를 써본다. 몇 해 전 딸을 시집보내고 난 후 새록새록 딸을 키우던 때가 문득 문득 생각났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내가 육아일기를 썼다. 딸이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이나 아빠 엄마에게 쓴 편지 등을 함께 붙여가면서 참 지극 정성으로 썼다. 앨범에도 날짜뿐 아니라 간단하게나마 사진과 관련된 글을 써 붙였다. 딸이 커가면서 나는 나대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낼 만한 나이와 여건이 된 것이다. 육아일기도 멈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딸을 키우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나의 딸에게 애틋한 마음과 미안함이 함께 한다.
5.
이 책엔 '딸에게 물려주는 아빠의 아이디어 노트'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아이디어라는 단어는 오해소지가 많다. 문자 그대로 일상의 Tip 같은 느낌도 줄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책에 오밀조밀 딸들의 사진과 성장과정 중의 흔적을 담아서 가족 신문을 스크랩했다. 그 내용이 알차고 따뜻하다. '아이디어'를 '살아가는 지혜'로 바꿔도 좋겠다.
6.
누구의 인생도 카피하지 않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기, 일상에서 느끼고 발견하기, 다른 생각 존중하고 배려하기, 오래오래 함함하게 살아가기 등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함함하다'라는 표현에 따로 언급이 없어서 붙여본다. * 함함하다 : (꽃이나 열매가)소담하고 탐스럽다. 예) 어제 내린 봄비에 마당의 꽃들이 함함하게 피었다.
7.
저자 덕분에 스펙(Spec)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한다. Specification의 약어인 Spec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있다. 이 단어는 제품의 사용설명서, 제품의 사양(규격, 가격 등)이라는 뜻이다. "야, 이거 참 웃기잖니? 분명 기계나 물건의 어떤 특성을 일컫는 단어인데, 어떻게 이 단어가 사람을 판단하는 조건이 되어 버린 걸까? 분명 어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작자가 갖다가 붙인 것 같긴 한데, 아니 무슨 사람이 기계나 제품도 아닌데 말이야."
8.
세상살이가 빠르고 다변화될수록 개인의 정체성은 불안정하다. 모두 달려가는데 나만 혼자 서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다. 그리고 개성이 없어져서 평준화되기도 한다. "사람은 본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원본'으로 태어나 죽을 때는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복사본'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어." 먼 훗날, 눈을 감을 때 이렇게 생각하며 눈 감으면 그게 행복한 인생 아닐까? "아~ 참 세상 재미있게 살다 간다. 먼저 간다. 잘 있거라."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이런 뒷모습을 남긴 시인도 있다.
9.
자주 봤던 글이지만 책에 나온 김에 옮겨 본다. 어니 젤린스키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사람들이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에 관한 것이다. 30%는 이미 일어난, 지나간 것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22%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며, 4%는 어쩔 수 없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불과 4% 정도의 걱정거리만이 우리들이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10.
저자의 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하면서 많이 울었다. 아빠랍시고 나름 진지하게 답을 해줬다. 사람을 이해하고 일을 견뎌내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 딸이 울면서 되받았다. "무슨 아빠가 그러냐? 왜 회사 사람이랑 똑같이 얘기해? 내가 언제 답을 달라고 그랬어? 그냥 내 얘기 좀 들어주면 안 돼?" 나도 아직 잘 못하는 부분이다. 무슨 이야길 들으면 꼭 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영원하다. 그러니 아내나 딸의 입에서 나오는 질문 중, 답을 원하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을 잘 구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11.
이 책의 내용은 딸들에게 주는 아빠의 글이나 사실은 자녀를 둔 부모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공유할 만한 내용이다. 낙서처럼 쓴 글들 같지만, 진한 곰탕국물 같은 글들이다. 아빠들이여! 잠시나마 딸들의 첫사랑이 되는 행운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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